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프나 동료 연예인 등 내부자 소행 땐 속수무책…탐지기 들고 다니는 매니저도
그나마 안전한 공간이라 여기던 방송국 화장실에서도 몰카가 발견되면서 연예계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일반 화장실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일요신문DB
‘KBS 화장실 몰카범’이 직원이 아닌 출연자 중 한 명이라고 밝혀 논란을 야기한 KBS는 문제가 발생한 장소가 방송시설과 분리된 연구동임을 강조했다. 결국 방송국 화장실이 뚫린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 차이점은 존재한다. KBS 본관이나 신관 등에 출입하려면 방문증을 끊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다소 복잡하다. 방문자의 방문 목적이 분명해야 하며 만날 내부 직원의 확인이 있어야만 방문증 발급이 이뤄진다. 주민등록증 등의 신분증도 맡겨야 한다. 반면 연구동은 별도의 방문증 발급이 필요 없다. 따라서 본관이나 신관 건물에 비해 방문자의 출입이 조금 자유롭기는 하다. 그렇다고 아무나 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출입구를 경비직원이 통제하고 있으며 방문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요즘에는 발열 체크를 하는 등 출입 통제가 평소보다 더 엄격해졌다.
애초 몰카가 발견됐을 당시 본관이나 신관에 비해 외부인 출입이 자유로워 외부인의 소행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대다수의 방송관계자들은 내부인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방송국 건물보다는 보안이 허술할 수 있지만 외부인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실제 유력 용의자로 자수한 이는 해당 연구동에 연습실이 있는 ‘개그콘서트’ 출연 개그맨, 다시 말해 내부인이었다.
2015년 일본에서 걸그룹 노기자카46의 멤버 하시모토 나나미의 화장실 도촬 영상 유출 사건이 불거진 뒤 연예계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화장실만큼이나 보안이 중요한 여자 연예인의 숙소가 털린 셈인데, 다행히 보조배터리를 수상하게 여긴 신세경과 윤보미에 의해 몰카가 적발돼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자칫 이들의 사생활이 몰카에 고스란히 담길 위기였다. 범인은 외주 장비 업체 직원으로 방송국 직원은 아니지만 프로그램 차원에서는 내부인이었다. 결국 그는 재판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몰카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연예계에서는 나름 자구책을 마련해왔다. 앞서 언급한 2015년 일본의 걸그룹 노기자카46의 멤버 하시모토 나나미의 화장실 도촬 영상 유출 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게다가 당시 국내에서 웹하드를 통해 리벤지포르노와 각종 몰카가 돌아다닐 무렵 화장실 몰카도 대거 유통되며 논란이 됐다. 유흥가 상가 화장실부터 대학교 화장실까지 다양한 공간이 몰카범들에게 뚫렸다. 연예인과 소속사에서는 대기실과 탈의실, 화장실 등을 사용하기 전에 구석구석 살피는 것이 일과가 됐다. 한 중견 매니저의 설명이다.
“우리는 몰카를 찾는 탐지기까지 구입하진 않았지만 심지어 그런 기계를 들고 다니는 매니저들도 있다. 우리는 대신 소속 연예인의 동선을 직원들이 먼저 살피며 조심한다. 워낙 다양한 형태의 몰카가 나오는 터라 우리도 계속 공부를 한다. 알아야 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누군가 깜빡 두고 간 거라 여기고 말았을 일회용 라이터까지 꼼꼼히 살핀다. 그런 모양으로 나오는 몰카도 있기 때문이다.”
과거 연예인 몰카 주의보 관련 ‘18금연예통신’ 칼럼에서 언급됐던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이 있다. 당시 그는 “일반인 출입이 통제되는 방송국 화장실은 믿을 수 있는 편이지만 만약 방송국 화장실이 몰카 장비에 털릴 경우 정말 어마어마한 일이 생길 것”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그에게 최근 상황을 다시 물었다.
“웹하드 카르텔이 깨지고 화장실 몰카가 온라인에서 사라지면서 요즘 조금 안심하고 지냈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외부인 통제가 철저한 방송국은 스태프나 동료 연예인 등 내부자를 통해 뚫리면 대책이 없는 구조다. 오히려 외부 행사장 같은 곳은 경비업체에서 화장실 등을 다 점검해줘 더 안전하다는 느낌이다. 이건 크게 잘못된 상황이다. 방송국에서 보다 철저하게 관리해주길 바랄 뿐이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