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새 ‘한국통+폭격통’ 3명 한반도 작전권 배치…“인사만으로 북한 부담감 상당”
사진 왼쪽부터 케네스 윌즈바흐 태평양공군사령관, 스캇 플라우스 제7공군사령관, 크리스해먼드 제8전투비행단장. 사진=미 공군 홈페이지
가장 먼저 지휘관이 바뀐 부대는 태평양 공군 사령부(Pacific Air Force)였다. 태평양 공군 사령부 책임 지역은 북아메리카 서해안부터 인도양까지 길게 뻗어있다. 미군 방위체계의 핵심을 맡은 부대다. 태평양공군사령관을 지내던 찰스 브라운 미 공군 대장은 최근 미 공군 참모총장으로 영전했다. 후임자로 지명된 이는 케네스 윌즈바흐 대장이다. 윌즈바흐 대장은 미 공군 최고 전투기 조종사로 꼽혔던 인물로 대규모 스트라이크 패키지 전문가라는 평을 듣는다.
여기서 스트라이크 패키지란 ‘단일 공격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상이한 능력을 지닌 항공기로 구성된 편대들의 집단’을 일컫는다. 현대전에서 ‘수술식 타격’ 성격을 띠는 공격을 주도하는 핵심 집단이다. 수술식 타격은 미군의 북한 공습 작전을 논할 때 자주 거론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스트라이크 패키지 전문가 윌즈바흐 대장은 미 공군 제18비행단장과 제7공군사령관을 역임했다. 제18비행단장은 일본 오키나와현 가데나 소재 주일미군 공군기지에 상주하고 있으며, 제7공군사령부는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주한미군 부대다. 태평양공군사령관에 임명되기 전 그는 주한미군 부사령관으로 재직했다. 그야말로 ‘한반도 작전’에 잔뼈가 굵은 인물인 셈이다.
6월 2일엔 전라북도 군산에 상주하는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 지휘관이 바뀌었다. 크리스 해먼드 대령이 미 공군 제8전투비행단장으로 취임했다. 해먼드 대령은 미군의 ‘플래그십 전투기’라고 할 수 있는 F-16 조종사 출신이다. 코소보 공습과 중동 지역 작전이 풍부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대위 시절엔 오산 제51전투비행단 36비행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 한국과의 인연도 깊은 지휘관이다. 해먼드 대령은 일본 혼슈 북단에 위치한 일본 미사와 기지 소재 제35전투비행단 부단장에서 제8전투비행단장으로 영전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해먼드 대령은 ‘폭격’과 거리가 먼 공군 지휘관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해먼드 대령은 SEAD(Suppression of Enemy Air Defenses)라고 불리는 방공망 제압 작전에 특화된 지휘관 출신이다. SEAD 작전은 적의 지대공 방공망 체계와 조기 경보기 레이더, 지휘·명령 시스템을 무력화시키려는 군사적 전략 명칭이다. 이와 같은 방공망 제압 작전엔 두 가지 공습 방식이 존재한다. 직접적인 타격과 전자시스템 교란(EMP)이다.
전직 국방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SEAD는 현대전 발발시 첫 주 동안의 모든 임무 중 30%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다. 현대전의 첨병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한미군에서 중요한 전력을 담당하는 제8전투비행단 지휘관으로 해먼드 대령이 부임한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2017년 한미 공군 합동 비행 장면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6월 12일엔 미 제7공군사령부 지휘관이 교체됐다. 미 제7공군사령부는 경기도 오산 소재 부대로 새로 부임한 사령관은 스캇 플라우스 중장이다. 플라우스 중장 역시 대표적인 한국통으로 꼽힌다. 플라우스 중장은 대위로 재직하던 1996년 앞서 언급한 제8전투비행단에서 교관 조종사로 활동했다. 2011년엔 대령 계급장을 달고 제8전투비행단장으로 부임했다.
제7공군사령관 취임 전 플라우스 중장은 태평양공군사령부 항공작전국장으로 ‘한반도 작전 지역’의 전략통으로 활약했다. 태평양공군사령부 항공작전국장은 태평양 지역 미 공군의 장거리 공습을 총괄하는 책임자다.
플라우스 중장은 실제 중요 작전에 투입돼 무공을 세운 인물로 유명하다. 이라크에서 벌어진 서던 워치 작전과 걸프전 당시 사막의 폭풍 작전에서 실전 경험을 한 장교다. 사막의 폭풍 작전은 1991년 미군을 중심으로 한 연합군이 바그다드에 대한 공습을 일컫는 작전명으로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군사 작전이다.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전경. 사진=연합뉴스
불과 한 달 사이에 ‘한국통’, ‘폭격통’ 평가를 듣는 지휘관 3명이 한반도 작전권에 전격 배치됐다. 6월 4일 북한이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 담화를 통한 대남 압박을 본격화하던 시점을 전후로 미군은 의미심장한 인사를 연이어 단행했다.
전직 국방부 관계자는 “미 공군 인사만으로 북한이 느꼈을 부담감이 상당할 수 있다”면서 “자칫하면 미국이 먼저 군사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위기감이 북한 군부에서 고조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이 예고했던 것처럼 ‘군사 행동’에 돌입했을 경우 잠수함 기반 핵미사일 발사 실험인 SLBM 도발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SLBM 도발의 경우엔 미 본토까지 직접 타격권 내로 두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 있기 때문에 북한 입장에서 미군 동향을 면밀히 살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 소식통은 “북한 상부에선 미국 대선 결과에 관심이 상당히 높다”면서 “북한 지휘부 내에선 2018~2019년까지 ‘외교 파트너’였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언제든 자신들의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공격자로 태세를 전환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상존한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김여정의 말폭탄을 김정은이 ‘군사행동 보류’라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다시 주워 담았다”면서 “이 같은 일련의 조치는 북한이 미군의 실질적 ‘선제 조치’ 가능성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