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미각 손상과 남성 고환통 사례도…아직 과학적 근거 충분치 않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무서운 점은 전파력이 높다는 데 있다. 게다가 무증상 상태에서도 전파되기 때문에 더욱 두려울 수밖에 없다. 부지불식간에 언제 어디서 감염되는지 모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영국의 ‘데일리메일’은 무증상인 경우에도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의심해볼 수 있는 특이 증상들을 소개했다. 아직 과학적으로 완전히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다수의 감염 환자들 사이에서 나타난 증상들이기 때문에 충분히 의심해볼 수 있다고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미국 샌디에이고의 한 병원에서 간호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된 중환자를 돌보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영국 국민보건소(NHS) 웹사이트에 명시되어 있는 코로나19의 증상으로는 기침, 발열, 근육통, 피로감, 코막힘, 인후염, 설사 등이 있다. 이는 호흡기 감염질환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증상들이다.
하지만 이런 호흡기 관련 증상 외에도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해볼 수 있는 증상들은 또 있다. 가령 피부 발진이 있다. 특이한 것은 유독 발가락 주위에 붉은 반점이 집중되어 나타난다는 점이다. 마치 동상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증상과 비슷하거나 혹은 수두 자국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 이탈리아 북부 레코에 위치한 알레산드로 만조니 병원에 입원한 확진자 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의 환자들에게서 이런 증상이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열네 명에게서는 붉은 발진이 나타났고, 세 명은 두드러기, 그리고 한 명은 수두 자국과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 이들은 모두 피부 발진을 일으킬 만한 약물을 복용하거나 투여하지는 않았다. 이에 대해 세바스티아노 레칼카티 박사는 “이러한 발진은 일반적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나타나는 피부 질환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주로 무증상자나 경증 환자들, 그리고 특히 어린이들이나 젊은 환자들 사이에서 주로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이런 증상이 비단 이탈리아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 프랑스 등의 확진자들 가운데서도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으며, 태국의 경우에는 코로나19가 유행하기 시작하던 초기에 한 남성이 피부에 작은 보라색 반점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지만 뎅기열로 오인하고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미스터리한 증상이 일종의 혈액 응고 때문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르지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특정 환자들의 면역체계를 강력히 자극해서 생긴 일종의 면역 과잉반응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스위스 연구진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온몸의 혈관 전체를 공격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는가 하면, 미국 피부과학회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피부질환 사이의 연구를 시작했다”고 지난 18일 밝히기도 했다.
이른바 ‘코로나 발가락’ 증상이 유럽에서 가장 먼저 보고된 곳은 이탈리아 남부 바리였다. 지난 3월 초, 발가락에 붉은 발진이 나타났던 한 13세 소년이 피부과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당시 담당 의사는 소년이 독거미의 일종인 갈색은둔거미에게 물렸다고 판단하고 약 처방만 한 후 돌려보냈다. 하지만 이틀 후 소년은 발열과 함께 근육통, 두통, 가려움증을 호소하기 시작했고, 이렇다 할 원인을 모른 채 다시 병원을 찾았다.
‘코로나 발가락’ 증상이 유럽에서 가장 먼저 보고된 곳은 이탈리아 남부 바리였다.
얼마 후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 사이에서 발가락 반점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자 의료진들은 뒤늦게 이 소년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도 있다고 의심했다. 그리고 소년의 가족을 검사한 결과,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소년의 여동생과 어머니에게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됐던 것이다. 이미 소년의 발가락에서 붉은 반점이 나타나기 일주일 전부터 여동생과 어머니는 기침 증상을 비롯해 발열, 호흡 곤란 등을 겪고 있었다.
스페인의 ‘족병전문 대학총회’는 이와 관련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성명에 따르면, 이 증상은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발견되고 있으며, 대개는 완치될 경우 흉터나 흔적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그러면서도 총회는 이런 증상을 “매우 경계하라”고 당부하면서 만일 어린 자녀들의 발가락에 이런 반점이 나타날 경우에는 즉시 격리시키되, ‘근거없는 경계심’을 가지고 행동하지는 말 것을 권고했다.
현재로서는 발가락 반점이 코로나 감염 증상이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 혈흔이나 타박상처럼 보이는 이런 자국이 나타나는 것은 전적으로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다. 그러나 NHS의 지역보건의인 대니얼 고든 박사는 “코로나19가 피부 발진을 일으킨다는 것이 사실로 밝혀진다고 해도 전혀 놀랄 일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바이러스가 피부 발진을 일으킨다.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가장 심하게 타격을 받는 부위는 분명히 폐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하나의 시스템보다는 신체의 여러 부분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 피부 질환과 바이러스 감염 사이에 중요한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는 분명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 가지 추측 가능한 이론은 이런 피부 발진은 혈관이 폐색되어 발생하며(일종의 혈액 응고 증상), 이는 바이러스에 반응하는 신경계의 이상에 의해 유발되는 증상이다. 캘리포니아대학의 피부과 임상 조교수인 랜디 제이콥스 박사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 감염으로 인해 피부에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지 궁금해 하고 있는데,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밖에 코로나19 감염의 특이 증상으로는 남성들에게서만 나타나는 고환통이 있다. 지난 2월, 중국의 과학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남성들의 생식기를 공격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연구진들은 “고환 세포의 ACE2 수용체에 바이러스가 결합되어 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추측했다. 실제 미국의 한 42세 남성의 경우, 이상 징후가 없는데도 고환통을 호소하면서 병원을 찾았다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다만 이를 증명할 충분한 연구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코로나19에 감염될 경우 미각과 후각에 손상이 일어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영국의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에 의해 수집된 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의 경우 감염 초기에 냄새를 맡지 못하거나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증상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지 몇 시간 내에 시작되며, 주로 건강한 젊은 성인들 사이에서 나타난다. 고열이나 기침을 하지 않는데도 만일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면 감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렇다면 이유는 뭘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면역체계가 코 안에서 바이러스를 억제하기 위해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요컨대 치명적인 폐렴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가 폐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코로 들어온 바이러스 입자와 싸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