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 칼바람에 교수사회 뒤숭숭
▲ <일요신문>에서 입수한 중앙대 교수 평가 등급표. 교육보다 연구 비중이 더 높다. |
또한 중앙대는 지난 4월 14일 소속교수 788명을 S, A, B, C 4등급으로 구분한 평가결과를 공개했다. 교수들은 올해부터 위 평가 등급에 기초해 연봉을 차등 지급받게 된다. 대다수 교수들은 대학 경쟁력 강화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평가 방식이 불합리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2010년 봄, 학계와 교수사회를 뜨겁게 달굴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앙대 교수평가제도의 이면을 들여다봤다.
중앙대가 교수들을 향해 칼을 뽑아들었다. 교수들의 실적을 철저히 평가해 등급을 매기고 연봉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정년까지 안정적인 연구 활동을 보장받던 교수들도 이제는 본격적인 경쟁체제 속에 살아남기 위해 골머리를 앓게 됐다.
지난 4월 14일 중앙대 홈페이지에 S, A, B, C 4등급으로 분류된 교수평가결과가 공개됐다. 최고 등급인 S 등급을 받은 교수들은 모두 28명으로 이들은 실명까지 공개됐고 나머지 등급은 인원과 비율만 공개된 상태다.
이번 평가는 전체 960명의 교수 중 외국인 및 신임 교수를 제외한 788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그중 S 등급은 3.6%(28명), A 등급 22.2%(175명), B등급 68%(536명), 최하위 등급인 C 등급은 6.2%(4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S, A 등급을 받은 교수들은 올해 ‘평균 인상률’ 외에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받게 되고, B 등급은 ‘평균 인상률’을, C 등급은 임금이 동결된다고 한다. 3년 동안 계속해서 S 등급을 받은 교수와 C 등급을 받은 교수의 연봉은 최고 5000만~6000만 원 정도 차이가 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공개된 S 등급 교수 명단을 놓고 학생들은 다양한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수업보다는 논문이 평가 기준인가 보네요.” “매일 수업에 조교를 들여보내더니 결국 S 등급이 되셨군요.” “학생들 사이에서 인정받는 교수님이 없어 왠지 속상하네요”라며 유감을 표시하는 학생이 많았다. 그러나 “밤잠 설치고 스트레스 받으며 연구에 몰두하신 분들이다. 이 분들의 업적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며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교수연봉제는 재단이 교체된 2008년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중앙대는 인적자원관리 컨설팅 전문회사인 머서코리아(Mercer korea)에 교수평가 초안을 요청했다. 초안이 구성되자 학교는 교수 30명으로 구성된 ‘교수업적평가제도 검토위원회’를 마련했다. 계열별 대표 6~7명으로 구성된 소위원회도 따로 구성해 학과별 특성을 고려하는 수정작업도 병행했다. 인문, 자연계열의 성향을 동시에 띠고 있는 학문의 경우 각 과에서 원하는 계열로 평가받도록 조치했다. 그 결과 의류학과는 예체능계열, 간호학과는 사회계열에 포함돼 평가받았다.
▲ 중앙대학교내 전경. 우태윤 기자 wdosa@ilyo.co.kr |
그러나 대다수 교수들은 논문의 ‘질’ 보다 ‘양’에 중점을 둔 평가 기준이 불합리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0일 기자와 통화한 문과대학 A 교수는 “국어국문학과, 민속학과, 아동복지학과 등 각각 다른 특성을 가진 학과를 인문계열 하나로 묶어 같은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학문별로 일 년에 낼 수 있는 논문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페이퍼 수준의 논문을 일 년에 10편 내고 S 등급을 받는다면, 질 좋은 1편의 논문을 내고 B 등급을 받는 교수들이 억울하지 않겠느냐”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또 “차라리 다른 대학들의 같은 과 교수들이 내는 논문의 ‘양’과 ‘질’을 비교한다면 합리적인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대학의 일차적 기능이 교육에 있음에도 연구에 중점을 둔 평가가 내려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20일 기자와 통화한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교수들이 논문의 압박을 받아 연구에 몰두하다 보면 교육의 질적 하락이 야기될 수 있다”면서 “현재 연구 트랙을 선택한 교수들이 500여 명인 반면, 교육 트랙을 선택한 교수들은 35명에 불과하다. 학교에서 연구를 강조하기 때문에 교수들이 교육 트랙을 선택하기에 눈치가 보인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대학 내에 어떤 교수가 어떤 등급을 받았는지 소문이 파다한 상태다. 교수들은 공동연구 작업을 해야 할 경우가 많다. 그런데 C 등급을 계속 받는다고 소문 난 교수와 누가 함께 연구하려 하겠는가”라며 교수들 사이에 쌓일 불신을 우려했다.
기업형 연봉제에 대한 다른 대학들의 생각은 어떨까. 20일 기자와 통화한 서울대와 고려대 교무처 관계자는 “논문의 양보다 질에 중점을 둔 성과연봉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연세대의 경우 “단과대학별로 논문에 대한 인센티브가 이미 지급되고 있기 때문에 성과 연봉제를 아직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교육부에선 국립대학의 기업형 연봉제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의 한 관계자는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성과 연봉제 도입을 위해 국내외 대학의 자료를 모으고 있다. 그 일환으로 최근 중앙대를 방문한 바 있다”며 “현재 각 국립대학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데, 토론회를 개최한 뒤 공무원 보수 규정 개정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 밝혔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