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3구역, 조심스런 분위기 속 홍보 ‘눈치게임’ …반포3주구, 비방에 고소까지 과열 양상
강남과 강북에서 동시에 대어급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이 시공사 선정에 나서면서 1군 건설사 대부분이 등판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지역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한남3구역, 눈치게임에 ‘순한맛’된 삼파전
한남3구역은 재개발 사업은 공사비만 2조 원, 사업비는 7조 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으로 강북권 재건축 ‘최대어’로 꼽힌다. 한강변에 위치해 전통적인 부촌으로 꼽히는 지역에 브랜드를 내걸어 간판효과를 볼 수 있고, 재개발 시장의 패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상징성 때문에 수주전이 치열하다.
지난해 11월 현대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이 입찰에 참여했으나 위법성 시비에 휘말리면서 입찰이 결국 무효화됐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합동점검 결과 3사가 내걸었던 △사업비 무이자 지원 △이주비 금융비용 무이자 지원 등 제안 내용 20여 건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3월 진행된 재입찰에 3사가 다시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건설이 지난 5월 19일 한남3구역 재개발 사업 제안서 관련 설명자료를 공개했다. 조합이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들의 입찰제안서를 개봉한 다음날이다. 반면 GS건설과 대림산업은 입찰제안서 관련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해 불법 홍보 논란으로 입찰 무효까지 겪었던 만큼 신중을 기해 공개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건설의 설명자료 공개에 대해 GS건설과 대림산업은 사전 개별홍보를 하지 않기로 한 지침을 위반했다고 판단하고 있지만 문제가 커질 것을 우려해 일단은 쉬쉬하는 분위기다.
입찰에 참여한 한 건설사 관계자는 “(현대건설의 설명자료가) 합법과 불법 사이에 존재하는 것 같아 일단은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며 “지난해 발생했던 문제 때문에 조합에서도 최대한 조용히 진행하고 싶어 한다. 협의가 되고 있는 것 같고, 비교표도 나오고 나서 설명자료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 또한 “조합에서 언론홍보를 포함해 개별적 홍보활동을 일체 하지 말라고 했는데 현대건설에서 일단 먼저 배포했다”며 “홍보를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조합에서 협의가 되어야 하는 만큼,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설명회를 하면서 설명자료를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3사는 앞서 문제가 됐던 △분양가 보장 △임대주택 제로 △혁신설계 등의 공약을 이번 입찰 제안서에서 삭제‧수정했다. 혁신설계 또한 조합 측 원안설계를 10% 이내로 변경하는 대안설계로 대체했다. 3사는 모두 후분양 제안을 선택지에 넣고 공사비 지급방법을 분양 후 기성불(공사 완성도에 따라 공사비를 지급받는 방식)로 제안했다. 또 사업비 대여조건을 비롯한 다수 조건을 비슷한 수준에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공사비 절감 등을 통한 조합 이익 극대화, 법안 테두리 안에서 특화된 대안설계 등이 수주전 주요 키워드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의 건설사 관계자는 “조합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을 상당히 우려하는 만큼, 앞으로 비교표가 나오고 설명회가 열리는 동안에도 건설사들이 남다른 행동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제안도 서울시에서 지적한 내용은 모두 제외하는 등 클린수주를 지키기 위해 (지난해 제출한 제안서에 비해) 얌전한 분위기다”라고 전했다.
조합은 제출받은 제안서를 토대로 제안 비교표를 작성해 조합원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또 오는 6월 4일 1차 합동설명회와 정기총회를 개최한다. 시공사 선정 투표는 기존 과반득표제에서 다득표제로 변경돼 진행된다. 최종 시공사 선정 총회는 오는 6월 21일 열린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1031 반포주공1단지 아파트 전경. 사진=최준필 기자
#‘클린수주 1호’에도 비방에 고소까지…
반포3주구는 8087억 원의 사업비로 강남 재건축 대어로 꼽혔다. 앞서 2018년 7월 HDC현대산업개발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으나 특화설계 등으로 조합원들과 갈등을 빚으며 시공사 선정이 취소됐다. 현재는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19일 서초구 엘루체웨딩컨벤션에서 열린 합동설명회에서는 두 건설사의 대표가 직접 참석하며 수주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 김형 대우건설 사장은 “한남더힐을 뛰어넘을 새 랜드마크를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영호 삼성물산 대표이사는 “래미안은 22년 연속 아파트 브랜드부문 1등을 지켜왔다”며 브랜드 파워를 앞세웠다.
이날 대우건설의 홍보영상에는 산업은행 자회사 KDB인베스트 이대현 대표이사가 등장해 “매각을 서두르기보다 대우건설 가치를 높이는 데에 주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지난 9일 대의원 설명회에서 제기된 대우건설 매각설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 위한 노력이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KDB인베스트먼트는 연초에 이미 매각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대주주 입장에서 그 부분을 조금 더 확실하게 설명해 매각설을 해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명회를 듣고나온 조합원 대부분은 건설사 관련 언급을 피했다. 시공사를 재선정 중이고 최근 건설사 간 소송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홍보물 배포 등을 놓고 발생한 삼성물산과 대우건설의 신경전은 최근 고소사건으로 이어졌다. 대우건설은 지난 5월 6일 삼성물산과 신반포1차 한 아무개 조합장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개인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한 조합장이 대우건설과 대우건설의 제안서를 허위 비방하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반포3주구 조합원들에게 전송했다는 이유에서다.
한 조합장이 보낸 메시지에는 “아웃시켰던 현대산업개발보다 못한 최악의 시공사”, “삼성보다 최소 수백억 원 손해인 제안서를 제출한 대우건설” 등의 내용이 적혀있었다. 대우건설 측은 한 조합장이 시공사 입찰 전부터 삼성물산과 모종의 관계를 맺어왔다고 주장하며 녹취 동영상과 사진 등의 근거 자료를 제출했다.
‘클린수주 시범 사업장’ 지정이 무색하게 양사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행정기관인 서울시와 서초구는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12일부터 15일까지 전문가 지원반을 투입해 수주전 실태조사에 나섰다. 서울시는 공공지원 차원에서 양사의 제안서와 총회 관련 서류 등을 검토해 자문했다고 설명했다.
김훈 서울시 공동주택과 주무관은 “코로나19 사태로 설명회가 지연돼 한 달간 시공사들의 홍보가 불가능했던 것이 홍보 과열의 원인으로 파악됐다”며 “국토부와 서울시가 최근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겪으며 느낀 점을 토대로 빠른 대응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