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잦은 교체로 업무 연속성 떨어져…여론조사는 사설 업체에 맡기면 돼”
여의도연구원 로고. 사진=여의도연구원
한 씨는 김영삼 정부 시절 김현철 씨의 별동대로 활약한 인물이다. 김현철 씨는 김영삼 정부 당시 ‘소통령’이라 불리며 원조 싱크탱크 격인 별동대를 운영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별동대는 속칭 ‘광화문팀’이라 불리며 당시 청와대와 신한국당의 싱크탱크 역할을 한 것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들은 1990년대 중반 ‘청와대 무적비서관’이란 별칭으로 불리며 전국을 누볐다(관련기사 [발굴비화] 소통령 김현철 별동대 ‘청와대 무적 비서관’의 추억).
당시 김현철 별동대로 활약하던 한 씨는 “1995년 발족한 여의도연구소는 김현철 씨가 운영하던 중앙조사연구소의 시스템을 옮겨온 싱크탱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씨는 “최근 여의도연구원 운영 행태는 싱크탱크라고 보기 어려울 지경”이라고 꼬집었다. 한 씨는 “2017년부터 지금까지 여의도연구원장 직을 거쳐 간 인물은 무려 6명이나 된다”면서 “수장이 이렇게 자주 교체되는데 제대로 된 참모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 씨는 “최근 보수 정당에선 당 대표나 비대위원장 측근을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임명하는 행태가 만연하다”면서 “측근이 원장이 되고 나서 당내 정적을 치는 데 ‘족집게 여론조사’ 능력을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씨는 “당 대표나 지도부가 바뀔 때마다 싱크탱크 수장이 바뀌면 조직 전반적인 업무의 연속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지는 한 씨의 말이다.
“사실상 미래통합당이 몰락을 초래한 건 당무감사와 여의도연구원 여론조사, 두 자루 칼을 쥐고 정적을 제거하는 당 지도부의 행태 때문이다.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할 수밖에 없다. 이제 여의도연구원 하면 무슨 여론조사 기관처럼 받아들여진다. 여의도연구원이 정책 비전 제시보다는 여론조사로 이름을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젠 시대가 바뀌었다. 더 이상 여의도연구원이 여론조사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만약 족집게 여론조사가 정말 필요하면 여론조사를 잘하는 사설 업체를 쓰면 된다.”
1995년 발족한 여의도연구원 원장 자리는 현재 비워져 있다. 성동규 전 원장이 21대 총선 결과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까닭이다. 성 전 원장은 여의도연구원 23대 원장이었다. 2017년부터 여의도연구원장 직을 거친 인물은 무려 6명이나 된다. 그 가운데 현역 의원 신분으로 싱크탱크 수장에 올랐던 이는 총 3명이다.
정종섭 미래통합당 의원은 2017년 1월부터 3월까지 18대 연구원장 권한대행직을 수행했다. 19~20대 연구원장은 원외에서 초빙됐고, 21대 연구원장은 김선동 미래통합당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2018년 7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여의도연구원을 책임졌다. 최근 부산시장 후보 하마평에 오르내리는 김세연 미래통합당 의원은 2019년 3월부터 12월까지 22대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