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블린’ 뛰어난 스피드와 근성…‘대망의길’ 혈통만으로는 A급…‘장산바비’ 추진 없이 여유 있게 1위
고블린, 대망의길, 장산바비, 영원자메이카는 5월 8일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펼친 경주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경주력을 선보였다. 경주 장면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임준선 기자
#고블린(국5·3세·거·박병현·김재섭 부:스트라이크어게인 모:노게싱)
고블린은 데뷔전에서 간신히 2위를 기록한 이후, 두 번째 경주였던 2월 14일 6군 경주에서 2위권을 4마신 차로 따돌리고 낙승을 기록한 국내산 3세마다. 뚜렷한 전력변화를 보이며 우승을 거두고 5군에 올라갔는데, 이번 주행 심사에서 매우 좋은 탄력을 과시했기에 다음 경주에서도 좋은 성적이 예상된다.
매우 빠르게 출발을 하며 쉽게 선행에 나섰다. 추진 없이 제어만 했음에도 말이 알아서 뛰는 느낌이었다. 4코너까지 단독 선두로 레이스를 펼치다가 직선 주로에 들어와서 7두의 마필들이 일렬횡대로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결승선을 향했다. 모든 마필들이 강하게 추진한 반면, 고블린은 단 한 번의 추진 없이 잡고만 갔음에도 탄력을 잃지 않고 2위로 골인했다. 다실바 기수가 강한 추진과 채찍을 사용한 ‘전설의불꽃’이 목 차로 1위를 기록했지만, 내용상으로는 고블린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기록도 1분 01초 2로 빨랐고, 막판 200m(LF)도 12초 7이 나올 정도로 매우 좋았다.
혈통적으로는 모계 쪽이 좋다. 부마 스트라이크어게인은 지난해 씨수말 순위에서 33위에 그친 그저 그런 평범한 말이다. 그러나 모마 노게싱은 다르다. 1군까지 진출했던 ‘빙고라지오’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비록 단거리에 강한 마필이었지만, 430kg대의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근성과 스피드를 과시하며 1군 무대에서도 입상한 능력마였다. 고블린도 460kg대로 체구는 크지 않지만, 빙고라지오를 닮아 뛰어난 스피드와 근성을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1군이나 2군까지는 충분히 올라간다고 본다. 따라서 곧 재개될 5군 승군전에서도 편성에 관계없이 입상 유력마로 추천한다.
#대망의길(국4·3세·수·허필도·김길중 부:RUN AWAY AND HIDE 모:모테가)
대망의길은 직전 2월 7일 경주에서 단승식 1.5배의 압도적 인기를 모으고도 4위에 그쳐 팬들의 원성을 샀는데, 이번 주행 심사에서 뛰어난 스피드와 좋은 탄력을 보여 다음 경주에서는 선전이 기대된다.
빠른 출발을 하며 여유 있게 선두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중반에도 추진 없이 잡고만 가고도, 뛰어난 스피드를 발휘하며 가장 바깥쪽에서 앞서 나갔다. 4코너를 의도적으로 외곽을 선회한 후, 직선 주로에서도 여유 있는 발걸음을 이어갔다. 막판 200m를 남겨두고 송경윤 기수가 채찍을 가하자 즉각 반응하며 더욱 탄력적인 걸음을 발휘했다. 1분 00초 3의 매우 빠른 기록이 작성되었고, LF도 12초 4가 나올 정도로 끝걸음도 아주 좋았다. 앞서 소개한 ‘고블린’처럼 제어하지 않고, 막판에 채찍을 가하긴 했으나 즉각 반응했다는 점을 주목하고 싶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능력이 별로 없는 마필은 채찍을 사용해도 걸음에 변화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혈통적 기대치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부마 RUN AWAY AND HIDE의 자마가 국내에 10두 도입되었는데, 그중에서 청수여걸이 1군에, 콜업더가드, 대군제패, 대한영웅이 2군에 진출했다. 개인적으로 40%의 마필이 2군에 진출했다면 대성공이라고 본다. 모마 모테가는 비록 단거리 경주였지만, 블랙타입에서 3승과 2위 1회의 빼어난 성적을 기록한 능력 우수마였다. 따라서 혈통만 놓고 볼 때는 A급으로 평가해도 무방하다. 현재 4군에 속해있지만, ‘고블린’과 마찬가지로 기대치는 2군까지 본다. 또한 이번에 보여준 탄력과 컨디션이라면 다음 경주에서는 직전 아쉬움을 만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장산바비(외4·4세·거·삼정·강은석 부:SHANGHAI BOBBY 모:BINALEGEND)
장산바비는 9전 2승을 기록 중인 외국산 4세마다. 지금까지 이렇다 할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직전에는 9마신이라는 큰 차이로 6위에 그쳤지만, 이번 주행 심사에서 의외의 걸음을 선보였다.
빠른 출발을 하며 외곽(9번)에서 세 번째로 레이스를 시작했다. 150m 부근에서 갑자기 스피드를 발휘하며 선두로 치고 나갔다. 가장 먼저 직선 주로에 진입한 후, 결승선에서도 단 한 번의 추진 없이 붙잡고만 갔음에도 막판까지 탄력을 잃지 않고 여유 있게 1위로 골인했다. 기록이 1분 01초 3으로 빨랐고, LF도 13초 0으로 비교적 좋았다. 특히 주목할 점은 2위를 기록한 마필이 ‘파이니스트워리어’, 3위가 ‘점보블레이드’라는 것이다. 웬만한 경마팬들은 이름만 들어도 쉽게 알 수 있는 1군의 강자들이다. 물론 실전과는 다른 주행 심사고, 점보블레이드는 시종 외곽만 돌며 잡고 왔기 때문에 정상적이라 할 수 없지만, 지난번에 밝힌 대로 4군마가 1군마 두 마리를 동시에 이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앞서 소개한 대로 이미 4세가 되었고, 그동안 특출하지 않아 인기는 없을 듯하다. 따라서 베팅하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구미가 당긴다. 영양가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주행 심사에서 보여준 능력과 컨디션이라면 삼복승식에서는 충분히 노려볼 만하다.
#영원자메이카(외4·4세·거·이종훈·백광열 부:NORTHERN AFLEET 모:AUTUMN MEMORIES)
영원자메이카 역시 앞서 소개한 ‘장산바비’와 마찬가지로, 그동안 7전 1승을 기록하며 그저 그런 평범한 마필로 평가받고 있다. 기복마 또는 복병 정도로 평가되기에 영양가 면에서는 좋다. 이번 주행 심사에서 예상외로 탄력이 뛰어났기에 차기 출전 시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추입형 마필이라 출발은 빠르지 않았다. 무난한 출발을 하며 중위권에서 레이스를 시작했다. 4코너를 일곱 번째로 돌고 직선 주로에 들어선 후, 막판 탄력 넘치는 추입력을 발휘하며 3위로 골인했다. 결승선 통과할 때까지 추진 없이 잡고만 왔음에도 LF가 12초 2(건조 4%)를 기록할 정도로 막판 탄력이 매우 좋았다. 실제 경주가 아닌 주행 심사였음에도 필자는 ‘와~’하는 감탄사와 함께 ‘영원자메이카 맞아?’라고 말할 정도였다.
원래 혈통은 좋은 마필이었다. 미국 현지 2세마 경매에서도 7만 5000달러의 높은 가격에 낙찰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해 5월 종자골 골절상으로 1년간 휴양하며 특별한 능력을 드러내지 못해 팬들에게는 별 볼 일 없는 마필로 각인되었다. 2016년 5월생으로 이제 만 4세로 접어들어 능력상 큰 발전은 어렵지만, 컨디션만 회복하면 4군에서는 경쟁력을 지녔다. 따라서 앞서 소개한 ‘장산바비’와 마찬가지로 차기 출전 시 삼복승식에서는 노려볼 만하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