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집합금지 명령에 공연 줄줄이 취소…“가요계 줄도산 우려…명확한 지침 필요” 거센 항의
이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불과 공연 1∼3일 전 취소가 결정돼 콘서트 주최 측이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는 점이다. 두 번째, 같은 기간 뮤지컬이나 클래식 공연은 열리고 프로야구도 관객을 입장시키기 시작했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있다. 명확한 취소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 데 따른 후폭풍이다.
‘미스터트롯 콘서트’의 주최사 쇼플레이는 공연 집합금지 행정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7월 23일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그러나 이 신청은 7월 27일 기각됐다. 사진=‘내일은 미스터트롯-대국민 감사 콘서트’ 포스터
#피해는 누가 감수하나?
‘미스터트롯 콘서트’는 당초 4월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의 기세가 좀처럼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 수차례 연기됐다. 결국 주최사 측은 좌석 간 거리두기와 방역 지침 등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7월 24일부터 8월 9일까지 3주 동안 총 15회에 걸쳐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KSPO DOME)에서 공연을 열기로 결정하고 티켓 판매도 마쳤다. 하지만 공연을 사흘 앞둔 7월 21일 송파구가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무산됐다.
태사자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이들은 종합편성채널 JTBC 예능 ‘투유프로젝트-슈가맨3’으로 재조명된 후 멤버들이 다시 모여 공연을 준비했다. 이들도 4월 공연을 준비했으나 여의치 않아 7월 말로 날짜를 미뤘다. 이 과정에서 공연장이 세종대학교 대양홀에서 서울 광장동 예스24라이브홀로 바뀌었다. 하지만 관할 구청인 광진구청이 집합금지 명령을 내려 공연을 아예 취소해야 했다.
‘미스터트롯 콘서트’ 주최사인 쇼플레이는 공연 집합금지 행정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7월 23일 서울행정법원에 냈다. 쇼플레이 측은 “공연 3일 전 집합금지명령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 이로 인한 민간중소기업의 피해와 관객들의 손해는 누가 책임지는가”라고 성토하며 “한류의 중심이었던 K-팝 가수들의 콘서트는 지금 예술계 및 체육계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최소한의 지침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을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신청은 7월 27일 기각됐다.
JTBC 예능 ‘투유프로젝트-슈가맨3’으로 재조명된 후 멤버들이 다시 모여 공연을 준비했다. 이들은 당초 4월 공연을 진행했으나 여의치 않아 7월 말로 공연 날짜를 미뤘다. 하지만 관할 구청이 집합금지 명령 처분을 내려 공연을 취소해야 했다. 사진=태사자 콘서트 포스터
한 가요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부터 안전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은 끝났고, 이제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제자리를 찾아가야 한다. 그런데 이렇게 공연을 코앞에 두고 대처가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일방적인 집합금지 명령을 내리면 그해 따른 피해 책임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중가수들이 만만한가?”
이번 콘서트 불발 사태를 놓고 몇몇 가요계 관계자들은 “대중가수들이 만만한가?”라고 성토했다. 다소 감정적으로 들릴 수 있는 표현이다. 그러나 이렇게 감정적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공연 취소의 ‘기준’이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합리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이 있다면 수긍할 텐데, 그렇지 못하고 선별적으로 피해를 입히는 모양새이기 때문에 더욱 견디기 힘들다고 그들은 입을 모은다.
‘미스터트롯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었던 체조경기장은 1만 5000석 규모를 가진 공연장이다. 하지만 쇼플레이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회당 입장 관객을 5200명으로 줄였다. 이로 인해 수익은 크게 감소하지만 안전을 우선시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태사자 측도 관람객을 450여 명으로 제한했다. ‘미스터트롯 콘서트’의 10분의 1 수준이다.
물론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겠다는 관할 구청의 노력을 무조건 탓할 순 없다. 하지만 7월 말부터 무관중 경기를 진행하던 프로야구가 제한적이지만 관중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서울 잠실야구장의 관할 구청이 대규모 공연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 송파구청이기 때문에 가요계 반발은 더 컸다. 형평성 논란에 대헤 송파구청은 “실내체육시설은 야외인 잠실야구장과 달리 관람석이 밀집된 밀폐된 공간으로 대규모 인원이 동일 공간에 장시간 머무를 경우 감염병 전파 위험성이 크다”고 해명했다.
이 역시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송파구청은 집합금지 명령을 내린 7월 21일 구청장을 포함한 수백 명의 직원들이 단체로 뮤지컬을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미스터트롯 콘서트’와는 규모 면에서 차이가 나지만, 그들이 내세운 집합금지 이유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이라 비판 여론이 거셌다.
‘미스터트롯 콘서트’는 결국 8월 초까지 이어지는 2주차 공연도 잠정 연기되며 총 10회차 공연이 불발됐다. 쇼플레이 측은 “가요 콘서트에 대해서는 어떠한 원칙과 잣대 없이 중단만 요구해 가수 및 스태프들의 줄도산이 예상된다”며 “공연을 강행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명확한 지침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