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석 수석부사장 설립 주소지 가보니 “그런 회사 몰라”…셀트리온 “칼레이도 들어본 적 없어”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치료제의 상용화는 개발 역량뿐 아니라 생산능력까지 갖춰야 하는데 셀트리온의 생산능력은 해외의 대형 제약사들과 경쟁에서 전혀 밀리지 않는다”며 “경쟁사들이 모두 치료제를 개발하더라도 생산문제를 해결하기 쉽지 않아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일회성적인 이벤트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에 따르면 서정진 회장이 보유한 주식의 평가액은 지난 1월 2일 2조 7061억 원에서 5월 31일 4조 8967억 원으로 무려 2조 원 이상 늘었다. 인천광역시 연수구 셀트리온 본사. 사진=임준선 기자
서정진 회장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지만 약속대로라면 올해 말 셀트리온 경영에서 물러나야 한다. 2019년 1월 서 회장은 미디어간담회에서 2020년 말 경영에서 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서 회장은 “은퇴 후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길 계획”이라며 “아들에게는 이사회 의장을 맡게 해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는 역할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서정진 “회장도 임원이기에 정년 지켜야”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서 회장은 “회사 임원 정년이 65세인데 회장도 임원이기에 룰을 어기는 것이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957년생인 서 회장은 만으로 63세지만 3년 임기의 회장직을 연임하면 임기 중 65세를 넘긴다. 서 회장의 임원 임기 만료일은 오는 2021년 3월이다.
서정진 회장에게는 장남 서진석 셀트리온 수석부사장과 차남 서준석 셀트리온 운영지원 이사 두 명의 자녀가 있다. 서 회장 은퇴 후 두 아들은 서 회장 뜻에 따라 셀트리온 이사회 멤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기업에서는 이사회 의장이 그룹 회장에 비하면 파워가 약하다”면서도 “주주총회 안건을 결정할 수 있는 수준의 지분을 갖고 있으면 회장도 의식할 수밖에 없어 사실상 권력은 유지된다”고 전했다.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 지주사 셀트리온홀딩스의 지분 95.51%를 갖고 있지만 셀트리온홀딩스는 사업회사인 셀트리온 지분을 20.03%만 갖고 있다. 특수관계자 지분을 포함해도 22.87%다. 2대주주인 국민연금은 셀트리온 지분 9.16%, 3대주주인 아이온인베스트먼트는 7.51%를 갖고 있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하고, 아이온인베스트먼트도 이에 동조하면 이들과 서 회장 일가의 지분은 6.2%포인트(p)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앞의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에 밉보이지만 않는다면 당장 주주총회 안건 통과에 영향이 갈 수준은 아니지만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올해 초 “주주들이 원한다면 내년에라도 3사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셀트리온 3사 합병하면 서 회장 지분 높아져
최근 셀트리온, 셀트리온제약, 셀트리온헬스케어, 3사 합병설이 나오는 배경도 셀트리온에 대한 서 회장 측 지분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서 회장은 지난 1월 바이오 투자행사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여해 “주주들이 원한다면 내년에라도 3사 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합병 추진의 표면적인 이유는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빠른 의사결정을 이끌겠다는 것이다.
현재 셀트리온헬스케어 최대주주는 지분 35.62%의 서 회장이고, 셀트리온제약 최대주주는 지분 54.97%의 셀트리온이다. 3사 중 자산 규모가 가장 큰 셀트리온이 존속회사로 남으면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주들은 합병 비율대로 셀트리온의 신주를 배정받는다. 따라서 합병이 진행되면 셀트리온헬스케어 최대주주인 서 회장의 셀트리온 지분율도 높아진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제로 합병을 한다면 서 회장의 셀트리온 지배력이 강화된다”며 “그동안 꾸준히 제기되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간 일감몰아주기 논란도 사라진다”고 전했다.
아직까지 서진석·준석 형제는 셀트리온홀딩스나 셀트리온 등 주요 계열사들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3사 합병 이슈가 불거진 만큼 서 회장이 은퇴하고, 3사 합병까지 마친 후 지분 승계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3사 합병은 주주들의 의견을 묻겠다는 입장을 유지 중이지만 아직 진행되는 건 없다”며 “지분 승계에 대해서도 특별히 들은 바 없고, 서 회장도 지분 승계를 언급한 적은 없다”고 전했다.
서진석 수석부사장의 개인회사 칼레이도는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있는 한 공유오피스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이곳에서 칼레이도의 사무실은 찾을 수 없었다. 사진=박형민 기자
#서진석 부사장 개인 회사 사무실 가보니…
서 회장이 2019년 은퇴를 예고한 후 서진석·준석 형제는 특별한 행보를 보이지 않아왔다. 다만 지난 4월 서진석 수석부사장이 개인 회사 칼레이도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칼레이도는 의약품 판매, 바이오 기업 및 기술에 대한 투자 등을 사업목적으로 하고, 자본금은 100만 원이다. 서 수석부사장은 칼레이도의 유일한 사내이사로 사실상 대표이사다.
칼레이도의 사무실 주소지는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있는 한 공유오피스다. 하지만 이곳에서 칼레이도의 사무실 간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해당 공유오피스 운영사 관계자는 “우리가 칼레이도나 서진석 수석부사장과 계약을 맺은 기록이 없다”고 밝혔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칼레이도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어서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전했다.
대기업이 오너 일가 개인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고, 그렇게 번 돈을 승계 자금에 사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재계 다른 관계자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일감 몰아주기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일감을 몰아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회사 규모도 작아 특별한 용도가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서정진 회장은 은퇴를 6개월 남짓 남겨두고 있지만 셀트리온 차기 경영권에 대한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는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경영과 소유는 철저히 분리하겠다고 했지만 서진석 수석부사장과 서준석 이사의 행보에 대해 정해진 건 없다”며 “부사장직이 곧 경영권은 아니기에 서진석 수석부사장이 부사장직을 내려놓을지도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