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옛 한국통신)가 최근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 문제로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KT는 지난달 말 전체 임원 39명 중 30명을 40대 위주로 교체 또는 승진 발령하는 대규모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당시 이 인사를 두고 통신업계에서는 정통부 국장 출신 노아무개씨의 전무 영입과 호남 인맥의 물갈이와 관련해 많은 뒷말이 오갔다. 특히 노씨 영입과 관련해 내부에서는 ‘정통부의 눈치를 본 인사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돌았다. 전무로 임명된 노씨는 파문이 커지자 발령이 난 지 하루 만에 ‘자진 고사’했고, KT는 결국 그에 대한 임원 선임을 철회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노씨는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정보통신부 국제협력관실 국장을 하던 전직 정통부 고위관리였다. 이런 그의 이력에 금이 간 것은 지난해 큰 파문을 일으킨 벤처기업 ‘패스21’사건과 관련해 이 회사의 주식을 받았다는 혐의 때문.
그는 지난해 1월25일 패스21로부터 주식 2백 주(4천만원 상당)를 액면가로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뒤 정통부에서 대기발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씨는 정통부 전산관리소장으로 일하던 지난 99년 패스21이 지문인식시스템을 무상으로 납품할 수 있도록 해준 데 대한 사례 등의 명목으로 문제의 주식을 받았다는 게 검찰의 발표였다. 그는 이후 1심에서 징역 2년6월 집행유예 3년을 받았고, 항소심에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런 그가 KT의 대외협력실장(전무)으로 1년여 만에 스카우트된 것. 그는 KT의 정식 발령이 나기 이전부터 KT의 고문으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현행 부패방지법상 노씨의 경우 공직에 가까운 KT의 임원에 기용될 수 없다는 점이다. 부패방지법 45조에 따르면 공직자가 재직중 직무와 관련된 부패행위로 퇴직, 파면 또는 해임된 경우 공공기관이나 퇴직 전 3년간 소속했던 부서의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체에 퇴직일로부터 5년간 취업할 수 없다고 돼 있다. 때문에 노씨가 ‘정통부 산하기관’ 성격이 강한 KT에 취업한 것은 이 규정에 어긋난 게 아니냐는 논란이었다.
KT는 노씨를 임명한 직후 “노씨가 정통부에 재직하던 당시의 보직이 KT와 관련성이 없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펴다가 파문이 커지자 결국 ‘자진 사퇴’로 노씨의 영입을 철회했다. 통신업계에선 이런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되던 상황에서 KT가 노씨 영입을 강행한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다.
이번 인사의 또다른 포인트는 호남인맥의 퇴조. 특히 홍원표 상무의 교육파견, 정태원 수석 부사장과 최안용 전무의 퇴진은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업계에서는 홍 상무의 교육파견에 대해 사실상 보직 해임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가 올 초 KT아이컴과 KTF의 유력한 최고경영자 후보 물망에 올랐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들 정도다.
홍 상무는 경기도 출신으로 엄밀히 말하면 호남인맥은 아니지만 광주고를 나오는 등 성장기를 호남에서 보내 호남인맥으로 분류돼왔다. DJ정부 시절 승승장구하며 KT 사장의 필수 이력이라는 KTF 사장 후보 물망에 오르던 그가 정권이 바뀌면서 KT의 글로벌사업단장에서 교육파견을 나간 것. 통신업계에선 그의 교육파견을 정태원 전 부사장의 퇴진과 최안용 전무의 퇴진과 함께 ‘물먹은 호남계 인맥’으로 보는 시각도 없지 않다. 전북 익산 출신으로 지난 98년만 해도 KT 전북사업본부장을 하던 정 전 부사장은 지난 2000년 8월 KT 조달본부장(상무급)을 거쳐, KT 본부 인력관리실장(전무)을 지낸 뒤 지난해 부사장으로 오르는 등 KT 호남인맥의 대부로 꼽혔다.
KT에서는 정 전 부사장 등의 퇴진에 대해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라고 말하고 있다. 이번에 승진한 임원 가운데 23명이 40대라는 것. 딱히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인허가업무를 쥐고 있는 정통부 고위 관리를 앞뒤 가리지 않고 영입한 것이나 KT 내에서 호남 인맥으로 분류되던 주요인물이 함께 물러나는 것에 대해서는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당초 KT는 임원인사를 내년 3월께 할 계획이었다. KT는 지난 10월 실시한 대규모 명예퇴직에 따른 현장 업무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기 임원인사 시기를 당겼다고 밝혔다. 그러나 KT의 이번 임원인사는 알듯말듯한 의문과 스캔들을 남긴 채 파문이 계속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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