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개국의 사례에서 배우는 디지털 뉴스의 현재와 미래
신간 ‘디지털 뉴스 소비자 : 시민기자부터 슬로 미디어까지’. 사진=커뮤니케이션북스
2003년 2월 23일, 대한민국 전국민의 시선이 인터넷 독립 언론사인 ‘오마이뉴스’에 쏠렸다. 2002년 12월 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노무현 당선자의 당선 이후 첫 인터뷰 기사가 실렸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 당선자의 첫 인터뷰가 공영방송 KBS나 전통 있는 일간지와 이루어졌던 것과는 전혀 다른 일종의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언론에 대한 노무현 당선자의 문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겠지만 기존 언론에 실망한 국민들이 시민기자가 만드는 ‘오마이뉴스’에 눈을 돌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뉴스의 지형이 디지털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이기도 했다.
이후 뉴스의 중심추가 레거시 미디어(신문 방송 등)에서 디지털(인터넷, 모바일)로 옮겨가게 된 또 다른 계기는 ‘세월호 사건’이다. 당시 기존 언론들의 오보와 도를 넘는 특종 경쟁은 ‘기레기’라는 말을 낳으며 기존 언론들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게 된다.
뉴스 소비의 중심추가 디지털로 옮겨가면서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드러났다. ‘가짜뉴스’의 확산이다. 유튜브, SNS 등의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1인 미디어가 난립하면서 가짜뉴스의 확산은 그 속도를 더하며 사회의 혼란을 가속화하고 있다. 왜 이렇게 된 걸까? 이 책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기획되었으며, 그 해답을 역사적 고찰과 세계 다른 국가들의 사례 분석을 통해 찾고자 한다.
뉴스 소비 지형 변화의 배경에는 기술의 발달이 있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디바이스는 뉴스 생태계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까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인터넷 도입 이후 수많은 사건이 일어났고, 그 사건들을 계기로 뉴스 생태계는 끊임없이 진화해 왔다. 따라서 발생한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해 보는 일은 과거로부터 이어지는 역사적인 과정으로 현 시점의 상황을 이해해 보는 일이 될 것이다.
더불어 인터넷 뉴스 생태계를 역사적으로 돌아보는 일은 주요 사실의 의미와 중요성을 파악함으로써 미래로 나아갈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처럼 새로운 플랫폼의 확산으로 저널리즘의 원칙이 흔들리는 혼돈의 시기에 뉴스 생태계를 역사적으로 살펴보는 일은 중요하다.
역사적 접근과 함께, 같은 시기에 비슷한 혼란을 경험하고 있는 다른 국가들의 현상을 이해한다면 우리의 문제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다양한 대안을 찾는 데 유용할 것이다. 다른 국가들 역시 우리와 비슷하게 가짜뉴스로 혼란을 겪고 있고, 스마트폰의 등장과 소셜 미디어의 확산으로 이용자들의 뉴스 이용 행태가 급변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인터넷 도입 이후 다른 국가들은 어떤 변화 과정을 거쳤으며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했다.
사례로 살펴보는 나라는 중국, 일본, 미국, 싱가포르, 프랑스, 호주다. 이들 나라의 특수한 상황을 최대한 반영하면서 인터넷 도입 이후 20∼30여 년에 걸친 뉴스 생태계 변화를 다루고, 마지막 부분에 각 국가의 상황을 한국의 뉴스 생태계 진화 과정과 비교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했다.
이 책은 미디어에 관심이 있는 고등학생 이상의 일반인들이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기술했다. 스마트폰과 함께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에게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과 뉴스 생태계의 변화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다양한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미디어를 전공하는 대학생들에게는 새로운 미디어의 등장이 각 국가의 정치·사회적 맥락과 상호작용하면서 뉴스 생태계를 어떻게 바꿔 나갔는지, 그 과정에서 이용자와 언론인들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