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일대 주점들도 확진자 동선에 등장…동성애자들도 ‘찜방’엔 우려 표명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이후 한산해진 이태원 클럽거리. 사진=박정훈 기자
최근 성소수자 커뮤니티에 올라왔다는 글 하나가 SNS를 통해 확산되며 화제를 양산했다. 이 글에 따르면 확진자 가운데 한 명이 유흥주점 종업원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남성 확진자로 그가 일했던 유흥주점은 호스트바, 그것도 여성 고객이 아닌 남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소위 ‘게이 호스트바’다.
게이 커뮤니티에 올라와 있다는 글에 따르면 확진자가 종로 소재의 유흥업소 소속으로 보도방을 통해 다른 업소에서도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가 확진 판정을 받기 직전까지 이태원 소재의 유흥업소에서 일해 추가 감염이 우려된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글에는 유흥업소의 상호와 주소까지 언급돼 있었다.
그렇지만 이 글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언급된 확진자는 실제로 이태원 클럽에서 용인 66번 확진자와 접촉한 것이 감염 경로로 소개돼 있다. 그렇지만 종업원이라고 알려진 것과 달리 일반 회사원인 것으로 보인다. 구청에서 발표한 동선 공개 내용에도 확진자가 정상적으로 회사에 출퇴근한 기록이 기재돼 있다. 게이 커뮤니티에 올라왔다는 글의 동선과 구청이 발표한 동선은 전혀 맞지 않았다. 결국 누군가 허위로 글을 작성한 뒤 게이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인 양 꾸민 가짜뉴스로 보인다.
영화 ‘후회하지 않아’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게이 호스트바는 남성 동성애자들의 유흥 공간 가운데 하나다. ‘호스트’라 불리는 접대부들이 술시중을 드는 형태의 유흥주점인데 고객도 남성인 터라 게이 호스트바다. 사진=영화 ‘후회하지 않아’ 홍보 스틸 컷
영화 ‘후회하지 않아’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게이 호스트바는 남성 동성애자들의 유흥 공간 가운데 하나다. ‘호스트’들이 술시중을 드는 형태의 유흥주점으로 고객도 남성이다. 남성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가 주요 고객층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에 문제가 된 이태원은 물론이고 종로 등 다른 지역에도 이런 게이 호스트바들이 영업하고 있다.
집합금지 명령에 따라 게이 호스트바 역시 영업이 중단됐지만 애초부터 일반음식점으로 등록을 한 뒤 불법 영업을 해오던 업소도 많아 실효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다행히 게이 커뮤니티에 올라왔다는 글은 가짜뉴스로 보이지만 실제로 이런 곳에서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아무래도 밀폐된 공간과 밀접 접촉 등 코로나19 감염 위험성은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편 공개된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들의 동선에서 서울 익선동과 낙원동 등 종로 일대 주점들이 여럿 공통적으로 등장한 부분도 눈길을 끈다. 이태원 클럽에서 감염된 확진자들이 새벽 시간에 몇몇 감성주점과 한옥주점 등을 연쇄적으로 방문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유흥업계 관계자는 “게이 호스트바 형태로 보이는 업소도 있지만 대부분 일반 주점으로 보인다”며 “아예 간판에 영문으로 ‘게이’라고 밝힌 곳도 있지만 대부분 일반 주점과 큰 차이점이 없다. 남성 동성애자들이 자주 찾는 술집인 것 같은데 호스트가 있는 유흥주점은 아닌 것 같다”고 분석했다. 주요 고객이 남성 동성애자일 뿐 일반 주점과 같은 형태라면 집합금지 대상이 아니며 굳이 이상한 시선을 볼 까닭도 없다. 다만 이태원 클럽 발 집단감염이 심각한 상황인 만큼 생활 속 거리두기와 개인위생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사실 이태원 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불거지면서 동성애자들이 더욱 우려스럽게 바라본 곳은 ‘찜방’이었다. 그리고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태원 클럽 확진자 2명이 논현동 소재의 찜방인 ‘블랙수면방’을 방문한 사실이 공개된 것. ‘동성애자 사우나’로 알려진 찜방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성적욕구 해소를 위해 찾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이태원 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가 불거지면서 동성애자들이 가장 우려스럽게 바라본 곳은 ‘찜방’이었다. 이런 우려는 현실이 됐다. 이태원 클럽 확진자 2명이 논현동 소재의 찜방인 블랙수면방을 방문한 사실이 공개됐다. 사진=연합뉴스
방역당국이 집계한 5월 13일 오후 6시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코로나19 확진자는 120명이다. 전국적으로 이태원 클럽과 관련돼 진단검사를 받은 사람은 2만 2000여 명이다. 그런데 아직 확진자 2명의 동선에 포함된 블랙수면방에서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행스런 일이지만 당시 블랙수면방을 방문했던 이들이 적극적으로 검사에 응하지 않아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는 위험성까지 배제할 순 없다. 그럼에도 찜방은 여전히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유흥업소가 아닌 ‘수면방’ ‘사우나’ ‘목욕탕’ 등으로 등록이 돼 집합금지 명령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5월 1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자신을 ‘29세 남성 동성애자’라 밝힌 청원인의 ‘찜방 폐지’ 호소 글이 올라왔다. 그는 “찜방이라는 곳은 수면실, 찜질방으로 둔갑해 불특정 다수의 동성애자들이 일회성 만남을 하는 곳으로 운영돼왔다”며 “동성애자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수많은 비난이 있었으나 안타깝게도 자정이 이뤄지지 않고 지금까지 운영됐다. 대다수 동성애자가 불매해도 최소한의 영업이 가능할 정도의 수요와 공급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뿌리 뽑아야 하는 그릇된 동성애자 문화였다고 생각한다”며 찜방 폐지를 호소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