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2중대’ 꼬리표 떼자 지지율 하락…세대교체 공천 청년 정치인 역량 부족 지적도
7월 14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의원총회 시작 전 대화를 나누고 있는 류호정 의원(가운데)과 장혜영 의원(오른쪽). 왼쪽은 심상정 대표. 사진=연합뉴스
류호정 의원은 박원순 시장 사망이 확인된 7월 10일 자신의 SNS에 “모든 죽음은 애석하고, 슬프다. 유가족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면서도 “저는 조문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여성을 향해 “당신이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혜영 의원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애도할 수 없다”며 “전례 없이 행해져야 하는 것은 서울특별시장이 아니라 고위공직자들이 저지르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철저한 진상파악과 재발방지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류호정 의원은 비례대표 1번, 장혜영 의원은 현재 정의당 혁신위원장으로 당내 상징성이 크다. 이들 의원들의 조문 반대 의견에 대해 당 안팎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두 의원 SNS는 비난과 동조의 댓글이 팽팽하다. 논란이 뜨거워지자 정의당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7월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당 차원에서는 박원순 시장 조문과 피해 호소인 보호 두 가지 조치를 다 취하자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했다.
사실 정의당은 21대 국회가 개원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좀처럼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민주당과 통합당이 원구성 협상을 두고 치열한 갈등을 벌이는 과정에서도 정의당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윤미향-정의연 사태,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문제에서도 정의당 입장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20대 국회에서 정의당은 ‘조국 사태’를 비롯한 여러 사안에서 민주당과 비슷한 견해를 밝혀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정의당은 4월 총선을 준비할 때 민주당과 각을 세우고 차별성을 강조, 진보야당으로서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정의당은 현실적 벽에 부딪혔다. 민주당과 각을 세울 때 일부 지지자들 비판에 시달렸고, 지지율도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정의당으로서는 딜레마인 셈이다. 박원순 조문 거부를 둘러싼 당 내홍 역시 그 연장선상이라는 반응이다.
이를 두고 20대 국회 때 몸담았던 정의당 의원들과 관계자들은 여러 분석을 내놨다. 우선, 2030 청년 정치인으로 급격한 세대교체를 하면서 전문성이나 정치력이 떨어진 영향도 있다는 비판이다.
20대 국회에서 일한 정의당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국방’ 하면 김종대, ‘교육’은 정진후 등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의원들이 있었다. 이들이 전문분야를 앞세워 각 상임위에서 정의당 이름으로 두각을 나타냈다”며 “하지만 이번 총선 공천이 청년들 위주로 구성되면서 정의당이 제대로 목소리를 내고 활동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20대 국회에서 활동한 전직 의원 역시 “류호정 장혜영 의원의 박원순 시장 조문 거부 발언은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당내 통일된 입장이 나오기 전 개인 의견”이라며 “피해 호소인에 대한 연대 의사 표현 등은 잘했다. 다만 조문을 간다, 안 간다는 의견은 너무 나갔다고 본다”고 밝혔다.
청년 정치인들에 대해서 이 전직 의원은 “청년 정치인들이 전문성 면에서 취약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전문성이 대접받는 정치가 아니다”라며 “전문성은 당의 정책이나 외곽의 전문가들이 보완해주면 된다”고 했다.
정의당 혁신위 관계자도 “청년 정치인이기 때문에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본다. 청년비례로 영입한 초선들은 의정활동 경험이 없다보니 국회 시스템에 적응하는 중이라고 본다”며 “첫 번째 국정감사까지는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청년 의원들이 상임위 활동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자기 역량을 발휘할 테니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7월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로 들어가고 있는 정의당 심상정 대표.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심 대표는 박원순 시장 조문을 둘러싼 갈등 봉합에 나섰다. 심상정 대표는 7월 14일 정의당 의원총회에서 “류호정 장혜영 두 의원의 메시지가 유족분들과 시민의 추모 감정에 상처를 드렸다면 대표로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두 의원은 (박 시장 성추행 의혹) 피해 호소인을 향한 2차 가해가 거세지는 것을 우려해 피해 호소인에 대한 굳건한 연대의사를 밝히는 쪽에 무게중심을 뒀다”고 밝혔다.
이어 심 대표는 “사회적 논란이 큰 만큼 당 내부에서도 논란이 크다. 정의당은 늘 사회변화를 앞장서온 당인 만큼 내부에서의 격렬한 토론 역시 정의당이 단단해지고 성숙해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며 “당대표로서 이번 논란이 당의 변화와 혁신 성장의 계기가 되도록, 이번 논란이 당내에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엄중한 책임을 가지고 당원들과 소통하고 토론하겠다”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