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령’ 할아버지 107번째 생일날 격리 해제…103세 할머니 “자신을 믿어야 병도 이긴다”
이런 가운데 유럽과 미국에서는 코로나19를 극복한 90~100세 초고령 노인들의 소식이 간간이 들려오고 있어 화제다. 심지어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불과 2주 만에 완전히 회복된 경우도 있었다. 100세가 넘는 초고령층이 전세계 인구 분포에서 차지하는 비율 또한 극히 낮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더욱 희귀할 수밖에 없다.
유럽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들의 95%가 60세 이상이라는 세계보건기구의 보고가 있을 정도로 코로나19는 젊은층보다는 고령층에게 더욱 위험하다. 이런 가운데 기적적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낸 초고령 노인들도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건강한 100대가 60대나 혹은 건강상의 문제를 안고 있는 젊은 비만 환자들보다 오히려 코로나19를 극복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말하기도 했다.
루돌프 루디 하이더는 107번째 생일날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격리 상태에서 해제됐다. 손자 부부와 함께한 히이더(가운데). 사진=매튜 하이더 페이스북
지금까지 코로나19에서 회복한 최고령 인물은 미국 미주리주 체스터필드에 거주하고 있는 루돌프 루디 하이더(107)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스페인독감, 세계대공황, 제2차 세계대전을 모두 이겨낸 그는 코로나19에 양성 반응을 보인 후 요양원에 격리된 채 치료를 받았다. 2주 동안 38℃가 넘는 고열과 싸웠던 할아버지는 늘 그랬듯 이번에도 고비를 넘기는 데 성공했다.
때마침 107번째 생일을 맞이하던 날 격리 상태에서 해제된 할아버지는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고, 현재 코로나19를 극복한 세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인물로 기록돼 있다. 건강을 되찾은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손주인 매튜는 “내 생각에는 할아버지의 평소 긍정적인 태도와 밝은 성격 덕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귀띔했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 최고령 확진자였던 아다 자누소 할머니(103)의 경우에는 레소나 지역의 마리아 그라치아 양로원에 거주하던 중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지난 3월 17일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할머니는 3주 후인 4월 8일 완치 판정을 받고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양로원이나 요양시설에 머무는 고령자들의 경우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대부분 사망한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였다.
확진 판정을 받은 후 급격히 상태가 나빠진 할머니는 구토와 고열, 호흡 곤란 등으로 상태가 매우 위독했었다.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기 때문에 그저 해열제와 수액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두가 가망이 없다고 생각했던 그때,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일주일가량 침대에 꼼짝없이 누워있던 할머니의 상태가 점차 호전되는가 싶더니 6일째 되는 날부터는 정상적인 식사가 가능할 정도로 회복세가 뚜렷해졌던 것이다.
103세의 아다 자누소는 코로나19를 극복한 비결에 대해 “용기와 강인함 그리고 믿음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간호사와 포즈를 취한 자누소. 사진=AP/연합뉴스
35년간 할머니의 주치의로 일해 온 푸로노 마르케세는 “아무 것도 먹지를 못해서 한동안 수액을 공급해야 했다. 한동안 기운없이 나른한 상태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어쩌면 돌아가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할머니가 다시 눈을 뜨더니 평소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혼자 일어나 앉더니 며칠 후에는 도움을 받지 않고 침대 밖으로 나와 소파까지 걸어갈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100년 전 스페인독감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경험이 있었던 할머니는 평소에도 만성 질환은 앓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의 상태에 대해 묻자 덤덤하게 “그저 열이 좀 났었지”라고 대답한 그녀는 코로나19를 극복한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용기와 강인함, 그리고 믿음 덕분이었다”라고 짤막하게 대답했다. 이런 마음가짐이 병을 이기는 데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할머니는 또한 코로나19에 감염된 모든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에게 용기를 주고, 믿음을 가지라”고 충고하는 한편 “나 자신을 믿어야 병도 이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리타 레이놀즈(99)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운전병으로 근무했으며, 폭격에도 살아남은 운좋은 여성이었다. 하지만 지난 3월 25일 할머니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자 가족들은 최악의 상황을 예상할 수밖에 없었다. 할머니의 상태가 워낙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때문에 할머니가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뉴욕에 거주하는 101세의 안젤리나 프리드먼은 코로나뿐만 아니라 과거 스페인 독감과 함께 암도 극복한 인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이 밖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공군에서 복무했던 여군 출신인 조이스 골드스트로(97) 역시 코로나19를 극복한 초고령 환자로 꼽힌다. 잉글랜드 스태퍼드셔주 리크에 거주하는 할머니는 지난 3월 1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그 후 병원에서 2주간 치료를 받았다. 정확히 2주 후에 완치 판정을 받은 할머니는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고, 이런 기적에 대해 아들인 존은 “어머니는 늘 매우 강한 분이셨다. 코로나19를 이겨냈다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일이다”라며 감격해 마지않았다.
그런가 하면 버밍엄의 한 병원에서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온 지 3주 만에 퇴원하면서 기립박수를 받은 코티 티첸 할머니(106)도 있었으며,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안젤리나 프리드먼 할머니(101)의 경우에는 코로나뿐만 아니라 과거 스페인독감과 함께 암도 극복한 인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