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식기소 ‘도박 혐의’ 법원이 ‘정식재판’ 회부…실형 가능성은 적어
양현석 전 대표가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할 당시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애초 이 사건은 검찰이 약식기소하면서 벌금형 정도로 끝날 것으로 보였다. 서울서부지방검찰청 형사3부(이재승 부장검사)는 5월 26일 양현석 등 4명을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비교적 가벼운 사건에 대해 검찰이 재판부에 정식재판 대신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 혹은 과태료를 부과해달라고 청구하는 것이다. 검찰 기소가 이뤄지면 법원에서 유무죄를 따져야 하나 약식기소는 법원이 검찰 청구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유죄가 확정된다.
따라서 피고 측이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연예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성매매 혐의로 약식기소 처분을 받은 성현아가 정식재판을 청구해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다. 그러나 법원이 약식기소 청구를 거부하고 정식재판에 회부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이런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피고가 무죄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경우와 유죄로 판단돼 더 무거운 형을 내릴 필요성이 있는 경우다.
이번 사례의 경우 단순도박조차 무죄로 볼 만한 여지는 크지 않기 때문에 양 전 대표에게는 불리한 상황이다.
상습도박과 단순도박을 두고 경찰과 검찰, 그리고 법원의 약식재판부가 모두 다른 판단을 내린 까닭은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상습도박이냐 단순도박는 도박 횟수나 금액 등의 명확한 기준 대신 기존 판례를 바탕으로 판단한다. 그렇지만 이 두 가지 혐의에 대한 처벌 수위는 완전히 다르다. 상습도박이 인정되면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서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받을 수 있는데 반해 단순도박은 징역형이 없고 벌금형에 그친다.
양 전 대표는 2015년 7월부터 2019년 1월까지 총 7회 출국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다른 일행 4명과 함께 4억여 원 상당의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를 두고 경찰은 상습도박으로 봤다. 2019년 10월 31일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양 전 대표와 승리의 상습도박 혐의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고, 외국환거래법 위반(환치기) 혐의는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승리의 사건이 송치된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박승대 부장검사)는 1월 30일 승리를 상습도박과 환치기 혐의 둘 다 인정해 기소했다. 경찰은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환치기 의혹까지 검찰은 혐의가 있다고 봤다.
반면 양 전 대표의 사건은 관할권이 있는 서울서부지검으로 이송돼 송치됐는데 서울서부지검은 도박 혐의는 인정했지만 상습도박이 아닌 단순도박으로 봐 약식기소했다. 반면 환치기 혐의는 기소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울서부지방법원 약식재판부는 검찰의 약식기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아직 법원은 상습도박과 단순도박 가운데 어느 쪽이라는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 대신 정식재판에서 신중한 심리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뿐이다.
서울서부지검은 양현석 전 대표를 상습도박이 아닌 단순도박으로 봐 약식기소했다. 그런데 서울서부지방법원 약식재판부는 검찰의 약식기소를 받아들이지 않고 정식재판에 회부했다. 사진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전경. 사진=일요신문DB
정식재판을 통해 상습도박이 인정될지라도 실형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초범인 데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도박 혐의를 대체로 인정했다고 알려진 만큼 반성하고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신정환이 2011년 해외 상습도박 혐의로 기소돼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지만 그는 이미 2003년과 2005년에도 도박으로 벌금 500만 원과 700만 원을 받은 전과가 있었다.
가장 최근에 화제가 됐던 연예인 도박 사건의 주인공은 걸그룹 SES 출신 슈(본명 유수영)다. 지난해 2월 서울동부지방법원 형사11단독은 슈에게 국외 상습도박 혐의를 적용해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80시간도 명령했다. 2년여 동안 무려 8억 원의 자금으로 상습도박을 했지만 법원은 동종 전과가 없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참작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성매매 알선 혐의’와 ‘해외 상습 도박 및 환치기 혐의’, 그리고 ‘비아이 마약 제보자 협박 사건’까지 세 가지 사건으로 경찰 및 검찰 조사를 받은 양 전 대표는 오는 8월 14일부터 본격적인 법정 다툼에 돌입하게 된다.
‘성매매 알선 혐의’를 불기소로 넘기고 ‘해외 상습 도박 및 환지기 혐의’는 약식기소로 해결해 이제는 ‘비아이 마약 제보자 협박 사건’ 대응에 집중하려 했던 양 전 대표 측은 이제 ‘도박혐의’에 대한 법정 다툼과 ‘협박 사건’에 대한 검찰 대응을 동시에 해야 하는 어려움에 빠졌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