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장면들은 20대 국회가 처음 보여준 것은 아니다. 새로울 것도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 20대 국회는 특징적인 문제를 노출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대의민주주의의 약화다. 대의민주주의가 약화됐다고 평가할 수 있는 이유는 이렇다. 대의민주주의가 활성화된 상황이라면, 문제가 있을 때 여야가 만나서 논의하거나 논쟁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는 문제가 발생하면 야당은 청와대 앞으로 달려가 시위하고 기자회견을 연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국민들도 억울한 일이 있거나. 문제가 있다 싶으면 청와대 청원게시판으로 달려간다. 그래서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온갖 청원이 난무한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의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신율 명지대 교수
이런 여당의 문제는 청와대의 그림자에 가려 그 존재감을 잃었다는 데에서 기인한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청와대만 보이고 여당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여당의 존재감 약화는 대의민주주의 약화로 직결된다.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막강한 여당과 강력한 야당의 존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야당은 무능하고 여당은 잘 보이지 않으니 대의민주주의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
혹자는 대의민주주의 대신 직접민주주의가 강화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직접민주주의가 성공하려면 적절한 인구 규모가 필수다. 인구가 많은 곳에서 직접민주주의 요소가 가미되면, 소수가 다수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 발생해 민심이 왜곡될 위험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직접민주주의는, 인구가 많지 않아서 국민들의 의견을 하나하나 수렴할 수 있을 때 제대로 작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대의민주주의는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 작동하는 유일한 민주주의 체계다. 이런 대의민주주의가 약화됐으니 지금이라도 이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21대 국회에서는 여당의 존재감이 회복될 수 있을까. 일단 대통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계속할 경우에는 여당의 존재감 회복은 어려울 것 같다. 지금처럼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여당에 대한 지지율을 능가할 경우에는, 여당이 대통령에게 의지하는 현상이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 중반기 정도에 대선후보가 가시화될 경우에는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차기 권력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은 대선후보가 가시화되면, 권력은 청와대에서 차기 대선후보 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고, 그렇게 되면 여당의 존재감은 어느 정도 회복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곧 대의민주주의의 강화로 이어질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대선 정국에서는 국회의 역할이 주목받기가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누가 정권을 잡든, 대선 이후 이른바 ‘정권의 허니문’ 시기에는 지금과 같은 대의민주주의 약화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한마디로 당분간은 대의민주주의 약화 현상이 지속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렇게 된다면 21대 국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크게 기대할 것은 없다. 그렇다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직접 나서 여야 모두에 관심어린 질타를 계속해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주의가 최소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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