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다가 최 회장은 오는 3월 열리는 SK(주)의 정기주총에서 SK 오너 경영진의 교체를 주장하는 소버린과 정면승부를 벌여야 하는 입장. 최 회장은 지난해 9월 보석으로 출감된 뒤 숨돌릴 사이 없이 피말리는 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때문에 재계에선 SK그룹의 가장 큰 현안인 소버린과의 주총 표대결을 최 회장이 어떤 방법으로 돌파할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최 회장과 SK(주) 특수관계인들은 SK(주) 지분 확보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최 회장 등 오너일가와 SK 계열사의 SK(주)지분은 17.46%로 지난해 6월 13.46%에 비교해 4% 정도 높아졌다.
▲ SK그룹과 소버린은 올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소액주주 들을 서로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손길승 SK그룹회장(왼쪽)의 구속으로 공석이 된 그룹회장 자리를최태원 SK(주) 회장이 맡아 원톱체제를 구축하느냐에 대해서도 관심이 | ||
34%대 20%라면 오는 3월 SK의 주총이 SK의 의도대로 끝날 수도 있다.
하지만 외국계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18% 정도의 지분을 소버린이 확보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어 아직 속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21%에 달하는 국내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 지분을 우호지분으로 얻기 위한 양쪽의 물밑 행보가 치열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SK쪽에선 최 회장의 경영복귀를 공식 선언하고, ‘주심’(株心)을 얻기 위한 대외 홍보전에 돌입한 상태이다.
최 회장 역시 지난 연말 SK(주) 사내통신망 게시판에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을 통해 자신의 경영복귀를 명확히 하고, 소버린과의 대결에 직접 뛰어들 것임을 명백히 했다. 그는 “회사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구체적이고 획기적인 개선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벌써부터 인터넷 사이트에서 활동을 시작한 SK(주) 소액주주연합회에서 “오는 3월 정기주총 이전에 소버린에 대한 검증을 끝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20%에 달하는 국내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의 ‘부동표’를 잡기 위한 홍보전이 오는 2월 말까지 불을 뿜을 전망이다.
하지만 SK와 소버린의 막판 타협설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SK는 소버린의 경영참여를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 SK 오너 입장에서는 소버린이 오너가 형사처벌을 받는 난국을 틈타 경영권이나 시세차익을 노리는 외국계 금융자본의 공세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소버린은 국내에 홍보대행사까지 선정해가면서 싸움을 장기전으로 끌고가는 등 치밀한 대응을 하고 있다. 일단 소버린은 이사선임권 정도는 행사할 수 있는 정도의 지분을 갖고 있다. 물론 경영권을 갖고 있는 SK가 양해를 해줘야 가능하다.
주목할 부분은 SK가 이미 ‘적과의 동침’을 수차례 경험해 본 적이 있다는 점이다. SK는 SK텔레콤의 주요 주주였던 경쟁사 KT가 선임한 이사 한 명을 수년간 SK텔레콤의 이사로 활동하게 한 적도 있다.
또 SK그룹의 오너 경영인 최태원 회장은 참여연대가 경제민주화 운동을 벌이면서 소액주주를 끌어모아 SK텔레콤의 이사 선임권 한 명을 요구하는 것을 받아들여 남중구 고려대 교수가 SK텔레콤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이번에 소버린과의 갈등이 벼랑 끝에서 이사 선임권을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의 움직임도 주목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연말 SK 문제의 독자해법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참여연대의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을 지낸 장하성 고려대 교수는 인터뷰에서 SK 문제 해결방안과 관련해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거절할 수 없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소버린이 제기하고 있는 SK의 경영진 문제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관심을 끈다. 또 현재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교수도 “참여연대가 한 쪽의 이해 당사자를 편드는 역할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참여연대가 적어도 소버린이나 SK를 일방적으로 편들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물론 이해 당사자의 대립이 치열한 문제에서 시민운동을 표방한 참여연대에서 특정주주의 입장을 옹호하는 의견을 내놓는다는 것은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게다가 이번 주총 대결은 참여연대가 주도한 게 아니라 소버린이라는 외국인 주주의 이해 표출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때문에 참여연대가 내놓은 SK의 경영투명화를 위한 개선안을 놓고 SK나 소버린에서 절충점을 찾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 이미 국내 우호지분을 결집시키고 소액주주 등 대중을 향한 여론 작업에 나선 최 회장이 최종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받고 있다. 소모적인 경영권 방어는 공격하는 쪽이나 방어하는 쪽이나 치명적인 상처를 입는다는 게 국내외에서 벌어진 M&A싸움에서 증명됐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