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비리… 성스캔들… 불협화음 시끌시끌
제보자들은 학교 고위관계자들과 일부 교수들의 비도덕적인 행태로 인해 학교의 명예가 실추됐으며 그 피해가 학생들에게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동문회 측에서도 “한 번은 곪아터질 사안이었다. 오죽하면 음대를 없애버리는 것이 낫겠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겠나”라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각종 비리 스캔들로 몸살을 앓고 있는 유명 사립대학 음대 캠퍼스로 들어가 봤다.
“학교 관계자들과 교수들의 위법행위와 부적절한 처신으로 신성한 교육의 장이 더럽혀지고 있습니다. 명문 음대에 밀리지 않았던 저희 음대가 이제는 신입생들도 기피하는 ‘똥통 음대’가 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제보자들은 학교의 치부가 외부에 드러나는 것과 향후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입을 열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하며 음대 내 일련의 사태들에 대해 입을 열었다. 제보자들에 따르면 현재 이 학교 음대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구설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 중 학생들에게 가장 심각한 것은 일부 교수의 부적절한 행태에 대한 것이었다.
음대 A 교수는 그간 ‘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학생들에게 부당한 요구를 했고 이를 거부할 시 ‘응징’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행각을 일삼고 있다는 것이다.
제보자들에 따르면 A 교수는 잦은 구설에 올라왔으며 이와 관련 두 차례 징계를 받기도 했다. 기자는 제보자들로부터 A 교수와 관련한 부적절한 사례를 상세히 전해들었다. A 교수는 회식자리에서 구두에 소주를 가득부어 마시도록 하고, 거부하는 학생들에게 압력을 가했다고 한다. A 교수는 또 캠프에 가서 남학생들은 모두 나가게 한 뒤 여학생들만 따로 불러 술을 따르게 하고 술을 먹이는 등 교수의 위상에 맞지 않은 행각들로 비난과 원성을 사고 있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학생들을 광분케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A 교수가 여학생들과 학교 인근 모텔에 들어가는 장면이 목격됐다는 것이다. 제보자들은 “가정이 있는 교수가 제자와 모텔에 드나든다는 것은 이유를 막론하고 도덕적으로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당시 학생회 측에서는 해당 여학생들로부터 진술을 받고 검찰고발 및 자진사퇴 요구까지 고려했지만 여학생들의 프라이버시상 설득이 쉽지 않았다. 또 당시 이 장면을 목격한 학우는 ‘소문내고 다니면 가만 안두겠다’는 협박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들은 또 A 교수의 인격을 의심케하는 사례들을 수차례 목격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제보자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피해 학생들이 ‘침묵’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일부 학생들은 교수가 ‘절대권력’을 갖는 음대 특성과 직결되어 있다고 귀띔했다. 제보자들은 “교수 눈 밖에 나면 학점은 물론이고 장학금과 추천, 심지어 졸업에도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 더구나 A 교수는 학생들에게 ‘키워준다’ ‘좋은 곳에 넣어준다’는 거짓말로 학생들을 회유하고 입막음하면서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대부분은 ‘응징’이 두려워 대항하지 못한다”고 입을 모았다.
따라서 제보자들은 “A 교수는 교수로서의 인격적인 소양이 없다. 그런 사람이 음대에 머물러 있는 한 이런 일들이 반복될 게 뻔하다. 자질 없는 교수의 교활한 ‘행패’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고 우리 음대의 발전을 위해서도 퇴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보자들의 이러한 주장에 A 교수는 4월 29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근거없는 악질 음해”라고 일축하며 억울하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이런 투서를 한두 번 받은 것이 아니다. 이미 학교 측의 조사도 받았고 문제가 없는 걸로 판명됐다. 학교와 학생들도 진실이 뭔지 다 알고 있다. 안 그래도 작은 흠이라도 잡힐까 언행을 특별히 더 조심하고 있는데 정말이지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A 교수는 하소연했다.
A 교수는 자신이 잦은 구설에 오르내리는 배경에 대해 “3년 전 OO부문 교수공채 때 학교 측에서 실력도 안 되는 인물을 교수로 뽑으려다 내가 반기를 들어 무산된 일이 있었다. 이 일에 앙심을 품은 몇몇 인사가 학생들을 ‘매수’하고 꼬드겨 말도 안되는 악성 루머를 퍼뜨리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A 교수는 제보자들의 구체적인 주장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무근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그게 말이나 되는가. 사실이라면 내가 어떻게 학생들과 대면하고 버젓이 수업을 하고 있겠나. 큰일 날 얘기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 “억울하고 분한 마음이야 금할 수 없다. 대응하는 자체가 수치고 더 문제가 될까봐 피할 수밖에 없었다”며 답답해 했다.
재단 관계자 인사비리 논란
라인 따라 밀고 끌고
이 학교 음대는 행정·인사에 관여할 수 없는 고위인사가 부당하게 개입해 유능한 교수들의 임용을 막아왔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는 학교와 교수들에 대한 학생들의 불신과 불만을 증폭시키는 동시에 교수들 간 파벌을 양산하는 동기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제보자들이 언급한 A 교수 사건이 발생한 배경에도 결국 이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동문회 관계자는 4월 27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모든 동문들과 학생이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 문제”라며 “일체 행정과 인사에 관여할 수 없게 되어 있는 학교 고위 관계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뽑기 위해 직접 개입하거나 입김을 넣는 위법행위를 저질러 공채질서를 흐리고 있다. 교육부에도 진정이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제보자 역시 “실력 위주로 뽑는 공채선정 사항을 무시하고 학교 고위 관계자가 직접 개입해 추천제로 선발했다. 이에 1순위였던 인물이 탈락하고 한참 뒷순위에 있던 인사가 교수로 임용됐다. 결국 파벌이 형성되고 실력 있는 교수들이 발붙일 수 없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동문회 관계자는 “어차피 짜고치는 고스톱이나 다름없다. 끼리끼리 해먹을 거면 공채규정이 왜 필요한가. 공채선발규정을 위반하고 부당개입 해왔던 인사들은 정신을 차리고 음대 내 팽배한 고질적인 문제 개선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제보자들은 하나같이 교수들의 이권 문제가 얽히고설켜 자리다툼을 하는 사이에 후배들은 실력 있는 교수에게 배울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고, 이 학교 음대의 위상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음대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동문회 관계자들은 “사실 이는 우리 학교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부푼 꿈을 안고 음학도로서의 길을 가고 있는 후배들이 학교 일부 관계자들의 위법과 자질 없는 교수들로 인해 피해를 보는 것을 보고 있자니 막막할 따름”이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