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방위·복지위 후보군 고사 끝 이원욱·김민석 내정…후반기 기재·예결위원장 등 경쟁 치열할 듯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왼쪽)와 한정애 정책위의장.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당직으로 옮기면서 원내 지도부는 공석이 된 복지위 상임위원장 후임을 물색 끝에 김민석 의원을 사실상 내정했다. 사진=박은숙 기자
민주당은 공석이 된 과방위 위원장엔 이원욱 의원을, 복지위 위원장으론 김민석 의원을 내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후임을 물색해 선정하기까지 난항을 겪었다고 한다. 위원장 후보군에 오른 중진급 의원들이 국회 후반기 ‘알짜’ 상임위원장을 노리고 거절했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두 곳의 상임위원장 선출은 2년 후 후반기 국회 상임위 배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이번에 과방위와 복지위 상임위원장에 서로 안 가려고 꺼려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원래 상임위원장 순서대로는 김경협 이원욱 박범계 의원 등이었다. 하지만 김경협 박범계 의원 등이 고사하면서 김민석 의원 순서까지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원욱 의원은 “당에서 여러 가지를 고려해 판단해달라”고 전권을 위임했다고 한다. 이원욱 의원 측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과방위 상임위원장으로 가는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복지위원장 경우도 남인순 인재근 김민석 의원 등이 후보로 꼽혔는데, 김민석 의원만이 가능성을 열어놨고 결국 내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몇몇 의원들이 이번에 위원장직을 꺼린 이유는 21대 국회 후반기 ‘알짜’ 상임위원장을 맡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상임위원장은 통상 재선 이상 3선 의원들이 주로 맡는다. 이들 중 선수와 나이, 전문분야 등을 고려해 적합한 상임위에 배정한다. 전문분야와 상관없이 기획재정위 예결위 국토위 법제사법위 등 인기 상임위 위원장은 의원들이 서로 맡기 위해 눈치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반면 이번에 공석이 된 과방위와 복지위 위원장직은 선호도가 낮다. 세세한 현안이 많아 일은 많은데 주목 받기 어렵기 때문.
따라서 이번에 과방위 복지위 상임위원장을 맡게 되면 2년 후 후반기엔 인기 상임위원장 기회를 갖기 어렵다. 박범계 의원은 처음부터 현재 배치된 법사위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김경협 의원은 후반기 외교통일위원회나 기재위 위원장을 지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21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 배정 과정에 상임위원장 자리를 두고 의원들의 눈치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전반기 국회는 법사위원장 등 원구성 협상에서 여야 갈등을 벌이다 민주당이 상임위원장 18석을 모두 차지했다. 5선의 송영길 의원(외교통일위)과 4선 윤호중 의원(법사위) 등 선수가 높은 중진 의원들이 상임위원장에 올랐다. 정성호 의원은 20대 국회 후반기 기재위원장에 이어 21대 국회 전반기 예결위원장을 연이어 맡았고, 도종환 의원과 진선미 의원은 장관 출신으로 이례적으로 상임위원장에 오르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21대 국회 후반기에는 기존대로 민주당과 국민의힘(옛 미래통합당)이 11 대 7로 상임위원장을 나눌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후반기 원구성 과정에서도 여야 간 협상이 이뤄지지 않아 민주당이 다 가져오게 되면, 더 많은 의원들이 차출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후반기에 민주당이 11개만 가져온다고 해도 남성 3선과 여성 재선 의원은 다 상임위원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며 “민주당 내에 상임위원장 여성 의원 할당제가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요건이 되는 인물이 많지 않다. 이에 전반기에도 송옥주 정춘숙 의원이 재선 의원으로 상임위원장을 맡았다. 후반기에도 백혜련 이재정 의원은 상임위원장이 사실상 확정적이다. 나머지 여성 의원 몫은 고민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남성 3선 의원은 현재 상임위원장 후보군으로 김경협 박범계 이광재 정청래 김민기 박완주 홍익표 박홍근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후반기에 이들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측된다.
8월 24일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김민석 소위 위원장. 사진=박은숙 기자
한편 이원욱 김민석 의원의 상임위원장 임명은 당초 9월 14일 본회의에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9월 16일까지 선출 안건이 상정되지도 않고 있다. 김민석 의원 측 관계자는 “아직 따로 연락을 받은 것은 없다.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의결이 늦어지는 데는 국민의힘 등 야당과 협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이번 상임위원장 선출을 빌미로 법사위원장 등 상임위 재분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국민의힘도 민주당이 법사위를 내주지 않을 거라고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의회 독재’ ‘상임위 독식’이라는 프레임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선선히 협조하지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