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다큐 온
새만금 수라갯벌에서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갈매기가 2020년 봄에도 번식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붉은어깨도요 무리가 갯벌에서 칠게, 갯지렁이, 조개 등 먹이를 먹으며 휴식을 취하는 곳. 그러나 이들의 서식지 근처 새만금산업단지에는 여기 저기 공사로 인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간척사업으로 바닷길이 막힌 새만금지역은 인간의 삶 역시 풍요롭게 해준 노다지 밭이었지만 2006년 물막이 공사가 끝난 후 어민들의 삶도 척박해졌다.
간척사업이 시작된 것은 30여 년 전. 2006년 마지막 물막이 공사가 끝난 후 최대 철새도래지였던 갯벌은 생명력을 잃었다. 부안, 군산, 김제시에 연안어장도 폐쇄된 곳이 11곳. 전라북도 어업 생산량도 거의 반토막이 난 상태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오동필씨는 10여 년간 점차 줄어들고 있는 철새들의 개체수를 매년 확인하고 있다.
다행히도 2020년 5월 검은머리갈매기, 쇠제비갈매기가 번식하는 장면이 포착되고 저어새들도 여전히 새만금 지역에서 휴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지만 하늘을 덮었을 정도로 새들의 천국이었던 갯벌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시민, 환경단체는 물론 해양생태, 수자원 관련 전문가들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50년 갯벌에서 바지락 캐며 살아온 이입분(80세)할머니는 창고 가득 쌓인 어구들을 보며 바다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고 있고 새벽 4시면 어김없이 가력도 앞바다로 꽃게잡이를 나가는 김봉환씨는 해가 갈수록 연안에서 더 먼 바다로 나가야된다며 새만금 뻘에서 60킬로씩 꽃게, 전어 등을 잡던 일도 옛이야기가 됐다고 한탄한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만경강 하구 쪽 풍경도 사뭇 달라졌다. 폐선이 즐비한 양지포구의 배들, 선장 김동환씨는 낮은 물에서 재첩잡이를 할 수 있도록 배를 수리 중이다. 어느덧 풍부한 연안어장은 오간데 없고 어종이 변해 기수어종이 잡힌다는 것이다.
임현식 교수(목포대학교 해양수산자원학과)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 생태 환경이 바뀌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새만금 간척 당시부터 수질 오염을 우려했던 전승수 교수(전남대 지구환경과학부)는 하구 둑을 막아놓아 강에서 흘러나온 유기물이 퇴적층으로 쌓이면서 오염원이 된다고 말한다.
현재 배수갑문을 통해 한 달이면 10여일, 6시간씩 수문을 열고 있지만, 갇혀있는 방조제 내측 바다는 죽어가고 있다. 실제로 바다오염도를 측정해 온 결과에 따르면 수심 3미터 이상 되는 새만금 내측 전 지역은 이미 어패류가 살수 없을 정도로 용존산소량이 부족한 상태다. 이유는 담수와 해수층이 염분 농도에 따라 나뉘는 염분 성층화 현상 때문이다.
문제는 그 넓은 갯벌을 간척해서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작은 1991년 새만금 친환경개발 계획으로 국민의 굶주림을 해결하기 위한 농토를 만드는 사업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땅의 용도는 계속 변경되었고 남북도로 건설과 신항만건설 및 수상태양광건설, 잼버리 행사를 위한 야영장 건설까지 공사는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다.
게다가 정부가 새만금 담수호의 수질을 개선을 하겠다며 지난 20여 년간 쏟아 부은 예산이 4조 여 원. 수질은 점점 악화되고 있고 담수호의 운명은 어둡기만 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놓은 장밋빛 청사진은 더 잘 살게 해주겠다던 약속이었지만 갯벌도 사람도 상처투성이가 된 지금, 담수화가 불가능한 상태에서 갯벌을 살리는 길을 모색해야할 때라는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사라져가는 갯벌을 복원하기 위한 작은 몸부림이 시작된 곳이 있다. 전라북도 고창이다. 고창군에 닿은 곰소만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생물 다양성으로는 어떤 곳보다 가치가 높은 갯벌이다.
대규모 방조제가 없는 지역인데 이곳만의 특별한 갯벌 지형으로 연안어장이 아주 번성했던 지역이다. 담벼락 쌓듯이 물을 가두어 장어, 새우 등의 축제식 양식을 하는 곳이 많아지고 인근에 원자력 발전소가 생기면서 갯벌은 건강성을 잃기 시작했다.
그래서 고창은 역간척의 방식으로 제방을 무너뜨려 갯벌복원을 시행한다. 그렇게 해수유통의 시험 무대가 된 고창 갯벌, 어장이 다시 풍요로워지고 갯벌이 살아날 것이라고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연 천이과정 중인 이 곳의 염생식물과 저서생물들 그리고 둥지 튼 흰물떼새의 모습을 통해 새만금의 축소판인 고창에서 해수유통의 길을 찾는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 신청한 우리나라의 4개 갯벌 중 한 곳인 신안 갯벌, 썰물 때면 갯벌이 모습을 드러내고 어민들은 일손이 바빠진다. 뻘 낙지 이외에도 주낙까지 나가면 노다지 밭인 바다어장이다.
주민들은 청정 바다를 지키기 위해 쓰레기 수거를 자발적으로 하고 금어기를 철저히 지키고 지자체에서는 종묘를 뿌려 원시 그대로의 갯벌 보존을 위한 노력에 일심동체였다.
덕분에 한번에 30마리 정도 잡을 수 있으니 어민들의 삶이 풍성하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삶의 원형을 볼 수 있는 곳 새만금 앞바다의 주꾸미가 사라지는 동안도 신안갯벌에선 낙지가 뻘 속 생물들과 공생하고 있는 모습을 통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새만금 갯벌의 부활, 그 가능한 방향을 제시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