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흐름 쫓는 비교적 단순한 수사…불체포특권 보장받는 5일 이전 소환 가능성
수사팀은 윤 의원이 5월 29일 진행한 기자회견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그동안 확보한 사실 관계와의 비교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주 안에 이뤄질 소환을 앞두고, 검찰은 이미 ‘소환 비공개’를 결정했다. 정치적 비판을 염두에 둔, 신중한 움직임을 결정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국회의원 당선자가 5월 2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의기억연대 활동 당시 회계 부정 등 각종 의혹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돈’의 흐름을 쫓는 비교적 단순한 수사라는 입장이다. 사진=최준필 기자
#“혐의 비교적 단순”
현재 윤 의원에게 제기된 의혹 중 핵심은 정의연 기부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와 정의연 회계에서 일부 내용이 누락된 과정 및 이유다. 개인계좌를 통해 후원금을 모으고 이 돈을 이용해 자신과 가족 소유로 주택 5채를 현금으로 매입, 딸의 유학자금에도 사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또 윤 의원의 남편이 운용하는 신문사에 정의연이 일감을 주도록 해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는 지적과 안성 쉼터 매입 고가 매입 후 저가 매각 관련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검찰은 결국 ‘돈’의 흐름을 쫓는 비교적 단순한 수사라는 입장이다. 이를 위해 검찰은 정의연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확보한 회계장부와 정의연 관련 계좌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다. 5월 26일과 28일에는 정의연 회계 담당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수사를 맡고 있는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지난 주말에도 출근해 정의연 관련 자료에 대한 분석작업을 진행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는 일반 형사 사건을 처리하는 부서지만, “충분히 수사할 수 있다”는 판단과 함께 배당이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실제 형사4부는 다른 사건들보다 윤미향 의원 관련 수사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속도전 지시에서 비롯된 움직임이기도 하다. 윤 총장은 5월 말 윤미향 당시 당선인 관련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자 관련 수사에 속도를 내라는 개별 지시를 내렸다. 윤 총장은 대검찰청 간부들에게 최근 정의연 사건에 공적 자금이 투입된 만큼 윤 당선인 등의 범죄 혐의가 중대하다고 보고 “신속하게 수사하라”며 “언론에 제기된 모든 의혹을 규명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에는 대검찰청으로부터 자금 추적 전문 수사관 1명이 파견되는 등 수사 인력도 보강됐다.
검찰의 수사 의지를 보여주는 맥락이다. 자금 관련 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 관계자는 “은행에 계좌를 통해 이뤄지는 자금 움직임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출금된 돈이 입금된 기록이 없거나, 윤미향 의원이 다섯 차례에 걸쳐 집을 사는 데 쓴 돈을 모았다는 통장 기록 등이 없을 경우 이를 확인하는 수사”라며 “한 번이라도 통장에 돈이 들어온 기록만 있다면 생각보다 빠져나가기 힘든 게 자금 관련 범죄”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검사 역시 “이런 사건은 2~3명의 검사가 은행 등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실제 입금과 출금 내역만 비교하면 되는 수사”라며 “2~3주면 충분히 관련 흐름을 파악해 소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수사 속도 내는 이유는?
검찰은 5월 7일 첫 폭로 이후 내사를 진행하다 20일과 21일 압수수색으로 자료를 확보했다. 자료 분석 등을 통해 윤 의원에게 확인할 내용들을 추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응하겠다. 일정을 핑계대지 않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검찰은 소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도 우려해, 불체포 특권이 보장되는 6월 5일 전 소환 조사를 마친다는 계획을 우선적으로 검토 중이다. 5일 뒤에는 체포동의안을 받아 조사할 수 있지만, 이는 이론적으로 가능할 뿐이라는 평이다. 더불어민주당이 177석을 확보한 국회에서 검찰의 체포동의안 실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게다가 윤 의원이 국회 개원 전 진행한 기자회견은 오히려 ‘수사 필요성’을 더 높였다는 설명도 나온다. 기부금 유용 의혹을 해명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일체의 자료 공개 없이 “잘못된 의혹 제기다.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특히 윤 의원은 “검찰 수사 때문에 밝힐 수 없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는데 법조인들은 “당당하면 공개하면 되는 것을 왜 검찰 이유를 대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한다.
검찰은 5월 7일 첫 폭로 이후 내사를 진행하다 20일과 21일 정의연 사무실 등의 압수수색으로 자료를 확보했다. 자료 분석 등을 통해 윤 의원에게 확인할 내용들을 추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당당할 경우 언론에도 공개하고, 이를 그대로 검찰에 가지고 가서 제출하면 된다”며 “그럴 경우 검찰이 애초에 수사 필요성이 없다고 보고 시간을 아낄 수도 있는데 그런 부분을 아예 공개하지 않는 것을 보고 뭔가 숨기는 게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했다.
실제 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앞서 정의연이 관련 의혹을 설명한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계좌를 통해 단체 활동을 위한 기부금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유용한 것은 없다”면서도 “죄송하다”는 말뿐이었다. 구체적인 모금 내역을 밝히지 않았다.
#정권 눈치에서 자유롭지 못한 검찰
하지만 여권에서 ‘윤 의원 지키기’ 분위기가 확산 중인 것은 검찰에게 여전히 부담스럽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윤미향 의원과 관련해 “기자회견에서 일차적으로 소명할 것은 어느 정도 했고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결론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해찬 대표가 나서 “시민단체가 안정된 것도 아니고 회계 처리에 전문성도 없어서 미숙한 점도 있다”며 의원직 유지를 시사하자, 검찰은 소환 등 수사 과정에 대해 함구령을 내렸다.
정치적인 ‘개입’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대목이다. 국민적 관심이 크지만 정치권 등에 미칠 영향을 감안해 법무부 훈령인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철저히 지키겠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 소환 일정과 방식 모두 비공개 처리하기로 이미 결정을 끝냈다. 또 소환 조사 과정에서 이뤄진 진술 등도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는 게 수사팀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원래 검찰이 정권의 흐름과 기조를 보며 수사 템포와 강도를 조절하는 능력이 뛰어나지 않느냐”며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을 앞두고 윤미향 의원 관련 내용이 언론에 공개될 때 제기될 ‘정치검찰’ 비판을 피하기 위해 어떤 내용이 확인되더라도 함구하려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