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막아도 한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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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한나라당 내에선 실세 인사들의 대리전으로까지 비춰졌던 경남지사 후보경선의 후유증이 아직 가시지 않은 듯한 분위기다. 이방호 전 총장의 갑작스런 불출마 배경을 놓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 현지에서도 지난 2월 4일 예비 후보로 등록한 이후 두 달이 넘게 열성적으로 선거운동을 해왔던 이 전 총장이 출마 뜻을 접은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불출마에 대해 이 전 총장은 “당 중책을 맡았던 사람으로서 지도부 입장과 공천심사위의 고뇌에 찬 결정을 깊이 이해하며 대승적 견지에서 당의 단합과 본선 승리를 위해 사퇴 결심을 했다”고 밝혔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힘들 듯하다. “대통령한테 연락이 오더라도 경선을 완주할 것”이라고 했던 이 전 총장이었기 때문. 지난 18대 총선에서 떨어진 후 중앙 무대에서 밀려나 있던 이 전 총장이 이번 지방선거를 재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는 측근들의 전언도 있었던 터였다.
그러나 선거 판세는 이 전 총장에게 불리하게만 돌아갔다. 한나라당 자체 조사 결과 이달곤 후보에 비해 지지율이 10%p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고, 야당에서는 “우리는 이방호를 원한다”는 굴욕(?)에 가까운 말도 흘러나왔다. 이 전 총장은 이를 잘 알면서도 승리를 자신했다. 여론조사에서 뒤지더라도 ‘당심’에서는 이달곤 후보를 앞선다고 판단했기 때문. 그런데 한나라당 공천심사위는 경남도지사 후보를 경선이 아닌 여론조사 결과로 정한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장의 ‘실낱같은 희망’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 전 총장은 거세게 반발했지만 당은 입장을 바꾸지 않았고, 결국 불출마 선언으로까지 이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한 친이계 의원은 “여론조사에서 크게 뒤진 것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주장했던 경선실시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지켜본 이 전 총장이 청와대 등 여권 주류의 ‘뜻’이 이달곤 후보에게 쏠려 있다는 것을 느끼고 출마를 접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전 총장의 불출마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있다.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이 전 총장이 여권 핵심부로부터 ‘대가’를 얻어내고 출마를 포기했다는, 이른바 ‘빅딜설’도 그중 하나다.
이에 대해 청와대 정무라인의 한 관계자는 “그래도 대선 공신인데 박하게 대했겠느냐. 후반기 정국에서 일정 역할을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이 전 총장이 다음 개각에서 장관자리에 오를 가능성을 점치고 있기도 하다.
한편, 이 전 총장 딸인 이지현 씨의 서울시의원 공천과 그의 불출마를 연관 짓는 이들도 있다. 딸의 공천 심사를 앞둔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당과 마찰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였을까. 이 씨는 아버지인 이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 3일 뒤인 4월 19일 서울시의원 후보로 확정됐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