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풀기 게임만 잘해도 쪽~♡
▲ 영화 <방자전> |
인생이 드라마보다 훨씬 드라마틱한 순간이 얼마나 많은가. 만난 지 100일 기념일에 실연당한 선배 A만 해도 그렇다. A는 그와 연애를 시작한 후 “이 남자는 달라. 연애를 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서투르긴 하지만 나에게 정말 잘해. 하루에 몇 번씩 전화하고 문자도 하고, 얼마나 다정한지 몰라”라고 자랑을 해대더니, 요즘은 “그럼 뭐해!”라는 푸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만큼 나에게 잘해준 남자도 없었지” 혹은 “그가 섹스 하나는 죽여줬지. 그럼 뭐해. 이제 헤어졌는데” 이런 식이다.
100일 기념일에 싸우고 헤어진 그는 A에게 메일 한 통으로 이별을 고했다. “당신은 내게 너무 과분해요”라고 했다나? 그날 이후 A는 패닉에 빠졌고 심지어 옛날 드라마 대사를 되읊었다. “아유, 남자 잊기가 그리 쉬운가유~. 머리가 잊으면 뭐해, 몸이 기억하는디~!”라고 말이다. 그가 섹스를 잘했노라고 하도 자랑을 하기에 “뭘 얼마나 잘했는데?”라고 물었더니, A는 “본 게임은 모르겠고, 사전 게임은 진짜 잘했어”라고 답했다. 뻔한 대답이었다. 전희를 정성껏, 오래 해주었다는 얘기. “사실 난 남자가 섹스를 잘하는지, 못하는지 잘 모르겠더라. 삽입 이후부터는 내가 정신이 없으니 남자가 잘해도 잘하는지 모르겠고, 못하면 못하는 대로 또 잘 모르겠는 거지. 하지만 이 남자가 애무를 정성껏 해주니까 확실히 좋았어. 그리고 섹스 후 남자들은 곯아떨어지잖아. 근데 이 남자는 팔베개를 해주고, 안아주고, 뽀뽀해주고. 아, 그럼 뭐해. 이제 헤어졌는데”라고, 예의 그 ‘그럼 뭐해’ 타령을 이어나갔다. A는 그 ‘사랑받았던 기억’을 떨칠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남자가 애무를 정성껏 해주는 것만으로도 오르가슴이 오는 걸까? 섹스 후 팔베개를 해주면 사랑받는 느낌일까? 나는 A의 얘기에 동의할 수 없었다. 애무가 아무리 좋았더라도 본 게임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하는 남자와의 섹스는 허무하니까. 섹스할 때는 자기 좋을 대로 리드하다가 섹스 후에만 팔베개를 해주는 남자가 어떻게 만족스러울 수 있겠나.
경험이 적은 여자일수록 전희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경험이 적은 여자는 남자가 삽입하는 순간부터 극도로 긴장하기 때문에 오히려 본 게임에 들어가면 남자의 실력을 능숙하게 가늠할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심지어 삽입의 순간에 그 쾌감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경험이 적은 여자가 G스폿을 발견하고 그 쾌감을 제대로 느끼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린다고 할까. 그래서 경험이 적은 여자는 남자가 피스톤 운동을 할 때보다 애무할 때, 그리고 안아줄 때에 더 큰 쾌감을 느끼게 마련이다. A가 바로 이런 경우였다. 막상 본 게임을 제대로 즐길 여유가 없었던 A는 사전 게임과 애프터서비스만으로 오르가슴을 느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애무와 후희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여자들의 소원은 ‘애무를 정성껏 해주는 남자’라 해도 과언은 아닐 테니까. 하지만 나는 그녀의 생각과는 좀 다르다. 나는 나를 실험 도구로 대해주는 남자가 좋다. 나를 여신으로 떠받들면서 불면 날아갈세라 부드럽게 애무해주는 남자보다는 과감하고 거칠게 애무해주는 남자에게 더 매력을 느낀다. 가끔은 내가 해보지 않았던 다양한 체위로 나를 이끄는 남자가 좋고, 내가 “싫어, 애널은! 아프잖아”라고 말해도 “이거, 막상 해보면 되게 좋을지도 모르잖아. 한 번 해보자. 도저히 못하겠으면 절대 안할게”라고 조르는 남자가 좋다. 가끔은 나를 러브 체어에 앉히고 다양한 체위를 시도하는 남자에게 고마움을 느낄 때도 있다. 이렇게 사전 게임보다 다양한 본 게임에 열을 올리는 이가 나만은 아닐 것이다.
대체 어쩌라는 거냐고? 사전 작업과 본 작업, 어디에 더 신경 써야 하느냐고? 하하. 물론 답은 둘 다이다.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경험이 적은 여자는 본 게임이 만족스럽지 않아도 모를 경우가 많으니 스스로 ‘나는 섹스를 잘 못해’라고 생각하는 남자라도 기죽지 말라는 것이다. 섹스 경험이 적은 여자일수록 실험적인 체위보다 정성 들인 사전 작업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경험이 많은 여자일수록, 그리고 섹스가 반복될수록 정성들인 애무는 기본이고 본 게임에 들어섰을 때 다양한 시도를 해줘야 즐거울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엔 섹스 경험이 적고 남자의 실력을 가늠하지 못하는 여자가 훨씬 더 많으니 그저 정성 들인 애무와 팔베개만으로도 일단은 여자의 마음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본 게임의 실력 향상? 그건 그 다음 문제다.
박훈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