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이 직업병 피해 증명해야 하는 관행 사라져야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희귀 질환에 걸린 노동자가 산업재해 판정을 받게 됐다. 사진=일요신문DB
서울행정법원은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사업장에서 근무하다가 ‘시신경척수염’에 걸린 A 씨가 근로복지공단의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A 씨는 1997년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사업장 3라인에서 일했고 8년 뒤인 2005년 퇴사했다. 시신경척수염은 중추신경계 염증성 질환으로 시력 저하, 사지 마비,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초래하는데, 현재 역학연구가 부족한 질병이다.
근로복지공단은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업무 중 노출된 유해물질 정보가 정확하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A 씨의 산재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법원은 A 씨가 희귀질환의 발병 원인을 명확하게 입증하기 어려운 사정과 산재보험 제도의 취지 등을 고려해 산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A 씨가 근무하던 작업장에 유해물질이 순환된 점, 근무자들이 호흡용 보호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고 일한 경우가 많은 점, 안정장치를 해제한 채 작업이 이뤄진 점, 상당한 양의 초과근무를 한 점 등을 고려했다.
또 법원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위험을 산업과 사회 전체가 분담하도록 하는 산재보험 제도의 목적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올림은 “노동자들에게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며 직업병 피해를 인정하지 않는 근로복지공단의 잘못된 관행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