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크 “앨범 제때 발매하라” YG 앞 시위…원스 ‘코로나 확산 속 일본 스케줄 강행’ 우려
YG엔터테인먼트의 간판 걸그룹 블랙핑크는 데뷔 5년 만에 처음으로 정규 앨범 제작 소식이 전해졌다. 앞서 블랙핑크의 팬덤은 그룹 처우를 놓고 2차에 걸쳐 YG를 향한 시위를 한 바 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블랙핑크의 경우 이번 컴백에 어깨가 무겁다. 블랙핑크는 소속사 YG가 지난해 초부터 각종 사건·사고에 휘말린 탓에 음반 외에도 좋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했다. ‘버닝썬 게이트’와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의 수사에 대해 대중의 관심이 다소 잠잠해진 이 시점에 몰아쳐야 소속사가 가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팬들 역시 이번 컴백을 기회로 받아들이고 있다. 앞서 블랙핑크의 팬덤 ‘블링크(BLINK)’는 지난 14~15일 이틀간 YG 사옥 앞에서 트럭을 동원한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지난해 12월에 이은 2차 시위였다. 팬덤은 “2016년에 데뷔한 블랙핑크가 1년에 한 번씩 컴백을 해 왔고, 데뷔 5년차인데도 정규 앨범이 없는 상황”이라며 “컴백을 하더라도 적은 곡 수로 인해 고질적인 세트 리스트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YG에 블랙핑크의 1년 2컴백(1년에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두 번 컴백할 것)과 국내 음악방송 및 연말 무대, 시상식 출연 등을 요구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자사 소속 가수들에 대한 ‘고질적인 컴백 연기’로 팬덤 사이에서 악명이 높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들이 2차에 걸쳐 시위를 진행한 데는 YG의 고질병이 돼버린 ‘컴백 지연’이 큰 원인이 됐다. 매번 양현석 전 대표 프로듀서의 SNS나 YG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컴백 스케줄을 공지하지만, 그대로 진행된 적이 손에 꼽을 정도기 때문이라는 것. 앞서 선배 그룹인 빅뱅이나 위너, 아이콘 등의 팬덤도 같은 이유로 YG를 향해 보이콧 시위를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시위는 지난 1차 시위 당시 YG 측이 “2020년 초 새 앨범 발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음에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것에 팬들의 분노가 폭발해 이뤄진 것이다.
블랙핑크는 지난해 발표한 ‘킬 디스 러브(KILL THIS LOVE)’ 이후 신곡 발표나 앞으로 활동 계획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이 없었다. JYP의 트와이스, SM의 레드벨벳 등 다른 대형 기획사 걸그룹과 비교해 블랙핑크는 곡수가 현저하게 적고, 이 때문에 활동기보다 공백기가 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무대나 앨범 준비 없이 콘서트 위주의 활동으로만 내모는 YG의 그룹 운영 특성이 팬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YG는 지난 18일 “블랙핑크가 10곡이 넘는 신곡 녹음을 모두 마치고 첫 정규 앨범 작업을 완료했다”고 공지했다. 6월 컴백에서 발표될 신곡은 선공개 타이틀곡이며 7~8월께 특별한 형태의 두 번째 신곡이 예정돼 있다는 게 YG 측 설명이다.
첫 정규앨범은 오는 9월 발표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YG의 계획이 예고된 일정대로 진행된 사례가 별로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팬덤은 이번 공지를 두고도 “또 밀리는 게 아니냐”며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이미 앞서 선배 그룹인 2NE1도 YG의 이 같은 고질병으로 고통받는 것을 목격해 왔기에 컴백 공지에 마냥 기뻐할 수만도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트와이스는 소속사인 JYP의 신속하고 전폭적인 밀어주기로 상승세를 이뤄왔다. 다만 이번 코로나19 등 변수 속에 일본 활동을 강행하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사진=박정훈 기자
#‘일본 가서 아프면 어떡하나…’
반면 9개월 만에 신곡으로 돌아오는 트와이스는 탄탄한 팬덤과 소속사의 신속하고 전폭적인 ‘밀어주기’를 바탕으로 단기간에 급성장한 케이스다. 2015년 데뷔 후 지난해까지 4년간 한국에서 낸 음반만 정규 1집과 리패키지 앨범을 포함해 총 13개. 여기에 오는 6월 발매될 미니 9집 ‘모어 앤드 모어(MORE & MORE)’까지 합하면 총 14개다. 일본에서 발매된 앨범까지 합하면 총 26개의 앨범을 내는 셈이니, 그야말로 ‘소처럼 일해왔다’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걸그룹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트와이스 팬덤인 원스(ONCE)는 그룹의 국내 활동에 큰 불만이 없다. 다만 그들이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컴백 후 활동에서 배제할 수 없을 정도로 비중이 높은 일본 활동이다. 지난해 일본과 수출 규제 분쟁에 이어 올해 코로나19 사태까지 대부분 연예인들의 일본 활동이 중단된 상황이지만, 트와이스는 6월 컴백으로 국내 활동을 마친 뒤 7월부터 일본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 22일 일본 6번째 싱글 앨범 ‘팡파르(Fanfare)’의 공식 앨범 재킷 사진을 공개해 오는 7월 8일 일본 현지 발매 예정 소식을 알려왔다.
트와이스는 오는 6월 ‘모어 앤드 모어(MORE & MORE)’로 국내 활동을 한 뒤 7월 8일 ‘팡파르(Fanfare)’로 일본 활동에 나선다. 사진=JYP엔터테인먼트 제공
트와이스의 일본 진출 성공이 JYP의 안정적인 성장의 발판이 됐다는 데엔 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팬덤 역시 이견이 없다. JYP 실적의 호조세를 평가하는 지표에 트와이스의 일본 활동 여부가 척도가 될 정도다. 실제로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끌어낸 JYP에 대해 투자전문가들은 트와이스의 컴백으로 2분기에도 안정적인 성장세가 점쳐지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다. 그런 만큼 국내외 정세와는 별개로 거의 동시 활동이나 다름없는 스케줄을 강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
다만 여전히 한·일 관계가 경색돼 있고 코로나19로 해외 활동이 대부분 막혀 있는 상황에서 일본 활동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코로나19의 진단·치료 등 현황에 대한 투명한 정보를 받을 수 없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일본 정부가 발표하는 코로나19의 새로운 확진자 수가 연일 줄어들고 있기는 하나 뚜렷한 방역대책이나 치료 방법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지 활동을 강행하는 것은 무모하지 않느냐는 지적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현재 JYP에 트와이스의 일본 활동은 국내 활동과 동등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영향력이 있기 때문에 계획대로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지난해 한·일 양국 간 갈등이나 올해 초 코로나19 쇼크 상황에서 JYP의 피해가 적었던 것도 이미 일본 내에 구축한 트와이스 팬클럽과 그에 따른 음원 성적 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상황을 보고 세부적인 계획을 다시 세울 수는 있어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