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식 호황 속 이커머스에 뺏긴 점유율 되찾기…공격적인 할인·혜택 꾸준히 이어질지 의문
식품업계가 자사몰 키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쇼핑몰 ‘CJ더마켓’에서 온라인 쇼핑 중인 소비자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국가통계포털 KOSIS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온라인 식품 거래액은 지난해 3월 1조 270억 원에서 올해 3월 1조 6315억 원으로 58% 증가했다. 온라인 쇼핑 시장 발전과 코로나19 영향으로 소비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움직인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시대’가 백신이나 치료제가 나온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식품업체들은 HMR 시장 확대와 이커머스에 빼앗긴 점유율을 되찾아오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식품업계 ‘큰손’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이 눈에 띈다. HMR 시장 강자로 불리는 CJ제일제당은 지난 5월부터 7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와우위크’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자사 쇼핑몰인 ‘CJ더마켓’에서 일반쿠폰 40%와 중복쿠폰 10%를 사용해 최대 50% 할인된 금액으로 결제 가능한 혜택으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 만들어졌다.
동원F&B는 자사몰 ‘동원몰’에 지난 6월 24일부터 유료 멤버십 서비스 ‘밴드플러스’를 론칭했다. 연회비 3만 원을 내고 가입한 회원에게 1년간 각종 할인과 적립 혜택, 이벤트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가입한 회원들에게 3만 3000원의 포인트를 지급한다. 이외에도 특정 제품을 무료배송하거나 일부 제품에 20% 이상 할인율을 적용하는 등 혜택을 주고 있다.
‘청정원’을 운영하는 대상도 ‘정원e샵’을 통해 자사 제품을 판매한다. 상품에 따라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 수준의 할인 혜택을 준다. 대상은 또 연회비 2만 원의 유료 회원제 ‘정원 클래식’ 제도를 운영 중이다. 유료 회원에게 3만 원 상당의 제품과 쇼핑지원금 5000원을 지급한다. 청정원 측은 “앞서도 유료회원제를 운영해 오긴 했지만, 자사몰로 충성 고객을 더욱 확보하기 위해 기획전과 이벤트를 지속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식품업계의 대규모 할인 마케팅이 소비자들에게는 매력적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제 살 깎아먹기식 출혈경쟁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그래도 남는 장사”라고 입을 모은다. 이커머스에 판매하면 판매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데 자사몰에 판매하면 이를 절약하고 판매 가격을 낮출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2019년 11월 기준 쿠팡의 오픈마켓 식품부문 판매 수수료는 7.6%다. 여기에 이커머스에 지출하던 광고비용까지 감안하면 훨씬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해당 브랜드의 제품만 구매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것도 자사몰 운영의 이점이다. 이커머스에서는 특정 제품군을 검색하면 수십 개 브랜드와 제품이 검색되지만, CJ더마켓에서는 소비자들이 CJ제일제당의 제품 외 타사 제품을 살펴보기 힘들다. 정원e샵의 경우 타사 제품도 판매하고 있지만, 청정원 제품군과 겹치는 일부 품목은 판매하지 않는 방식으로 자사 제품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자사몰 강화 전략에 힘입어 실제 식품업계는 새로운 회원들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CJ더마켓’의 경우 올 상반기 신규 가입자는 60만 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하반기 16만 명이 가입한 것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증가 수치다. 신규 가입자의 증가는 곧 매출로 연결됐다. 올해 상반기에만 주문건수가 지난해 연간 주문 건수인 약 100만 건에 맞먹는 약 90만 건으로 집계됐다.
관건은 높은 할인율과 혜택 제공이 꾸준히 이어질 수 있느냐다. 이미 이커머스를 통해 다양한 업체의 제품군을 비교하면서 최저가 제품을 고르는 데 익숙해진 고객들이 과연 ‘코로나19 마케팅’이 종료된 이후에도 해당 몰을 이용할지 장담할 수 없다. 할인 행사가 종료될 경우 상반기에 확보한 고객들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최근 고객의 니즈는 가격을 떠나 배송과 제품의 다양성 등으로 변화하는 추세”라며 “그 브랜드만 구매해야 하는 특정 상황이 아닌 이상 특정 자사몰들이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쿠팡’은 당일배송 시스템을 안정화시켰다. 경기도 부천시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 사진=박정훈 기자
이커머스의 강점인 ‘당일배송’ 시스템도 아직 식품업체들이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부분이다. 쿠팡은 전국 168개 물류센터를 보유했으며, 롯데온은 전국 120여 개에 달하는 오프라인 롯데마트 매장을 물류센터처럼 이용하며 당일 배송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반면 자사몰의 배송은 짧으면 사흘에서 최대 일주일까지 걸려 소비자들의 기본적인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지적이 따른다.
앞의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식품업체들의 자사몰에서 배송한 식품은 쿠팡 등 이커머스 업체에 비해 배송도 느리고 보냉 등의 처리가 제대로 안 된다는 점에서 고객들의 불만이 굉장히 높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할인이나 혜택 제공에만 매달리면 ‘반짝’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