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수 주장 단디, DNA 검사로 딱 걸려…기소 후 실명보도 안해 애먼 임영조에 불똥
프로듀서 겸 작곡가 성폭행 구속 기소 사실을 단독 보도한 TV조선은 실루엣 사진과 함께 이니셜 A 씨로 보도했다. 사진=TV조선 ‘뉴스9’ 방송 화면 캡처
요즘은 이런 원칙도 많이 흐려지긴 했지만 과거에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이 범죄 혐의에 연루될 경우 실명 보도는 검찰 기소 시점에 이뤄지는 게 원칙이었다. 경찰과 검찰 수사 과정을 거쳐 검찰이 혐의가 있다고 판단하는 절차가 기소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피의자는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유무죄는 재판을 거쳐 법원이 판단한다. 그렇지만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검찰 기소가 이뤄지면 실명이 보도됐다. 물론 이런 원칙은 이미 지난날의 기준일 뿐 요즘에는 경찰 소환 조사도 이뤄지기 전에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실명이 보도되곤 한다.
단디 사건이 처음 보도된 것은 6월 9일로 이날 서울동부지검은 단디를 구속 기소했다. 실명 보도가 가능해진 시점에 TV조선이 이를 단독 보도했지만 실명이 아닌 ‘A 씨’라는 이니셜을 사용했다. 실명 거론의 또 다른 기준은 인지도다. 문제는 단디가 실명 보도를 할 만큼 유명인인가 하는 거다. 그가 어떤 활동을 이어왔고 어떤 노래를 만들었는지 등의 설명을 들으면 알 수 있을 만한 인물이지만 단디라는 이름 자체가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단디의 유명세를 소극적으로 판단해 TV조선이 실명이 아닌 이니셜 보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사건의 전말을 살펴보자. 단디는 4월 초 지인인 한 여성의 집을 방문해 새벽까지 술자리를 가졌다. 술자리에는 단디와 여성 지인, 그리고 지인의 여동생 등이 있었다. 술자리가 끝난 뒤 이들은 각자의 방에 들어가 잠자리에 들었는데 단디가 지인의 여동생이 잠든 방으로 들어가 성폭행을 했다.
단디는 지난 1월 7일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신곡 ‘들었다 놨다’를 공개했다. ‘미스터트롯’ 출전과 함께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려 했지만 결국 성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사진=SD엔터테인먼트
지인의 여동생이 잠에서 깨 단디에게 저항했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단디는 피해자가 저항해서 결국 성관계는 이뤄지지 않았다며 성폭행 미수를 주장했다. 그렇지만 여동생에게서 단디의 DNA가 발견되면서 단디의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고 결국 검찰은 그를 성폭행 혐의로 6월 9일 구속 기소했다.
TV조선은 단디를 ‘유명 작곡가 겸 프로듀서’ ‘2010년대 초 자작곡을 빌보드코리아 차트에 올리며 유명해진 작곡가’ ‘최근에는 여성 아이돌그룹 프로듀싱까지 사업을 확장한’ 등으로 설명한 뒤 A 씨라는 이니셜을 사용했다.
온라인에선 A 씨가 누구냐를 두고 추측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TV조선이 A 씨라는 이니셜과 함께 언급한 몇 가지 단서를 바탕으로 네티즌 수사대의 추적이 이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거론되기 시작한 실명 두 개가 바로 프로젝트 그룹 ‘폴라로이드 피아노’의 연주자 겸 작곡가인 임영조와 문제의 단디였다. 사실 임영조는 2010년대 초 활동을 시작해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는 부분은 어느 정도 일치하지만 다른 부분은 해당 사항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렇지만 한번 실명이 거론되기 시작하자 9일 밤부터 10일 새벽까지 임영조가 A 씨라는 추측이 온라인에서 탄력을 받았다. 이후 아이돌그룹 프로듀싱 등의 조건들을 종합적으로 볼 때 단디가 A 씨일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10일 오전에는 임영조보다는 단디에게 네티즌들의 의심어린 시선이 더 쏠렸다.
문제는 이 와중에 한 스포츠신문이 “온라인 커뮤니티에 성폭행 작곡가 겸 프로듀서로 임영조가 거론되고 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렇게 임영조의 실명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울타리를 벗어나 언론 보도로 이어지자, 임영조는 조이뉴스24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나는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안 그래도 기사 관련 댓글에 내 이름이 거론되기에 ‘왜 내 이름이 올라오지?’ 싶어서 지켜보고 있었다”며 “기사 내용을 봤지만 나와 무관하다”고 명확히 밝혔다.
‘미스터트롯’ 출전 당시 단디 모습. 그는 이 외에도 ‘쇼미더머니4’와 ‘너의 목소리가 보여’에도 출전했었다. 사진=TV조선
이처럼 엉뚱한 실명이 거론되자 결국 언론은 A 씨가 임영조가 아닌 단디라는 내용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했듯 유명인 여부가 불명확한 터라 실명 보도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임영조라는 애먼 피해자가 등장하면서 결국 단디의 실명이 나오게 됐다.
단디가 최근 ‘미스터트롯’에 출전해 첫 라운드에서 탈락했으며 ‘쇼미더머니4’와 ‘너의 목소리가 보여’ 등에 출전한 이력으로 볼 때 유명세를 갖췄다고 보는 연예관계자들도 있었다. 다만 단디가 이처럼 자신의 유명세를 다수에 인정받은 것은 불행히도 그가 성폭행으로 구속 기소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