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성애 이미지 팔고 있다” 2015년부터 줄곧 비난… 변호사 “아이유 사회적 평가 저하시켜, 명예훼손 성립”
최근 아이유는 한 온라인 비공개 여초커뮤니티의 ‘악플러’들을 대거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벌금형 등을 선고받았다. 사진=박정훈 기자
지난 6월 24일 아이유의 소속사 EDAM엔터테인먼트는 악플러들에 대한 고소 진행 상황을 공개했다. 소속사 측은 “일부 가해자는 형법상 모욕죄 및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기소됐는데 아이유를 과도하게 비방하고 무분별한 악플을 여러 개 달았다”며 “죄질의 심각성이 상당해 재판부가 직권으로 검사가 구형한 벌금보다 더 무거운 벌금형을 선고했다”고 전했다.
법정으로 넘겨진 악플러 외에도 수많은 이들이 아이유의 고소 대상이다. 이들 가운데 다수가 포털사이트 다음의 한 비공개 여초(여성 중심) 커뮤니티 회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유의 고소 기사가 보도되자 이 커뮤니티에서는 “나도 아이유와 관련한 댓글로 경찰의 연락을 받았다”는 게시물이 쏟아져 나왔다.
한 회원은 “심한 쌍욕을 한 것도 아닌데 왜 고소를 하는지 모르겠다. 다른 커뮤니티도 그 정도 댓글은 충분히 있을 건데 우리 커뮤니티만 노린 것으로 보인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다른 회원들 역시 “이 일을 공론화시켜야 한다. 기사를 내든 청원을 하든 다 같이 대응하자” “개인이 느낀 감정을 댓글로 썼을 뿐인데 아이유가 입막음을 하고 있다. 뒷배에 누군가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단체 행동에 나설 계획까지 밝혔다. 이제까지의 악플러들이 피소될 때마다 최대한 몸을 사렸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아이유의 고소 사실이 알려지자 해당 커뮤니티 내에서는 집단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들이 말하는 정당한 비판은 ‘아이유에 대한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비롯됐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관점의 정당성을 설명하려면 아이유의 2015년 미니 4집 앨범 ‘CHAT-SHIRE’(체셔) 발매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타이틀 곡 ‘스물 셋’의 뮤직비디오에서 아이유가 어린 아이처럼 젖병을 물고 우유를 붓는 등 롤리타 콤플렉스(Lolita Complex·유아 또는 소녀에게 갖는 성적인 욕망)로 판단될 만한 장치를 활용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제일 처음 이 점을 지적한 것은 극우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였지만 이후 여초 커뮤니티로 내용이 전달되면서 아이유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같은 앨범의 곡 ‘Zeze’(제제)도 ‘다섯 살짜리 어린 아이(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 속 주인공 제제)에게 성적인 이미지를 덧씌웠다’는 논란이 일면서 결국 아이유가 이 같은 비판을 수용하고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기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논란을 기점으로 아이유를 향한 비판을 넘어선 비난과 악플이 쇄도하면서 결국 소속사가 강경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한 소속사 관계자는 “이때부터 지금까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비슷한 악플이 계속되고 있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이번에 피소된 ‘악플러’들은 “정당한 비판”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법조계에서는 “명예훼손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현재까지 아이유 측으로부터 피소된 여성 악플러들이 공개한 댓글을 보면 구체적인 욕설이나 적극적인 명예훼손의 의도가 보이는 댓글은 거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아이유의 일거수일투족을 두고 “또 남자들의 성적 욕망을 채워주기 위해 소아성애적인 이미지를 팔고 있다” “이전에도 저런 방식으로 인기를 끌었다”는 식의 비난 댓글이 한 게시물당 수십~수백여 개에 이르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아이유가 일상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품을 들고 찍은 사진에도 터무니없는 비난 댓글이 달릴 정도다.
그럼에도 피소된 이들은 모두 입을 모아 “비난이 아니라 정당한 비판”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아이유가 페미니즘에 역행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기 때문에 대중으로서 정당한 비판을 가한 것이며 공인으로서 이 같은 비판을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대로 아이유의 고소는 ‘혐의없음’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있을까. 결과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법조계 이야기다. 댓글을 단 본인이 ‘정당하다고 믿고 있었다’는 말은 이번 사건의 범죄 혐의 구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다는 것.
아이유의 소속사 EDAM엔터테인먼트는 악플러에 대해 어떤 합의나 선처 없는 강경 대응에 나설 것을 밝혔다. 사진=아이유 인스타그램 캡처
다수 연예인들의 악플러 고소 사건을 수임해 온 한 변호사는 “자신이 믿고 있는 게 사실이고 이를 토대로 정당한 비판을 했다는 걸로 용서를 받겠다는 건, 유명인이 혼외자를 만들었다는 허위사실을 믿고 그걸 공개적으로 게시하며 사생활을 비판하는 악플도 완전히 무혐의가 된다는 말이나 마찬가지”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물론 앞선 아이유 논란에 대해 개개인의 생각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가치판단적인 의견 개진은 국가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이 경우에도 반드시 사회 통념적으로 정당한 비판인지 여부를 가려야 한다. 이번에 피소된 사례는 ‘아이유가 소아성애적 이미지를 팔아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비판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실제 사회 통념상 아이유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키는 댓글이 고소 대상이 됐으므로 이 역시 당연히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