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 성격에 대화 중시 성향 공통점…임기 초반 둘 사이 ‘허니문’ 형성될 듯
주호영 미래통합당 신임 원내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4·15 총선에서 참패한 미래통합당 최우선 과제는 위기에 빠진 당을 재건하는 일이다. 그러나 미래통합당은 첫 단계라고 할 수 있는 비대위 구성 단계에서부터 잡음에 시달렸다. ‘김종인 비대위’ 추진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면서다. 거대 야당을 상대하기도 벅찬데, 내홍까지 불거진 형국이다. 말 그대로 내우외환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5선 주호영 원내대표가 운전대를 잡았다.
5월 8일 미래통합당 원내대표 선거는 양자대결 구도로 치러졌다. 17대 국회부터 내리 5선을 한 주호영 의원과 8년 만에 국회로 컴백한 4선 권영세 당선자가 맞붙었다. 주 의원은 이종배 의원을, 권 당선자는 조해진 당선자를 정책위의장 러닝메이트로 선정했다.
주 의원은 거대 여당에 맞설 대외 협상력을 내세웠다. 주 의원은 “거대 여당을 상대할 야당 원내대표는 여당 원내대표보다 선수도 높고 협상 경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당선자는 역경을 이겨내고 국회로 돌아온 스토리텔링을 부각시켰다. 권 당선자는 “권영세와 조해진은 실패를 극복하고 21대 국회에 다시 들어온 역전의 일꾼”이라면서 “우리 당 패배의 원인도 다시 일어서는 길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17~20대 국회 내리 4선을 하면서 국회를 지켜왔던 주호영 의원이 한발 앞서 있다는 예측이 우세했다. 이는 적중했다. 주 의원은 총 84표 가운데 59표를 얻어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원내대표 당선 수락 연설을 하려 단상에 오르는 주호영 미래통합당 신임 원내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주 원내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에서 “우리 당은 바닥까지 왔다”면서 “1~2년 안에 제대로 하지 못하면 다시 재집권할 수 없고, 그야말로 역사에서 사라지는 정당이 될 수 있다는 절박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어 “고질적 문제인 당내 의사결정과 관련해 치열하게 토론하고 결정하면 국민의 사랑이 돌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여러분과 손잡고 당을 재건하고 수권정당이 되는 데 앞장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로써 집권당과 1야당의 원내 지도부 윤곽이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로는 ‘친문 당권파’ 4선 김태년 의원이 선출됐다. 이제 시선은 김태년-주호영 신임 원내대표들의 궁합이 어떨지에 쏠린다.
판사 출신 주호영 원내대표는 미래통합당 내 대표적인 비박계 인사로 꼽힌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를 전후로 바른정당 소속이었다가 11월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했다. 주 원내대표는 21대 총선에서 여권 잠룡 김부겸 전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승리를 거뒀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 거대 여당의 단독 드라이브를 견제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미래통합당은 새로운 수장으로 주 원내대표를 선택했다.
한 미래통합당 당직자는 “주 원내대표는 국회 입성 이후 줄곧 ‘비주류’로 꼽혔다”면서 “21대 국회에서 야당은 거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하는 입장인데, 주 원내대표의 오랜 비주류 경험이 향후 현안을 논의하는 데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주 원내대표는 공성전보다 수성전에 능한 인물이란 평이 있다”면서 “거대 여당의 공세에 적절히 대응하면서 내부 수습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평가가 이번 원내대표 선거 결과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주호영 원내대표의 키워드가 ‘비주류’라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주류’의 전형이다. 김 원내대표는 2004년 17대 총선 경기 성남수정 지역구에서 승리해 국회에 입성했다.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김 원내대표는 19대 국회부터 21대 국회까지 내리 3선을 하게 됐다.
김 원내대표는 ‘친노 출신 친문’으로 꼽힌다. 친문 의원 중에선 ‘이해찬계’ 당권파로 분류된다. 노무현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진보 진영 주류 세력에서 차곡차곡 경력을 쌓아왔다. 김 원내대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당대표에 재임하던 시절 당 정책위의장 자리를 맡는 등 당 내 대표적인 ‘정책통’이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17대 국회에 초선으로 입성한 ‘입사 동기’다. 김 원내대표가 잠시 자리를 비웠던 18대 국회를 제외하면, 12년 동안 한 지붕 아래서 일했다. 두 원내대표는 19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함께 활동한 바 있다.
정가에서는 임기 초반 둘 사이에 ‘허니문’이 형성될 것으로 점치는 견해가 주를 이룬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모두 원만하고 합리적 성격의 소유자로 평가받는다. 대화를 통합 협상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각 강한 여당과 강한 야당을 내세우고 있지만 당분간은 머리를 맞대는 장면이 자주 비쳐질 전망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위원도 “두 원내대표가 서로 선을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채 연구위원은 “두 신임 원내대표가 서로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적절히 의견을 주고받을 것”이라면서 “민주당은 숫자가 많은 대로 ‘역풍’을 조심할 것이고, 통합당 역시 의석이 적기 때문에 민주당 쪽에 무리한 요구를 하기 힘들 것이다. 김태년-주호영 두 신임 원내대표는 이런 선을 지킬 수 있는 이들”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채 연구위원은 “두 원내대표가 19대 국회에서 같은 상임위 소속으로 활동한 적도 있기 때문에 서로 무리한 행동을 자제할 것”이라면서 “의례적으로 여야 원내대표가 할 것과 안 할 것을 자체적으로 구분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혹자는 무미건조하다고도 느낄 만한 상황이 전개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