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벨트 부활 죽은 노무현 vs 산 이명박
먼저 이번 선거의 기본지형을 살펴보자. 중간선거라는 특성상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집권에 대한 평가가 기본을 이룬다는 것이 공통된 평가다. 야당의 ‘정권심판론’과 여당의 ‘정국안정론’이 부딪히는 지점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국정운영에 대한 유권자의 태도와 입장을 결정하는 선거라 볼 수 있다.
정치컨설팅전문기관인 ‘디오피니언’의 안부근 소장은 “여당이 너무 ‘잘나간다’ 싶으면 견제심리가 발동하는 것이 유권자의 심리”라며 “지난해 4월과 10월 재·보궐 선거가 한나라당 완패로 끝난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대통령선거 압도적 승리에 이어 국회 절대다수 의석, 수도권 광역단체장 및 기초단체장, 선출직 광역의원을 싹쓸이한 여당에 대한 견제심리가 기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청와대와 경찰 등 정보기관이 수도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여당이 고전할 것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서울과 경기 기초단체장 선거 사정은 캄캄하다”면서 “싹쓸이에 대한 역풍과 각종 비리 연루, 그리고 유권자의 견제심리 등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지난 3월 ‘천안함’ 사태가 변수가 됐다. 천안함 사고에 대한 정부차원의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결과와 무관하게 보수층의 결집과 국민적 우려가 이러한 ‘견제론’을 누르고 있는 형국이다. 천안함 사고 후 보수층 결집현상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무응답층 비율이 크게 줄고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현상으로 이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서울
이번 선거의 백미는 역시 수도권이다. 여야 모두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광역단체장 3석의 승패에 전체 선거판의 명운을 걸고 있다. 일단 민심과 선거구도, 인물이라는 선거 3대 요소가 가장 첨예하게 부딪힐 것으로 전망된다. 여당에 대한 견제심리와 친노후보(인물)가 일으키는 노풍, 정권심판론에 맞서 보수층의 안정론 등이 팽팽하게 부딪히고 있어 결과를 장담키 어려운 형국이다.
한나라당 오세훈, 민주당 한명숙, 자유선진당 지상욱,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나선 서울시장 선거는 오세훈·한명숙 후보의 양자대결로 압축돼가는 양상이다.
민선 서울시장으로선 처음 재선에 도전하는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는 여론조사 초기부터 안정적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나경원 원희룡 등 당내 중진인사들과의 경선을 거치면서 안정감을 얻은 것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검찰수사 후 사실상 민주당 후보로 추대되다시피 나선 민주당 한명숙 후보는 민노당 이상규 후보와의 단일화를 이뤄내며 추격의 고삐를 죄고 있다. 여기에 20일로 예정된 천안함 중간발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23일) 등 선거 초반에 몰린 정치일정이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서울시장 선거에 대한 여러 여론조사에서 ‘지지후보가 없다’는 부동층 비율이 10% 미만으로 나타나 결국 투표율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천·경기
한나라당이 가장 확실한 1석으로 장담했던 경기도지사 선거는 ‘유시민 단일후보’라는 의외의 사정으로 출렁이는 양상이다. 유 후보가 제1야당 민주당 김진표 후보와의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두 자릿수였던 여론조사 지지율 격차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TV토론과 열성적인 캠페인 등 유 후보 특유의 바람몰이가 본격화될 경우 장담하기 어려운 경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경기도교육감 선거도 일정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상급식’ 전도사로 떠오른 김상곤 교육감 효과가 30~40대 주부층에서 크게 나타나고 있어 경기지사 선거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호 2번’ 도지사 후보를 잃어버린 민주당 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의원 후보들이 도지사 선거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 것인가도 또 하나의 변수. 단일화 중재를 자임한, ‘전직 경기도 지사’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영향력도 관심 사안이다. 기초단체장 선거의 경우 북부농촌권(한나라당 우세권)과 남부도심권(민주당 우세권)이 대치양상을 보일 것으로 관측된다.
한나라당 안상수 후보와 야당 통합후보 송영길 후보가 박빙의 양자대결을 벌이는 인천시장 선거는 정치논리보다는 안 후보의 시정평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상황이다. 안 후보는 특히 TV토론 등을 거부하며 최대한 ‘조용한 선거’로 끌고가 ‘고정 지지층 유지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송영길 후보는 왕성한 공세를 통해 선거분위기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충청권
세종시 수정안 여파로 한나라당의 힘겨운 수성전이 예상된다. 선거 초반 판세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한나라당 박성효 후보와 선진당 염홍철 후보의 리턴매치가 벌어지고 있는 대전시장 선거는 염 후보의 리드가 두드러진다. 후보등록 직전 여론조사에선 염 후보가 두 자릿수대로 박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김원웅 후보가 뒤를 쫓고 있으나 박-염 양립체제로 흘러갈 공산이 큰 것으로 보인다.
충북지사 선거는 한나라당 정우택 후보와 민주당 이시종 후보의 맞대결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정우택 후보가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으나 ‘세종시 변수’에다 민주당 소속 6명의 지역구 의원들이 바닥을 누비고 있어 막판까지 접전이 예상된다. 특히 충북 남부3군의 맹주인 선진당 이용희 의원이 민주당 이시종 후보를 지지하고 있고,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도 적지 않은 공을 들이고 있다.
충남지사 선거는 선진당의 지역 지키기에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도전하는 모양새다. 선진당 박상돈 후보에 맞서 민주당 안희정, 한나라당 박해춘 후보가 추격하고 있다. 선진당 박상돈 후보와 민주당 안희정 후보가 각각 20%대의 지지율로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도내 영향력이 있는 이완구 전 지사가 박해춘 후보 지원에 나선 것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호남권
호남권 광역단체장 선거는 민주당 후보들의 일방적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전북 김완주, 전남 박준영, 광주 강운태 후보가 텃밭에서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광주시장 선거에 출마한 강운태 후보를 제외하곤 전북 김완주, 전남 박준영 후보는 본선보다 더 어렵다는 당내 경선 없이 본선에 직행해 ‘전국적으로 가장 편한 선거를 치른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한나라당이 정운천(전북) 김대식(전남) 등 현 정권의 유력인사들을 대항마로 내세웠지만 당선보다는 두 자릿수 득표율을 목표로 내세울 정도다.
다만 광주·전남지역의 무소속 후보들의 움직임이 눈길을 끈다. 무소속 후보 중 상당수가 현지 영향력이 작지 않은 현직 단체장으로, 민주당의 공천방식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강행해 민주당 후보들과 접전이 예상된다. 강진 황주홍 군수, 순천 노관규 시장, 광양 이성웅 시장, 신안 박우량 군수 등이 무소속으로 나섰다. 광주광역시에서도 남구 황일봉 구청장 등이 민주당 후보들과 일전을 벌일 태세다.
부산·경남·울산
한나라당의 아성으로 통하는 부산과 경남지역은 선거 초반 야권의 추격세가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나고 있다. 후보등록 직전 실시된 한길리서치 정례여론조사 결과, 부산·경남지역에서 이번 지방선거가 ‘정권견제’(44.4%)라는 답변이 ‘정권안정’(26.9%)을 압도하고 있다. 이는 후보자들의 지지도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단일후보로 경남지사 선거에 나선 김두관 후보는 한나라당 이달곤 후보와 한 자릿수대의 접전을 벌이고 있다. 부산시장 후보 지지도는 현 시장인 한나라당 허남식 후보와 행자부 장관 출신인 김정길 민주당 후보 사이에 다소 차이가 나지만 지난 2006년 선거 때처럼 허 시장이 65.5%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올리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상당수 야권후보가 선전하고 있는 양상이다. 발원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경남 김해와 양산. 이들 두 지역은 5월 하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1주기와 맞물려 이른바 ‘노풍’이 거세게 불지 관심이다. 거제는 대우조선 등 노조세력이 막강한 곳이어서 민노당과 진보신당 후보가 단일화할 경우 당선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특히 김해와 거제, 진주는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후보가 친여 무소속으로 출마할 예정이어서 여권 표 분산도 예상된다. 통합 창원시장 후보로 나오는 민노당 문성현 전 대표의 경쟁력도 관심이다.
울산시장 선거는 박맹우 한나라당 후보가 앞선 가운데 민주노동당 김창현 후보와 진보신당 노옥희 후보가 추격하고 있다. 박 후보가 50%대의 안정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어 김-노 두 진보진영 후보가 단일화를 이뤄 양자구도를 보인다 해도 역전까지는 어렵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대구·경북권
한나라당 공천과 함께 사실상 선거가 끝난 분위기다. 한나라당 후보로 경북지사 선거에 나선 김관용 후보는 선거운동보다는 민선 5기 도정운영에 무게중심이 가 있는 모양새다. 야당에선 민주당 홍의락 도당위원장, 민주노동당 윤병태 도당위원장, 국민참여당 유성찬 전 환경관리공단이사가 출마했다.
대구시장 선거 역시 한나라당 김범일 후보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민주당 이승천, 민주노동당 이병수, 진보신당 조명래 후보가 후보단일화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구·경북지역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한나라당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는 가운데 친한나라당 성향의 무소속 후보들의 득표력에 관심이 쏠린다.
강원·제주
강원도지사 선거는 한나라당 이계진, 민주당 이광재 후보 간의 양강 구도로 굳어졌다. 두 후보 모두 강원지역에서 높은 인지도를 기록하고 있어 지지율 변화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지난 8~9일 강원지역 5개 언론사가 실시한 공동조사에서 한나라당 이계진 후보가 47.2%, 민주당 이광재 후보는 3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4월 조사에선 양 후보가 14.6%포인트 차이였던 점을 고려하면 진폭이 거의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치적 이슈보다는 지역발전에 대한 후보 간의 공방이 주를 이루고 있어 후보 간 지지율이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있다.
제주지사 선거는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가 공천을 박탈당하고 무소속 출마에 나서면서 요동을 치고 있다. 현 후보와 민주당 고희범 후보, 무소속 우근민 후보의 3자대결로 치러지던 선거구도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유력한 주자였던 우근민 후보도 성희롱 전력 논란으로 민주당으로부터 ‘후보 부적격’ 판정을 받은 뒤 탈당한 전력이 있어 사연 많은 무소속 후보들의 접전이 예상된다. 유일한 정당공천 후보인 민주당 고희범 후보는 중앙정치권과 일정한 거리가 있는 제주도 특유의 성향에 상당히 고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진기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