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이슈 앞 과거처럼 ‘통제’ 강요 분위기…“세계적 수준의 한국 연예계 퇴보 우려”
방탄소년단 정국, 아스트로 차은우, NCT 재현, 세븐틴 민규 등이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이태원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사진은 방탄소년단 정국.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생활과 관련해서는 더욱 철저한 통제가 이뤄졌다. 이런 일화도 있다. 한 걸그룹 멤버가 술을 좋아해 밤마다 지인들과의 술자리를 가졌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소속사 대표는 매일 밤 직접 전화를 걸어 집에 있는지를 확인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몰래 술자리를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소속사 대표가 한번은 전화를 걸어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질러 보라고 시켰다고 한다. 대표 집과 걸그룹 숙소가 같은 아파트 단지였던 터라 소리를 지르면 집에 있는지 확인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말 그대로 “라떼는 말이야~”일 뿐이다. 만약 요즘에도 연예인의 사생활을 이렇게까지 관리하는 소속사가 있다면 지탄의 대상이 된다. 소속사와의 전속계약 분쟁에서 연예인에게 매우 유리하게 활용될 자료가 될 수도 있다. 이제는 소속사가 연예인의 공식 활동을 관리하고 지원해줄 뿐 그 이상의 매니지먼트는 하지 않는 게 일반화됐다. 이런 탓에 소속사는 연예인 사생활 관련 언론의 문의가 들어오면 “해당 연예인에게 확인해 본 뒤 답변하겠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과거, 그러니까 ‘라떼’에는 당장의 언론 취재를 피하기 위한 수단이었던 답변이 요즘은 정말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된 셈이다. 다음은 한 연예기획사 전 대표의 말이다.
“최근 방탄소년단 정국과 아스트로 차은우, 세븐틴 민규, NCT127 재현 등이 이태원 소재 음식점과 주점에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됐다. 결국 모두 공식 사과하고 사태가 마무리됐지만 일정 부분 이미지 타격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책임이 그들의 소속사로 집중되는 분위기는 안타깝다. 이들의 이태원 방문은 5월 초 이태원 클럽에 확진자가 방문하기 일주일 전이었음에도 그들을 목격했다는 얘기가 많아 소속사에 기자들의 문의가 쏟아졌나 보다. 당연히 소속사는 멤버 개인 일정까지 알 리 없고 문제가 되기 일주일 전에 생긴 일이라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 같다. 그럼에도 소속사가 그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시선은 조금 너무하다. 만약 소속사가 사생활까지 다 통제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그게 더 비난받았을 것이다.”
배우 이민정, 김희정, 걸그룹 애프터스쿨 출신 이주연, 티아라 출신 효민, 전 체조선수 손연재, 인플루언서 임지현 등이 청담동 생일파티를 방문해 논란이 됐다. 사진은 이민정. 사진=최준필 기자
“소속사에서 연예인의 사생활을 관리했던 까닭은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열애설은 기본, 음주운전, 도박, 마약류, 각종 폭행사고 등 사생활 관련 구설수가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오곤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관리해도 터질 사고는 터졌다. 게다가 요즘에는 어느 정도 스타덤에 오른 연예인은 소속사의 사생활 관리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팬들이나 대중도 그런 소속사의 행보를 비난한다. 과거처럼 로드 매니저를 한 명 전담해서 붙일 만큼 소속사들이 여유롭지도 못하다. 수입과 지출이 투명해져 그런 경비를 최대한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방역’이라는 이슈 앞에서 소속사가 다시 연예인의 사생활 통제를 강요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 친한 동료 연예인끼리 건전한 모임을 갖고, 평소 친한 지인의 파티에 들러 축하의 마음을 전하는 일까지 소속사에서 관리를 해야 한다면 세계적인 수준에 이른 한국 연예계가 퇴보할 수도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