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지기 이재우씨 인터뷰
▲ 노무현 전 대통령 50년지기 죽마고우인 이재우 전 진영농협 조합장. |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를 앞둔 지난 5월 11일 노 전 대통령의 50년지기 죽마고우인 이재우 전 진영농협 조합장을 만났다. 11세 때 ‘개구쟁이 시골소년 노무현’을 처음 만나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각별한 우정을 쌓아온 이 씨는 빵 한 조각을 얻어먹기 위해 교회를 다녔던 일, 청년시절 밤하늘의 별을 보며 미래를 얘기했던 일, 술잔을 기울이며 나누었던 수많은 대화들, 그리고 노 전 대통령과의 잊을 수 없는 추억들을 얘기하면서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촌구석을 뛰어다니며 동네를 주름잡았던 말도 못할 개구쟁이가 한 나라의 대통령이 되기까지, 또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결코 순탄치 않았던 그의 인생길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었는지 알잖아요. 살아있는 게 아니었을 겁니다. 정말 많이 힘들어 했어요. 하도 말이 많고 지켜보는 눈이 많으니까 어느 순간부터 일체 바깥출입도 안하고 우울증 환자마냥 틀어박혀 있더라구요.”
‘인간 노무현’의 배짱과 배포를 익히 알고 있던 이 씨였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보니 겁이 덜컥 났다고 한다. 당시 상황은 검찰은 물론 언론까지 합세해 ‘노무현 죽이기’에 나선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보다 못해 사건 이틀 전 저녁에 통닭 두 마리를 사들고 ‘소주 한잔 하자’고 찾아갔어요.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음 단단히 잡수라’고 신신당부했죠. 평소 같으면 술도 한잔하고 이런저런 속얘기들을 술술 했을 텐데 그날은 달랐어요. 그때 이미 마음을 먹지 않았나 싶어요. 이러다 큰일나겠다 싶어 ‘언제 기자들 없는 새벽에 산책 좀 하자’고 권유했는데 ‘알았다’고 하더군요. 그것이 마지막이었어요.”
이 씨는 노 전 대통령이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마다 마음 터놓고 얘기한 최측근이었다. 퇴임 후 봉하마을 귀향 또한 이 씨와의 논의하에 이뤄진 일이었다. “낙향 후 강연 같은 거 일절 다니지 말고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 발언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어요. 재임 당시에도 여러 가지 발언들로 구설에 올랐는데 퇴임 후에도 정치에 대해 왈가왈부하면 추해 보인다고요. 그런데 정치적 의도와 무관하게 원래 말을 속에 담아두지 못하는 성격이라 어쩔 수 없더군요. 언론에 미운털이 박혔기 때문인지 역시나 말도 안되는 추측성 기사가 계속 나가더라고요.”
그렇다면 50년지기가 본 ‘인간 노무현’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이 씨는 노 전 대통령에 대해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을 좋아하며 순수하고 유머가 넘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낙향 직후에는 하루에도 수차례 나와서 사람들과 대면하며 농담도 잘했어요. ‘대통령 할 땐 그렇게 욕들 하더니 여긴 뭐하러 왔소~’ ‘내가 노니까 그렇게 좋아요’라며 툭툭 내뱉는 경상도식 농담에 사람들은 배꼽을 잡았죠. 또 원체 격식을 싫어했어요.
12월 창원 유세때 허름한 식당에서 혼자 저녁을 먹는 대통령을 보고 사람들이 ‘저기 노무현이다. 여당 후보가 초라하게 와 저러노’라고 수군거리자 대통령은 ‘밥 먹는데 누가 지키고 있으면 체한다’고 그러더군요. 신호위반에 걸렸을 때 그냥 보내주는데도 불구하고 기어이 딱지를 끊으라하던 원칙주의자였죠. 대통령이 되고나서도 마찬가지였어요. 매력이 넘치는 인물이었죠. 정치에 관심 없던 사람들, 청소년과 청년들까지 ‘노무현’이라는 인물에 열광한 것, 이 먼 곳까지 찾아오는 것만 봐도 답이 나올 겁니다.”
서거 1주기를 앞두고 이 씨는 결국 먼저 떠나간 친구를 향해 원망 섞인 울음을 쏟아냈다. “난 아직도 실감이 안나네. 다시 살아온다면 소원이 없겠소. 내가 그렇게 죽지 말라 당부했는데 왜 그랬소. 우리 젊은 시절 더 힘든 일도 너끈하게 이겨내지 않았소. 아, 진짜 꿈이었으면 좋겠소.”
김해=이수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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