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떨어진 ‘한풍’… 노무현이 살릴까
과연 남은 한 달 동안 주요 격전지의 선거 구도는 어떻게 달라질까. 서울과 수도권, 영호남 주요 선거지역의 여론 흐름을 살펴보고 각 당과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선거 판세를 들여다보았다.
서울시장
그러나 향후 한명숙 전 총리가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로 결정된 이후에는 지지율 추가상승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에 대해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지금까지 한 전 총리의 지지율은 유명 축구선수가 벤치에 앉아 있는 상태에서의 지지도였다. 앞으로 운동장에 나가 본격적으로 경기에 뛰어든다면 지지율이 올라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거 1주기를 맞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열기가 더해진다면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한 전 총리 투표층으로 결집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한 전 총리가 오세훈 현 시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될 경우 ‘현직 프리미엄’을 갖고 있는 오 시장을 뛰어넘기엔 역부족일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오세훈 시장이 ‘천안함 정국’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한 명이라는 평도 나오고 있다. 오 시장에 대한 타 후보들의 비판이 본격화될 시기에 발생한 천안함 사태로 인해 비판론을 잠재운 동시에, 위기감을 느낀 보수층의 결집으로 인해 한나라당 유력 후보에 대한 보호심리가 발동하고 있다는 것.
또한 오 시장이 그간 이명박 대통령과 ‘거리’를 유지해왔다는 점도 이번 지방선거 국면에서는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평가다. 여권의 한 선거전략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은 ‘이명박 색채’가 강한 정치인이라 보기 어렵다. 이명박 정권 창출의 일등공신도 아니고 한나라당 전통성을 크게 갖고 있는 인물도 아니다. 그가 한나라당 후보로 나온다면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현 정권에 대한 심판구도로 각을 세우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시장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충남 태안 출신 안상수 시장과 전남 고흥 출신의 송영길 최고위원이 인천시민 중 40%가량을 차지하는 ‘충청표’와 30% 정도의 ‘호남표’를 얼마나 결집시키느냐 여부다. 인천시장 선거는 충청 대 호남의 대결이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만큼 양 지역 출신들의 표심이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또한 두 후보가 두 번의 선거에서 1 대 1의 전적을 가지고 있어 이번 선거가 세 번째 맞대결이라는 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안상수 시장과 송영길 최고위원은 지난 99년 6월 인천 계양·강화 갑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 대결해 안 시장이 승리했고, 이듬해 4월 총선 재대결에서는 송 최고위원이 이긴 바 있다. 이처럼 두 후보가 서로를 잘 알고 있고 선거 경력이 많은 만큼 이들의 승부전이 볼 만할 것이라는 평가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인천이 한나라당 지지도가 높은 지역이긴 하지만 충청권 출신들이 많기 때문에 세종시 문제도 일정 부분 표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충청 연고 표가 많다는 것은 그동안 민주당이 세를 확장하는 데 한계로 작용한 점이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세종시 이슈를 잘 활용한다면 득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기지사
경기지사 선거는 현 김문수 지사가 견고한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어 야권의 후보단일화 여부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김 지사 체로 40% 전후의 지지율에서 큰 흔들림이 없으며, 야권 후보들과의 가상 대결에서도 큰 지지율차로 이기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야권 후보들에게 단일화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게 하는 부분이다. 민주당 김진표 최고위원과 국민참여당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4월 29일 후보단일화에 대한 합의를 마친 상황. 하지만 여전히 양 후보의 입장차가 커 후보단일화가 성사되기까지엔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일부 정치 전문가들은 야권이 후보단일화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김문수 지사와의 대결에서의 승산이 크지 않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지난 4월 18일 발표된 <국민일보>와 GH코리아 여론조사에서는 김 지사와 야권 단일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도 김 지사가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김진표 최고위원의 경우 민주당 후보로 확정되면서 상승세를 보일 수 있었음에도 ‘천안함 정국’을 겪으며 지지율이 정체되고 있다. 유시민 전 장관의 경우 전국적 인지도가 김 최고위원보다 높지만 단일후보로 결정된 이후 도내에 영향력이 큰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지원’이 어느 정도 뒤따라줄지가 관건이다. 현재 몇몇 도민 상대 여론조사상으로는 유시민 전 장관이 김진표 최고위원에 비해 김 지사와의 대결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경기지사 선거에 대해 ‘정권견제심리’를 잘 활용해야만 승산 가능성이 있다고 조언한다. KSOI 윤희웅 조사분석실장은 “경기도는 기초자치단체장의 경우 민주당 지지세가 서울보다 높게 나올 만큼 정권심판 정서가 강하다. 야권후보는 이 점을 선거 전략을 짜는 데 최대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도는 지역개발에 대한 요구가 크기 때문에 야권 후보들에게 이 점이 한계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경남지사
정치 전문가들도 경남지사 선거를 주요 관심지역으로 꼽으며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이방호 전 사무총장의 반발을 부르며 청와대의 ‘의중’이 담긴 후보라고 내세웠던 이달곤 전 장관과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던 김두관 전 장관의 대결은 ‘이명박 VS 노무현’의 대리전으로도 불리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서울보다 정권심판론 구도가 더 명확히 전개될 지역이다. 현재 여론조사상으로는 이달곤 전 장관이 약간 앞서 있지만 김두관 전 장관은 김태호 현 지사와 맞붙었던 이력도 있는 데다 경남지사 도전만 세 번째다. 선거전에서는 초보인 이 전 장관이 힘겨운 싸움을 할 가능성도 크다. 수도권을 제외하고는 가장 재미있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남 지역에서 정치인으로서 터를 닦아온 김 전 장관에 대한 지역 민심의 호응이 높다는 점도 김 전 장관에겐 이점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결국 ‘지역주의’가 실제 선거에서 표출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전망이다. KSOI 윤희웅 실장은 “친박 후보가 나왔더라면 보수층 분산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방호 전 사무총장이 사퇴하면서 한나라당 지지층이 오히려 결집할 가능성도 있다. 김두관 전 장관이 막판 지역주의 바람을 얼마나 차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광주시장, 전북·전남 지사 등 호남권의 광역단체상 선거는 ‘큰 이변’이 없는 한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의 광주시장 경선은 파행을 겪고 있지만 전북·전남 도지사는 현 김완주 전북지사와 박준영 전남지사가 후보로 정해진 상황.
하지만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의 호남지역 공천과정에서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많다”는 쓴소리를 듣고 있다. 후보 공천 과정에서 당 지도부와 비주류 세력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러 가지 잡음이 불거졌고, 광주시장 경선은 불법여론조사 의혹으로 얼룩졌다. 경선이 파행을 겪으며 민주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야심차게 도입했던 ‘시민공천배심원제’는 제대로 실시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선 “민주당이 안고 있던 총체적 난맥상이 이번 공천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선거 이후가 더 걱정이다”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쏟아진다.
한 정치컨설턴트는 “지방선거 이후 당권을 염두에 둔 정세균 대표 및 지도부가 무리수를 던지고 있다. 비주류들의 반발은 큰 걱정거리가 아니다. 민주당 전통 지지층인 호남 민심이 민주당에게 염증을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호남 지역 선거는 ‘선거흥행’ 면에서도 큰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호남유권자들의 실망감과 쟁쟁한 후보 간 박빙의 대결이 없다는 점이 더해져 투표율이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여론으로부터 외면당하는 현실을 민주당은 심각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