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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출금조치 하루 전에 미국으로 떠나자 출국배경과 함께 불법 대선자금 관련 혐의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 ||
이날 아침 조간신문에 보도된 김승연 회장 전격 출국 기사 때문이었다. 김 회장은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해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기 하루 전 부인과 함께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슨 소립니까. 도피성 외유란 말도 안됩니다. 김 회장은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도 몰랐지요. 언론이 마치 범죄자가 도피한 것처럼 왜곡하는 것은 부당합니다.” 이날 비서실 직원들은 김 회장의 출국배경을 묻는 기자에게 흥분한 목소리로 ‘기획된 출국’은 아니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한화그룹 관계자들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김 회장의 출국은 여러 오해를 낳기에 충분한 것이다. 검찰의 출금(1월2일)이 있기 하루 전 출국(1월1일)했다는 것도 그렇지만, 검찰이 이례적으로 김 회장의 개인사무실까지 압수수색을 실시해 ‘뭔가 큰 게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김 회장의 출국을 둘러싼 미공개 사실을 추적한다.
김 회장에 대한 검찰의 출금조치가 내려진 것은 지난 1월2일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김 회장에 대한 출금문제는 지난 연말 수사팀 내부에서 논의됐으며, 수사관계자들이 필요성을 제기해 연초 출금조치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김 회장의 출금문제가 수사팀에 의해 거론된 것은 지난 연말부터였고, 조치를 취한 것은 1월2일이었던 셈. 그러면 왜 김 회장이 국내에 있을 지난 연말에 출금조치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이에 대해 검찰에서는 “구체적인 정황이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막무가내식 출금조치를 내릴 경우 부작용도 많다. 특히 대기업 총수에 대한 출금문제는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정통한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김 회장에 대한 출금조치는 대검 중수부가 검찰총장의 재가를 받아 법무부 출입국심사국(법무부 장관 명의로 통보된다)에 신청해 이뤄진 것.
당초 대검측은 김 회장의 출금에 대해 재계랭킹 7위의 재벌총수이니 만큼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번 구본무 회장의 출금 때처럼 서두르다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11월 구본무 LG그룹 회장에 대한 출금을 내렸다가 정작 소환수사를 하지 않은 채 뒤늦게 출금을 해제한 바 있다. 이후 재벌 총수의 범죄혐의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을 경우 가급적 출금과 같은 강경조치는 피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김 회장에 대해 출금을 결정한 것은 그만큼 구체적인 범죄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수부가 김 회장의 출금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근거는 서정우 변호사와 노무현 대통령 측근 인사들에 대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대선자금 및 정치자금 제공 단서가 포착됐기 때문이라는 게 검찰 안팎에서 오가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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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승연 회장의 사무실이 있는 여의도 대한생명 빌딩. | ||
특히 한화의 비자금 조성과 관련해 현재 검찰이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는 부분은 크게 세 가지. 첫째는 한화건설의 비자금 조성내역이고, 둘째는 일부 계열사에서 벌어진 분식회계 의혹, 셋째는 대생 인수와 관련한 로비설이다.
이 중 현재 검찰이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한화건설의 비자금 조성내역. 한화건설 비자금 단서는 지난해 춘천지검에서 벌인 강원랜드 공사비리 수사에서 검찰에 잡혔다.
당시 검찰은 강원랜드 공사과정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만들어 당시 여권 실세였던 H씨 등에게 뿌렸다는 의혹을 집중 추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은 지난해 말 대검으로 이첩된 이후 박아무개 상무가 비자금 10억원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러나 한화건설 사건은 강원랜드 메인카지노 및 골프장, 스키장 건설공사의 주계약자인 대우건설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건설은 최근 대우트럼프월드 건설 관련 비리로 남상국 전 사장이 긴급체포됐다가 풀려나는 등 파문이 커지고 있는 대우건설로부터 재하청을 받은 곳이다.
한화건설이 강원랜드 공사와 관련해 대우건설로부터 재하청을 받은 것은 이 회사의 김현중 사장, 이근포 상무 등 핵심 임원들이 대우건설 출신들이라는 점과 연관이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분석이다.
김승연 회장이 출금 하루 전에 미국으로 간 것에 대해 항간에는 ‘수사정보 누출’이라는 시각이 많다. 멀쩡하게 국내에 머물다가 갑자기 출금 하루 전에 출국한 것은 뭔가 낌새를 차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해 검찰은 “수사정보 누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항간의 의문을 부정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6일 한화그룹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김 회장의 출국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역시 “김 회장의 출국과 출금문제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밝히고 “김 회장의 미국행과 관련한 오해는 오비이락격의 우연이며 수사에 필요하다면 귀국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검찰과 한화측의 발표는 사전 수사정보 누설과는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 일각에서는 다른 얘기들이 떠돌고 있다. 김 회장의 출국은 한화그룹 수사로 입장이 난처하게 될 수 있는 실세집단에서 그의 외유를 강요했다는 얘기가 그 골자다.
김 회장에 대한 수사로 입장이 난처해질 세력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알 수 없으나 지난 대선 당시 김 회장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모두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추측과 연결지어보면 쉽게 그 정체를 파악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시중에는 1백억원 제공설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
김 회장이 자신의 출국금지 사실을 미리 알고 출국했다면, 이 정보를 알려준 누설자는 검찰 내부가 아닐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김 회장에 대한 출금 필요성이 처음 제기된 시점이 지난 연말이고, 실제 출금된 날짜가 1월2일이어서 1주일의 여유가 있었다. 중수부장-검찰총장-법무부 장관 등의 보고절차를 거치면서 외부에 출금 사실이 알려질 시간은 충분했다는 추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