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생일 앞두고… 멈춰버린 청춘, 더 눈물겹다
제2 연평해전 당시 북한 함정과 싸우다 부상을 입었던 박경수 중사는 전쟁 후유증을 이겨내고 지난해 다시 천안함에 올랐다. 박 중사는 이번 작전이 끝나는 대로 2004년 혼인신고만 한 부인과 뒤늦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선준 중사와 나현민 일병은 4월 2일과 11일, 각각 서른 번째와 스무 번째 생일을 암흑 같은 바다속에서 맞았다.
정태준 이병은 입대 석달 만에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왔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입대를 결심한 정 이병은 100일 휴가를 나와 석달간 꼬박 모은 월급을 부모에게 쥐어 주고 가던 착한 아들이었다.
제대를 코 앞에 두고 있던 젊은 장병들의 꿈도 산산이 부서졌다. 제대를 보름 앞둔 이상희 병장의 꿈은 일류 셰프였다. 고교 2학년 때 이미 한식, 일식, 양식 자격증을 취득할 정도로 요리에 관심이 많았던 이 병장은 올 6월 일본 연수를 계획하고 있었다. 평소 가족 사랑이 남다르고 효심 깊은 장남이었던 이상민 병장(22)도 제대를 1개월여 앞두고 싸늘한 시신으로 부모품에 안겼다.
입대 전 어머니에게 금반지를 선물하고 다리가 불편한 어머니를 위해 적은 월급을 쪼개 정기적금을 부었던 박보람 하사는 어머니를 남겨두고 하늘나라로 먼저 갔다. 뇌종양 질환을 앓고 있는 홀어머니의 치료비 마련을 위해 지난해 9월 입대한 김동진 하사는 월급을 고스란히 어머니의 치료비로 썼던 효자였다.
고3 때 부모를 잃고 헌신적으로 두 동생을 뒷바라지하며 살아왔던 김종헌 중사는 결혼 7년 만에 어렵게 얻은 아들을 남겨 두고 떠났다. 문영욱 하사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잃은 데 이어 2007년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자 생활비와 학비마련을 위해 6개월 만에 해군에 입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어린 자녀들을 두고 떠난 가장도 있다. 어린 시절 부모를 여의고 군에 입대한 김종헌 중사는 아내와 두 살배기 아들에게 누구보다 든든한 남편이요, 아버지였다.
3남 3녀 중 자신을 포함한 3형제가 모두 해군 출신인 김태석 상사는 아홉 살, 일곱 살, 다섯 살의 세 딸을 둔 ‘딸부잣집’ 가장이었다. 만능 스포츠맨이었던 김경수 중사도 초등학교 2학년 딸과 일곱 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었다. 지난해 결혼한 최정환 중사는 지난 1월 태어난 딸을 둔 아버지였는데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천안함을 마지막으로 육상근무를 자원한 상태였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