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논란 SBS ‘고 노무’ 자막으로 분노 유발…“미처 확인 못해 죄송” 변명·사과만 반복
케이블채널 SBS funE 예능 ‘왈가닥 뷰티’는 6월 22일 방송에 포함된 자막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들어봅시다. 고 노무 핑계’라는 자막을 썼기 때문이다. 사진=SBS ‘왈가닥 뷰티’ 방송 화면 캡처
#또 일베 논란…안 막나 못 막나
케이블채널 SBS funE 예능 ‘왈가닥 뷰티’는 6월 22일 방송에 포함된 자막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방송에서 출연자들의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채팅방) 대화를 정리하며 ‘들어봅시다. 고 노무 핑계’라는 자막을 썼다. 이는 극우 성향을 보이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노 전 대통령을 희화할 목적으로 쓰는 표현이기 때문에 비판이 쏟아졌다. 제작진은 “사전 시사를 통해 걸러내지 못한 책임을 통감하며 고 노무현 대통령과 유가족, 시청자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이미 해당 회차의 재방송 및 영상 클립을 모두 서비스 중지했다. 하지만 대중의 분노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SBS가 그동안 수차례 일베 논란으로 지적 받았기 때문이다. 2013년에는 SBS 간판 뉴스인 ‘8뉴스’에서 노 전 대통령과 코알라를 합성한 사진을 사용했고, ‘스포츠뉴스’ 진행 도중에는 연세대학교의 로고에 일베 문구를 삽입한 변형 로고를 사용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대다수 방송사는 일베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난해 TV조선 ‘아내의 맛’은 트로트 가수 송가인의 아버지를 가리키며 ‘전라디언’이라는 표현을 썼고, KBS는 ‘TV는 사랑을 싣고’와 ‘연예가중계’ 등에 일베 이미지를 넣었다고 호된 질책을 받았다. MBC ‘섹션TV 연예통신’도 일베가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할 목적으로 만든 이미지를 노출시켰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바 있다.
일베 이미지 사용이 계속되는 가장 큰 이유는 프로그램 제작진들이 관련 이미지들을 인터넷 게시판 등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각 방송사가 가진 정식 데이터베이스가 아닌 자료의 경우 정상적인 이미지와 일베 이미지를 구분하기 어렵다.
제작진의 문제의식 부재 역시 함정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일베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해명 과정에서 ‘그런 이미지인지 몰랐다’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는 변명이 반복되고 있다”며 “이번 ‘왈가닥 뷰티’에서 사용한 ‘노무’라는 표현은 지난해 유튜브 유명 채널 ‘워크맨’에서 같은 자막을 사용했다가 엄청난 후폭풍을 맞은 적이 있다. 평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6월 20일 방송된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은 게스트로 참여한 아역 배우 김강훈이 입고 나온 의상에 있는 ‘大一大万大吉(대일대만대길)’이라는 문구가 문제가 됐다. 사진=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 방송 화면 캡처
#역사의식 부재·선정성 논란…끊이지 않는 잡음
왜색 논란 역시 방송가의 단골 소재다. 6월 20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예능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은 게스트로 참여한 아역 배우 김강훈이 입고 나온 의상이 시청자들의 레이더에 걸렸다. 방송 직후 한 네티즌은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 게시판에 “김강훈 군에게 입힌 의상에 있는 ‘大一大万大吉(대일대만대길)’이라는 문구는 일본 전국시대 이시다 미츠나리의 가문(家紋)”이라고 지적했다. 이시다 미츠나리는 임진왜란, 정유재란을 일으키며 조선을 침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총애를 받은 인물이다.
결국 ‘놀라운 토요일’ 측은 “먼저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점 사과의 말씀 드린다”며 “해당 의상은 제작진이 평소 거래하는 의상 대여 업체에서 구한 것이며 출연자 김강훈은 물론 제작진, 대여 업체도 알지 못했다”고 고개 숙였다.
이에 앞서 SBS 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 역시 역사의식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 드라마의 포스터 속에 등장한 대한민국 궁궐의 이미지가 일본의 사찰과 몹시 유사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극 중 대한민국의 평행세계인 대한제국의 황실을 상징하는 문양 또한 일본 왕가의 문양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더 킹:영원의 군주’의 제작사는 포스터 속 2층 목조건물은 일본 사찰의 일부 특징을 사용했다고 실수를 인정한 후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황실 문양에 대해서는 “국회나 행정부가 황실을 중심으로 하는 입헌군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오얏꽃이 오얏꽃을 감싸는 ‘이중 오얏꽃’ 형태로 디자인됐다. 일본 왕가 문장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해명했으나 이미 한번 불거진 논란은 드라마의 이미지를 훼손시켰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더 킹:영원의 군주’의 후속작인 ‘편의점 샛별이’는 또 다른 이유로 눈총을 받았다. 극 중 여고생이 성인 남성에게 담배를 사다 달라고 부탁하며 기습적으로 뽀뽀를 하고, 여고생들의 노래방 신에서는 노골적으로 그들의 몸짓을 보여주는 카메라 워킹이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줬다. 게다가 오피스텔 성매매 장면까지 삽입되면서 시청자들의 불만은 폭발했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드라마는 가상의 이야기를 그리기에 표현의 자유를 어느 정도 보장해야 한다는 반응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역사의식 부재나 성 상품화 등은 대한민국 국민 정서에서 대단히 민감한 문제이기 때문에 제작진이 더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