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 확대 정책 중·소형 건설사에 유리…대형 건설사들 건설 자회사 출범시켜 수주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 본 서울 아파트단지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재개발·재건축 확대…‘알짜’는 중·소형 건설사
최근 발표된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정책은 대형 건설사들에게 호재로 작용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공급량을 2배 이상 늘린 곳은 증가 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으로 환수된다. 기부채납 받은 주택의 절반 이상은 장기 공공임대로 공급하고 나머지는 무주택자와 신혼부부·청년 등을 위한 공공분양으로 활용한다. 대규모 재건축·재개발을 수주하더라도 건설사들의 이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기부채납과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피한 소규모 정비사업장을 공략하는 중·소형 건설사들은 오히려 수혜를 입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3기 신도시 주택공급에서 중·소규모 공공주택지구 공급량은 6만 6000호로 늘어났다. 기존보다 5000호가 증가한 물량이다. 앞서 지난 5월 6일 발표한 수도권 주택공급 기반 강화 방안에서 정비사업 물량의 절반인 2만 호가 소규모 정비사업이다.
뉴타운 해제 지역을 공공 재개발 사업으로 추진해 2만 호를 공급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뉴타운 등으로 지정됐으나 사업 지연 등으로 해제된 정비구역은 서울에만 176곳에 달한다. 대부분 소규모 정비사업장이다. 이 밖에도 노후 공공임대 재정비 시범사업장이나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완화한 역세권 준주거·상업 지역 등도 소규모 부지다.
이와 관련,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공급 확대로 전환된 것은 긍정적이나 실질적인 효과는 지켜봐야 한다”며 “이번 공급방안에 일반 재건축 규제 완화는 포함되지 않았고 정부가 제시한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의 경우 조합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면서 대형 건설사가 강점을 지닌 재건축 시장의 활성화는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이나 자투리 부지 활용 방안 등을 감안하면 대형사보다는 중소형사에 유리한 정책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5월 7일 오후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서울 종로구 서울정부청사에서 수도권 30만호 주택공급 방안에 따른 제3차 신규택지 추진계획 발표를 마친 뒤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있다. 사진=일요신문DB
#대형 건설사 잇따라 건설 자회사 출범
규모는 작더라도 안정된 이익이 보장되는 소규모 사업장이 주목을 받으면서 대형 건설사들은 전략적으로 자회사를 출범하며 이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8월 1일 대우에스티는 푸르지오서비스를 흡수합병 완료했다고 밝혔다. 푸르지오서비스의 시공·임대 운영관리 능력과 대우에스티의 사업관리시스템을 활용해 모회사인 대우건설이 진입하기 어려운 중소형 규모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대우에스티의 올해 목표 매출액은 2450억 원으로 오는 2025년 6000억 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앞서 지난 7월 1일 대림산업이 계열사인 삼호와 고려개발을 합병해 대림건설을 출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림건설은 출범하자마자 기세를 올리고 있다. 지난 7월 30일에는 690억 원 규모의 용인 죽전70근린공원 특례사업 비공원시설 공동주택 신축공사를 수주한 데 이어 지난 8월 1일에는 약 1240억 원 규모의 송월아파트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로 선정됐다.
GS건설의 자이에스앤디는 2018년부터 소규모 정비사업에 뛰어들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자이에스앤디는 2017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417억 원, 102억 원에 불과했지만, 올해 매출과 신규수주 목표를 각각 3600억 원, 9000억 원으로 할 만큼 성장했다. 올 상반기 수주잔고는 4370억 원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고려하면 선방한 셈이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사 매출에서 정비사업 역할이 큰데 남은 사업장이 얼마 없다 보니까 수주를 따내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주 전략이 바뀌고 있다”며 “이것저것 따지기보다는 수익이 된다면 작은 사업장에도 대형 건설사가 참여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공급방안이 중·소형 건설사에게 유리한 면이 있다 보니 대형 건설사도 타격을 덜 받기 위해서 자회사를 출범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