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사건 아니고 가해 부모가 우울증 주장 땐 ‘솜방망이’ 처벌…“양형 기준 강화돼야”
최근 ‘창녕 아동학대’ ‘천안 여행가방 아동학대’ 사건이 연이어 불거지면서 다시 한 번 아동학대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위기 아동 확인제도를 살펴보라”고 지시했고 이에 경찰과 보건복지부는 앞으로 한 달 동안 학대 위기 아동 2300여 명을 집중적으로 조사한다. 다만 이런 조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이 이미 여러 차례 증명됐다. 이런 터라 보다 근본적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법원의 양형기준이 달라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아동학대 사건의 처벌 수위를 놓고 볼 때 안타깝게도 가장 큰 기준은 피해아동의 ‘사망’ 여부다. 사망에 이르렀을 경우 ‘살인죄’가 적용되느냐 ‘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되느냐에 따라 형량은 또 크게 달라진다. 사진=일요신문DB
‘창녕 아동학대’ ‘천안 여행가방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학대 부모는 과연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될까. 물론 이 부분은 앞으로 재판을 통해 법원에서 결정될 것이다. 그렇지만 과거 유사 사건에서 법원이 어떤 양형 기준으로 어떤 판결을 내렸는지를 살펴보면 처벌 수위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처벌 수위를 놓고 볼 때 안타깝게도 가장 큰 기준은 피해아동의 ‘사망’ 여부다. 사망에 이르렀을 경우 ‘살인죄’가 적용되느냐 ‘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되느냐에 따라 형량은 또 크게 달라진다. 사망에 이르지 않아 아동학대 혐의만 적용될 경우 실형보다는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게다가 상당수의 사건에서 가해 부모의 우울증 등이 감경요소로 인정됐다.
가장 대표적인 아동학대 사건으로 기억되는 ‘평택 원영이 사건’에선 대법원이 가해자인 계모 김 아무개 씨와 친부 신 아무개 씨에게 각각 징역 27년과 17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각각 징역 20년과 15년을 선고받았지만 이례적으로 2심에서 형량이 가중됐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피해 아동을 세 달 동안 화장실에 가두고 락스를 몸에 들이붓는 등의 학대로 사망에 이르게 한 이 사건은 가해 부모에게 살인죄가 적용돼 이처럼 높은 형량이 가능했다.
반면 생후 8개월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엄마는 징역 10년을 선고 받았다. 2018년 1월 가해 엄마는 생후 8개월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했다. 그 이전 엄마는 아들을 버리려다 적발돼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었다. 아들이 사망하자 시신을 베란다에 숨긴 뒤 사회복지사에게 적발될 것을 우려해 또래 아이를 입양하려 하기도 했다. 당시 가해 엄마는 다이어트약 복용으로 인한 우울 장애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사건은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죄가 적용됐다. 아동학대치사죄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게 돼 있는데 양형기준은 6~10년이다. 여기에 가중요소와 감경요소에 따라 양형기준이 달라지며 추가 혐의도 양형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 사건은 양형기준에서 가중요소는 많았지만 감경요소는 적어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최근 발생한 ‘천안 여행가방 학대 사건’은 40대 계모가 동거남의 9세 아들을 7시간 동안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했다. 경찰은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해 연말 서울 관악구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말을 안 듣는다는 이유로 5세 딸을 여행 가방에 3시간가량 가둬 숨지게 한 40대 여성으로 5월에 열린 1심 선고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이 여성도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어릴 때부터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했고 산후 우울증 증세가 있던 것으로 보인다”는 감경요소를 밝혔다.
창녕 아동학대 사건의 피해 아동은 평소 집에서 목줄을 하고 있었고 설거지 등 집안일을 할 때만 목줄을 풀 수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와 유사한 사건도 있었다. 2018년에 불거진 세 살짜리 아들에게 개 목줄을 채워 숨지게 한 사건이다. 가해자인 친부와 계모는 징역 15년을 선고 받았다. 역시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로 처벌됐다.
그런데 창녕 아동학대 사건은 다행히 피해 아동이 집에서 탈출했고 그를 발견한 이웃 주민들의 경찰 신고로 구조됐다. 4층 높이의 집 테라스에서 옆집 테라스로 넘어가 도망쳤는데 어른도 어려운 목숨 건 탈출이었다. 학대 내용도 굉장히 충격적이다. 계부가 프라이팬으로 아이의 손가락을 지졌고 친모는 쇠젓가락을 불에 달궈 아이의 발바닥을 지졌다. 글루건으로 발등을 쏘기도 했으며 쇠막대기와 빨래건조대 등으로 구타했다. 또한 집에선 목줄로 묶어뒀다. 이미 경찰은 가해부모의 집을 압수수색해 쇠사슬과 자물쇠, 글루건, 프라이팬, 효자손, 쇠막대기 등을 확보했다.
‘창녕 아동학대 사건’의 가해자인 계부와 친모는 아동학대 혐의로 처벌받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과거 유사 사건 판결은 실형보다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많았다.
창녕 아동학대 사건의 친모 역시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향후 법원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2015년 7월 광주지법 순천지원은 딸의 다리, 팔, 손바닥, 입 등을 여러 차례 때려 다발성 타박상을 입히는 등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20대 엄마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심지어 가해 엄마는 담뱃불을 딸의 다리에 갖다 대 상해를 입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법원은 이혼 후 홀로 두 자녀를 양육하며 우울증을 앓았다는 점, 딸이 엄마에게 돌아가 다시 함께 살고 싶어 하는 점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2016년에는 생후 7개월 된 아들을 바닥에 집어 던져 두개골 골절과 뇌출혈 등의 중상을 입히고 온몸을 때리기도 한 20대 엄마가 기소됐다. 법원 판결은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이번에도 산후우울증이 감경요인이 됐다.
창녕 아동학대 사건의 친모 역시 조현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향후 법원의 결정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