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개 계열사 가운데 첫 도전…탄탄한 몸 만들었지만 캐시카우 ‘위태’
코로나19 영향으로 얼어 붙었던 IPO 시장에 온기가 돌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월 15일까지 상장예비심사 청구 접수 건수는 총 7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건 늘었다. SK바이오팜과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올해 하반기 ‘대어’로 시장을 이끌 전망이다. SK바이오팜의 예상 시가총액은 최대 4조 원,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5조 원에 달한다.
그런데 최근 카카오게임즈가 또 다른 ‘대어’로 깜짝 등장했다. IPO에 성공하면 국내외 총 120개 비상장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카카오의 첫 상장사가 된다. 지난 6월 11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본격적인 IPO 준비를 시작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공동으로 상장주관사를 맡았다.
카카오게임즈가 카카오 계열사 가운데 처음으로 IPO에 도전한다. 사진=일요신문DB
카카오게임즈의 IPO 도전은 이번이 두 번째다. 2018년 5월 시도했다가 돌연 자진 철회했다. 감리 이슈에 발목이 잡혔다.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한 비상장 기업 지분가치를 두고 감리를 진행한 한국공인회계사회와 이견이 생긴 것이다. 당시 크래프톤, 손노리, 네오바자르 등의 지분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크래프톤이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성공하자 카카오게임즈가 처음 지분을 취득했던 때와 IPO를 추진하던 당시의 지분 평가액 차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감리가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카카오게임즈는 증권신고서도 제출하지 못하고 상장 계획을 접었다. 첫 IPO 시도 당시 1조 5000억 원대에 달했던 카카오게임즈의 몸값은 1조 원 아래로 내려갔다.
#공 들인 ‘몸만들기’…캐시카우 부진은 약점
최근 증권가는 카카오게임즈의 몸값이 최대 2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한다. 국내 게임 상장사 가운데 시가총액 기준 엔씨소프트(18조 원), 넷마블(8조 원), 펄어비스(2조 7000억 원)에 이은 4위 수준이다.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을 등에 업은 점이 가장 큰 경쟁력으로 꼽힌다. 이를 활용한 카카오게임즈의 월 이용자수는 2000만 명으로, 모바일 게임 플랫폼 중에선 국내 1위다. 게임주가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의 최대 수혜를 받고 있는 만큼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관들이 통상 기업의 미래 가치를 가장 중요한 투자 기준으로 정하는 만큼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카카오게임즈는 그동안 체질 개선을 통해 ‘몸만들기’에도 집중했다. 첫 상장 시도에 앞서 게임 유통위주 사업에서 PC온라인게임 ‘검은 사막’과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사업권을 따내면서 퍼블리싱 사업으로 확대했는데, 자진 철회 이후에도 두 게임이 꾸준히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했다.
대형 게임사의 ‘필수 조건’인 자체 개발 역량은 M&A(인수·합병)로 강화했다. 지난 2월 엑스엘게임즈 주식 47.57%를 1180억 원을 들여 인수했다. 2019년 4분기 카카오게임즈 매출(1059억 원)을 넘어서는 금액이다. 국내 게임 업계에선 엑스엘게임즈 개발진과 지적 재산권(IP)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2018년 8월 100억 원의 투자로 인연을 맺고 모바일 게임 ‘달빛조각사’를 출시했는데 이 게임이 카카오게임즈 4분기 매출 확대를 견인했다.
업계에선 카카오게임즈가 실적 개선과 개발 능력을 강화가 곧 상장 기반으로 이어진다고 판단해 엑스엘게임즈를 인수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한 달 뒤인 지난 3월 복수의 게임 개발사에 230억 원을 투입해 지분 투자를 했다. 이 가운데에는 넥슨 출신 유력 개발자들이 설립한 개발사도 포함돼 있다.
첫 IPO 도전 당시 발목을 잡았던 감리 문제도 해결됐다. 2019년 IPO 감리가 폐지되고 재무제표 심사 제도가 도입됐다. 상장 준비 기업은 감리를 받지 않아도 된다. 만약 회계 오류가 발견되면 재무제표를 수정하면 된다. 예비심사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량기업 조건을 충족하고 있어 패스트트랙 심사를 받는다. 이르면 7월, 늦어도 8월에는 예비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IPO 흥행 가능성에 대해 다른 의견도 나온다.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검은사막’의 국내 서비스권을 2019년 5월 개발사 펄어비스가 회수해 갔다. 매출의 3분의 1을 담당하고 있는 북미와 유럽 서비스권은 아직까지 보유하고 있지만 계약 연장이 위태롭다. 배틀그라운드는 최근 하락세다. 카카오게임즈는 PC방 이용자가 배틀그라운드를 실행하면 시간당 일정 요금을 받고 있는데, 지난해부터 꾸준히 사용시간이 줄고 있다. 달빛조각사를 제외하고 안정적인 캐시카우 게임이 없는 셈이다.
카카오게임즈는 하반기에 출시 예정인 게임 ‘엘리온’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사진=엘리온 홈페이지
카카오게임즈는 하반기 출시 예정인 대형 게임 ‘엘리온’에 기대를 걸고 있다. 크래프톤의 개발스튜디오 ‘스튜디오블로홀’이 개발 중이다. 증권가에선 카카오게임즈가 상장에 성공하면 향후 주가는 이 게임 흥행에 따라 갈릴 것으로 분석한다. 엘리온 출시 예정일은 미정이다. 연내 출시가 목표다. 지난해 진행한 2차테스트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다만 최근 게임 시스템을 새롭게 바꾸면서 게임 업계 일각에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카카오 계열사 상장 릴레이 신호탄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 시작으로 다른 계열사들의 IPO도 잇따라 추진할 방침이다. 당초 금융투자업계에선 카카오가 카카오게임즈보다는 카카오페이지를 IPO 도전의 첫 주자로 내세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카카오게임즈가 감리 문제로 주춤한 사이 카카오페이지가 대신 나섰었다. 주관사도 선정했고, 올해 초 예비심사를 목표로 관련 작업도 진행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가 불거진 이후 카카오게임즈의 기업 가치가 높아진 동시에 감리 문제에도 벗어나면서, 카카오 내부적으로 순번을 바꾸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통상 한 기업이 두 개의 IPO를 동시에 진행하지 않는 게 관행인 만큼 카카오페이지 IPO는 올해 연말께 추진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가에선 카카오페이지 몸값도 조 원 단위에 달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금융권을 휩쓴 ‘메가 메기’ 카카오뱅크도 IPO가 기정사실화됐다. 예상 몸값은 10조 원에 육박한다. 그 밖에 카카오재팬, 카카오페이, 카카오모빌리티 등도 줄줄이 IPO에 도전할 것으로 관측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카카오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몸집을 불려왔고 이제는 자금을 회수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계열사 IPO가 흥행해 대규모 자금을 얻게 된다면 또 다시 대형 M&A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며 “첫 단추를 채울 카카오게임즈의 어깨가 무거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