신호수 없이 대형트럭 중앙선 넘나들어 사고 위험…비산먼지 억제 위한 세륜시설도 미흡
동양건설산업에서 빠져나온 공사차량이 중앙선을 침범하고 있는 모습
[일요신문] 한국도로공사(ex)가 고속국도 14호선 건설사업을 진행하면서 현장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함양-창녕 구간을 맡은 12공구의 시공사인 동양건설산업이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도로교통법을 상시로 위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속국도 14호선은 낙후된 경남 북부지역의 개발 촉진 및 관광자원 활성화를 목적으로 건설된다. 고속국도 제14호선 12공구에 공동계약 종합심사낙찰제로 공사를 맡은 시공사는 동양건설산업(66%), 에스티엑스건설(24%), 정우개발(10%) 등이며, 이 중 주관사는 동양건설산업이다.
동양건설산업은 공사를 진행하면서 환경관리비의 용처마저도 의심을 들도록 하고 있다. 발주청인 ex는 총 공사금액에 비례해 시공사에 환경관리비를 지급한다. 이 비용은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곳에 한정해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환경관리비는 통상적으로 총 공사금액의 2~4% 수준이다.
이 환경관리비를 받고도 안전사고 및 환경오염에 무관심한 상태로 관리해 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이 높아지면, 결국 인근 지역민과 근로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자명하다.
동양건설산업이 시공하는 고속국도 제14호선 12공구의 문제점은 하나둘이 아니었다. 먼저 도로의 흉기로 불리는 대형공사차량들이 도로 중앙선을 쉴 새 없이 넘나들었다. 해당 도로는 차량의 통행량이 많아 자칫 교통사고로 이어질 소지가 높은데도 신호수조차 없었다.
둘째로 공사차량은 공사장의 흙먼지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산먼지 억제를 위한 세륜이 필수적이나 공사 출입구 여러 곳 가운데 불과 한 곳에만 세륜시설을 갖췄다. 이마저도 차량들이 제대로 세륜도 하지 않고 드나드는 이른바 ‘막가파식’ 출차를 일삼았다.
셋째로 절토한 사면은 붕괴 및 비산먼지 억제를 위해 방진덮개로 덮는 것이 상식이지만, 해당 현장은 그렇지 않았다. 사면을 덮을 경우 건설표준 시방서에 따라 방진덮개인 통풍성이 없는 재질 및 기타 방법으로 시공하는 것이 원칙인데도, 그린망이라고 불리는 방진망으로 덮는 등 비산먼지 예방에 실효성이 없는 엉터리 시공을 하고 있다.
특히 현장 상황이 이런데도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는 감독에 손을 놓고 있는 모양새다. 국가 공기업으로서 사업 추진에 있어 보다 공익적인 자세를 견지하지 못한 데 대한 진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동양건설산업 고속도로 14호선 공사 현장 관계자는 “잘못된 부분을 인정한다. 현장을 다시 점검한 후 미흡한 점에 관해 시정조치하고, 안전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