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로 규정된 친일파’ vs ‘대한민국 지켜낸 영웅’…문재인 대통령은 조화 보내
백선엽 장군의 국립대전현충원 안장을 놓고 뜨거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2013년 8월 경기도 파주 뉴멕시코 사격장에서 열린 백선엽 장군 미8군 명예사령관 임명식에서 경례하는 백선엽 장군. 사진=연합뉴스
지난 10일 별세한 백 장군은 현행법상 국립묘지 안장 대상이다. 국립묘지법에 따르면 순국선열, 현역군인 사망자, 장성급 장교 등이 현충원 안장 대상이다. 백 장군은 한국군 최초의 4성 장군이고, 6·25 전쟁에도 참여해 현충원 안장 자격이 된다.
하지만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따르면 백 장군은 1943년 간도특설대 소속으로 전투에 참여한 바 있다. 또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가 발표한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에도 백 장군이 포함됐다.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6·25 전쟁 당시 일부 공이 있다는 이유로 온 민족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일제의 주구가 되어 독립군을 토벌한 인사가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면 과연 앞서가신 독립운동가들을 어떤 낯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그런 점에서 정부의 이번 조치에 큰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군인권센터도 12일 “왜 온 국민에게 법률로써 규정된 친일파를 참배하게 하는가”라며 “ 육군참모총장은 육군장을 중지하고 조기 게양으로 국기를 모독하는 일을 즉각 중단하고, 군의 명예를 더럽힌 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은혜 미래통합당 대변인은 백 장군에 대해 “6·25 전쟁 발발부터 1128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전선을 이끈 장군이고, 그렇게 낭떠러지의 대한민국을 지켜냈다”며 “그런데 우리는 그 영웅이 마지막 쉴 자리조차 정쟁으로 몰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백선엽 장군 빈소에 조화를 보냈다. 12일에는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서훈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인사도 조문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직접 조문을 가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원식 미래통합당 의원은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은 대대적으로 추모하면서 구국의 전쟁영웅에 대한 홀대는 도를 넘고 있다”며 “문 대통령부터 국민통합의 상징이자 군 통수권자로서 직접 조문을 하고, 여당은 진심어린 공식 애도 논평을 발표하라”고 비판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