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은 게스트하우스 파티도 여전…지자체 “폐쇄 어려워 방역수칙 계도”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방역당국은 전국 해수욕장을 긴급 폐장했지만 서핑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진=한 서핑 업체 소셜미디어 캡처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8월 31일 강원도 양양의 인구해수욕장은 서핑을 즐기러 사람들로 북적였다. 안전거리를 확보하지 않고 밀집한 채로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서핑 강습을 받기도 했다. 마스크를 쓴 사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해수욕장 입구엔 안전요원이 없어 사고가 나면 책임지지 않겠다는 문구와 함께 폐장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걸려있었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서핑족들은 해수욕장에 들어갔다.
양양의 한 서핑 업체 관계자는 “서핑은 11월에서 12월까지도 탄다. 해수욕장이 폐장은 했지만 폐쇄된 건 아니라서 사람들이 많이 온다. 야외 활동이라 코로나 감염 걱정은 적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 친구들과 양양을 찾아 서핑을 즐기던 김 아무개 씨는 “물에 들어가면 마스크가 젖기 때문에 써도 소용이 없다. 야외라 좀만 조심하면 괜찮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래도 요즘 분위기에선 SNS에 놀러 왔다고 자랑하는 사진을 올리긴 꺼려진다”고 전했다.
상황은 제주도도 마찬가지다. 8월 28일 제주도 중문해수욕장에 서핑을 다녀온 허 아무개 씨는 “서핑 하러 온 사람들이 많았다. 해수욕장 출입을 막거나 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국 해수욕장 폐쇄 이후에도 제주도 중문해수욕장에서 많은 서핑족들이 서핑을 즐기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도사리는 곳은 야외보다 실내였다. 젊은 남녀가 해수욕장을 많이 찾는 특성 탓에 주변 게스트하우스에선 매일 밤 실내 파티가 열렸다. 최근 제주도에선 이미 게스트하우스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전파가 이뤄지기도 했다.
8월 28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강동구 138번 확진자는 8월 25일 제주도 ‘루프탑정원’ 게스트하우스에서 야간 파티를 즐긴 사실이 밝혀졌다. 루프탑정원 운영자 1명과 직원 2명 또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제주도는 8월 28일 제주도 내 게스트하우스 야간 파티를 막기 위해 10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양양의 대부분 게스트하우스는 여전히 야간 파티를 열고 있었다. 파티는 대부분 식탁에 여럿이 둘러앉아 고기와 술을 즐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양양의 A 게스트하우스 관계자는 “저녁 7시 30분쯤부터 파티가 시작된다. 10인 이상이 돼야 파티를 열지만 그 이하가 돼도 웬만하면 한다”고 전했다.
양양의 B 게스트하우스도 마찬가지였다. B 게스트하우스 관계자는 “코로나19 감염 문제로 클럽은 열지 않는다. 하지만 파티는 클럽과 다른 것이기 때문에 계속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스트하우스 야간 파티에 참석했던 박 아무개 씨는 “사실상 음식을 먹으면서 마스크를 하기란 어렵다. 해도 ‘턱스크’ 정도지 아무도 마스크를 하지 않았다”며 “젊어서 괜찮다는 인식이 사실 있으니까 신경 안 쓰고 하는 것 같았다”고 답했다.
강원도청과 양양군청은 게스트하우스 실내 야간 파티를 강제할 선제적 조치를 취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양양군청 관계자는 “도청에서 실내 50인 이상 모임을 막는 2단계에 준하는 지침을 내려서 거기에 따르고 있다. 군청에서 따로 할 수 있는 건 없다”며 “강원도는 아직 청정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강원도청 관계자 역시 “선제적 조치를 아직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다만 각 지자체는 해수욕장 출입을 막기 어려운 대신 안전 요원을 배치하거나 코로나19 감염 방역 수칙을 잘 지키도록 계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늦더위가 시작되면서 폐장을 했음에도 해수욕장을 찾는 시민들이 많다. 해수욕장을 폐쇄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무한 행정 책임을 지기 위해 안전 요원을 다시 배치했다”며 “서핑은 레저스포츠 활동이기 때문에 강제로 막을 순 없지만, 물 밖에선 마스크를 쓸도록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전했다.
양양군청 관계자는 “양양군에 서핑 관련 업체가 80곳이 넘는다. 이곳을 강제로 폐쇄하긴 어렵다”며 “대신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순찰대를 운영해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킬 수 있도록 계도에 나서겠다”고 답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야외에서 활동한다고 해서 감염이 안 된다는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서핑이든 해수욕이든 얼마든지 감염이 될 수 있고, 그 행위 하나만 볼 게 아니라 이동하는 동안 접촉이 자꾸 늘어난다는 걸 생각해야 한다”며 “지금은 그런 활동 자체를 금지하거나 줄이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