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전 현 협회장·이선미 경기도회장·김학엽 대구시회장 출마 유력…‘현역 프리미엄’ 작용할지 관심
[일요신문] 대한주택관리사협회의 차기 3년을 책임질 협회장 선거의 일정이 공개됐다. 주택관리사협회는 오는 11월 20일 온라인 투표를 통해 제9대 협회장을 선출한다.
주택관리사협회는 주택관리사들이 모여 만든 사단법인이다. 회원 수는 약 2만 5000명으로 다른 전문 자격자 단체인 한국세무사회(1만 3000회원)보다 다소 많고, 한국공인회계사회(2만 1700회원)와는 비슷한 수준이다.
협회는 협회비와 교육사업, 공제(보험)사업 등을 통해 연간 200억 원 규모의 예산을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 수와 예산액으로는 공동주택 관리 분야에서 단연 첫손에 꼽힌다. 협회 회원은 전국의 아파트와 집합건물의 관리소장들이다. 흔히 의무관리 공동주택이라 부르는 150세대 이상의 아파트 소장들이 주를 이룬다. 전국의 아파트를 관리하는 소장들의 모임이다 보니 국민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다만 협회는 의무 가입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협회에 가입하지 않고도 아파트 관리소장을 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그럼에도 연간 18만 원에 달하는 협회비를 부담하면서 많은 소장이 협회에 가입하고 있다. 주택관리사협회는 본회 외에도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17개 지역에 시회와 도회를 두고 있으며 시, 도회에는 총 166개의 지부가 있다.
다른 자격자 단체에서 간혹 정부 부처 고위직 출신의 대표자를 영입하는 것과 달리 주택관리사협회는 회원 중에 대표를 뽑는다. 대체로 지부장을 거쳐 시, 도회장에 도전하고 이후 협회장에 출마하는 식이다. 시, 도회장이나 협회장도 관리소장 시절을 거친 인물들이라 대표자와 회원 간의 거리는 멀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협회장이 되면 관리소장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막대한 예산을 집행할 권한이 생기고 협회와 산하기관(연구원, 신문사 등)에 대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다. 임기 중 LH(한국토지주택공사) 비상임이사를 지낸 협회장도 있었다. 무엇보다 전국 2만 5000주택관리사의 대표라는 명예도 빼놓을 수 없어 관리소장 중에는 이 같은 선출직에 도전하려는 회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파트 세대수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관리소장이 350만 원 전후의 월급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협회장 연봉은 7000만~8000만 원 수준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협회 관계자는 본지에 “협회장 연봉이 약 7000만~8000만 원, 영수증 없이 쓸 수 있는 판공비가 8000만 원 정도”라고 귀띔했다.
11월 20일로 예정된 제9대 협회장 선거에는 현 협회장인 황장전 협회장과 이선미 경기도회장, 김학엽 대구시회장의 출마가 유력해 보인다. 각 회장은 직, 간접적으로 본지에 출마 의사를 내비쳤다.
제7대 협회장 선거까지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400여 명의 대의원이 협회장을 선출했지만 제8대 협회장 선거부터는 회원의 직접 투표로 협회장을 뽑았다. 이번 선거도 회원 개개인의 의사가 당락을 가를 전망이다.
선거 예측은 30여 명의 협회 임원진 내에서도 크게 갈린다. 한 임원은 “아무래도 현역 프리미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협회장이 나무랄 데 없는 임기를 보냈다”고 평가한 반면 “직접 선거기 때문에 우세, 열세를 판단하기가 어렵다. 예전 대의원 선거처럼 시, 도회장이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라고 전망한 임원도 있었다.
현역 프리미엄이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에 대해 이선미 경기도회장은 “황장전 협회장도 3년 전 서울시회장에서 협회장이 되지 않았나”라고 일축하며 “지난 3년은 회원들이 원하는 수준의 입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입법이란 주택관리사법 제정, 관리소장의 고용을 보장할 수 있는 법 개정 등을 의미한다.
이선미 경기도회장은 전국에서 회원 수가 가장 많은 경기도회의 회장이다. 여성이지만 주택관리사협회는 이미 제2대, 제3대 협회장으로 여성 협회장을 선출한 경험이 있어 “여성으로서의 핸디캡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김학엽 대구시회장은 “협회가 이대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공제사업을 효율화하고 그 수익을 회원 복리 증진에 사용하겠다”고 했다. “회원권익위원회 예산이 취지와 다르게 회의비나 간접비로 많이 지출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질적인 회원 지원에 예산 비중을 높이겠다”고 덧붙였다.
김학엽 대구시회장은 2016년 주택관리사협회 공제사업단의 공제(보험)상품이 불법상품이라는 법제처 해석이 나오자 대구 수성구의 주호영 의원(현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을 찾아가 주택관리사 공제사업의 범위를 넓히는 법 개정을 끌어낸 인물로 알려져 있다.
흔히들 주택관리사 협회장 선거를 ‘승자독식 선거’라고 평한다. 협회장 1인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협회장에게는 무거운 책임과 사명이 뒤따른다.
지난 선거에서 회원들은 서울시회장이던 황장전 후보를 업셋(Upset)의 주인공으로 만들었다. 당시 기존 협회장이 우세할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황장전 후보는 55%의 득표를 거두며 승리했다. 공약의 이행 가능성보다 주택관리사를 향한 비하 발언에 거리로 뛰쳐나간 결단력을 높이 샀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엔 쟁쟁한 도전자들을 상대로 수성에 나서야 하는 입장이다. 3개월 남은 선거를 두고 “협회가 회원들의 기대에 부응했는지 확인할 시간”이라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