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권력의 초집중 현상도 민주화 이후 처음 접하는 현상이다. 기저에는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가 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겪는 지구촌 국가 중에서 우리나라는 사태 발생 이후 처음으로 선거를 치른 셈인데, 우리 이후에 선거를 치르는 나라에서도 이런 식의 권력 초집중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
이번 선거가 높은 투표율을 보였음에도 여당이 압승할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높으면 이념과는 상관없이 야당이 유리하기 때문에, 이번 선거는 분명 이변이라고 할 수 있고 그 이유는 바로 국민들의 불안감의 극대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미국에서도 나타난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지지율이 80%를 넘긴 경우(미국 갤럽 기준)가 딱 세 번 있었는데, 첫 번째는 케네디 대통령 시절, 두 번째는 아버지 부시가 대통령에 재임할 때, 그리고 세 번째는 아들 부시가 대통령일 때였다. 그런데 세 번 모두 미국이 위기를 겪을 때였다. 걸프전 당시 그리고 9·11 테러 당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이렇듯 위기 상황에서 국민들은 권력자에게 기대서 불안감을 축소시키려는 경향이 강하다. 결국 위기가 강할수록 초집중된 권력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측면은 극대화된 권력을 보유하게 된 여권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여권이 이런 권력의 초집중을 자신들에 대한 지지라고 착각하면 오히려 역풍에 직면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 정권이 추진하고 싶은 일들은 아직도 많을 것이다. 검찰 개혁과 언론 개혁도 더 밀어붙이고 싶을 것이고, 탈원전 정책이나 소득주도성장이라는 이름의 경제정책도 밀어붙이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희망은 그냥 주관적 바람으로 끝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현 정권은 임기를 마칠 때까지 코로나19에 의해 촉발된 경제위기의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대유행이 다시 시작될 위험성마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발등의 불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여권은 오히려 역풍에 직면할 수도 있다. 즉, 국민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해소되지 못하고 계속될 때, 국민들은 권력자에 대한 의존성을 버리고 각자 도생해야 한다는 식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현 정권을 외면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설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정권은 그 어떤 경우보다 큰 위기에 직면한다.
정권이 이런 위기에 직면하게 되면, 백약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현 정권이 그동안 주문처럼 되뇌던 야당 탓도 먹히지 않을 것이다. 100석 정도의 미니 제1야당이 발목을 잡는다는 주장은 논리 자체가 성립되지 않거니와, 야당 탓을 한다손 치더라도 그런 ‘남의 탓’ 속에서 해법이 나올 리 만무하다.
또한 지금 국민들이 갖고 있는 생존에 대한 불안과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불안은 설득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보여주기 식 이벤트로도 해소될 수 없는 문제라는 점도 중요하다. 이런 불안감들은 국민 개개인의 이익과 직결되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아무리 설득한들 국민들이 체감하게 만들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결국 슈퍼 여권은 책임도 무한할 수밖에 없다. 여권이 마냥 기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신율 명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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