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피해자모임 활동 이유로 재계약 불허 의혹…쿠팡 “계약 기간 종료된 것”
고건 쿠팡피해자모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쿠팡은 산업재해 요양 기간 중인 고건 대표와 강 아무개 씨의 재계약 연장을 거부했다. 노동 여건 개선을 위해 목소리 높여왔다는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박현광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송기호 변호사는 “계약직이라고 해도 ‘갱신기대권’을 보장받는다. 대다수 계약직이 재계약된 상황에서 쿠팡이 고 대표의 중대 과실 등 명확한 사유를 밝히지 못할 경우 부당 해고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 대표는 “지각, 조퇴, 결근도 한 적 없다. 10일 이상 연속근무도 했다. 재계약이 안 된 명확한 사유도 알려주지 않을 뿐더러 더 일하고 싶다고 했지만 아무 답이 없다”며 “재계약이 안 된 이유는 피해자모임 활동 탓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쿠팡은 “계약 기간이 종료된 것”이라고 짧게 입장을 밝혔다.
고건 대표는 7월 23일 쿠팡으로부터 “근로 계약 기간이 2020년 7월 31일부로 만료됨에 따라 근로 계약이 종료됨을 안내 드린다”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고 대표는 재계약이 안 된 사유를 되물었지만 명확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고건 대표는 재계약 연장이 거부된 사유를 물었으나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 사진=고건 대표 제공
고 대표의 경우처럼 물류센터 계약직으로 일하다가 산업재해 인정을 받아 치료를 받고 있던 강 아무개 씨도 재계약 연장이 거부됐다. 강 씨도 근무지 안팎에서 쿠팡의 노동 조건 개선을 위해 목소리 내온 인물이다. 쿠팡은 산업재해로 치료를 받는 노동자의 재계약을 거부한 셈이다.
근로기준법 23조 2항(해고 등의 제한)에 따르면 업무상 부상 또는 질병의 요양을 위하여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 또는 산전·산후의 여성이 이 법에 따라 휴업한 기간과 그 후 30일 동안은 해고하지 못한다.
권영국 변호사는 “다툼이 있을 수 있지만, 법에 취지를 산재요양 기간 중 근로 계약 기간이 만료되더라도 사용자가 재계약을 거부해선 안 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이 ‘쿠팡발 코로나 사태’ 이후 쿠팡피해자모임을 만들어 쿠팡의 열악한 노동 조건에 목소리를 높여왔다는 이유로 고 대표를 부당 해고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전형적인 ‘까불면 혼난다’는 전시효과를 노린 행위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쿠팡은 산재 요양 중인, 절대 해고 금지 기간에 있는 노동자를 둘이나 부당 해고했다. 이는 다른 직원들에게 언론에 인터뷰하거나 자사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면 똑같이 해고된다는 걸 보여준 전형적인 악질 행위”라며 “쿠팡이 코로나 사태로 반짝 노동자 근로 환경에 신경 쓰는 척했을 뿐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다. 혁신을 이야기하는 쿠팡에서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고건 대표와 쿠팡 관계자가 나눈 이메일. 쿠팡은 고건 대표의 산재요양 기간 연장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사진=고건 대표 제공
쿠팡이 고 대표의 산업재해 기간이 연장된 사실을 모르고 계약 연장을 거부했다는 정황도 나왔다. 쿠팡 관계자는 8월 12일 고 대표에게 이메일을 보내 고 대표의 산업재해 기간이 끝나는 7월 27일과 고 대표의 계약 기간이 끝나는 7월 31일 사이의 4일을 두고 “출근을 안 한 건 맞지만 2일의 휴무가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하며 고 대표에게 이틀 치 기본급 13만 5755원을 지급했다. 뒤늦게 고 대표의 산업재해 기간이 연장된 사실을 안 쿠팡 관계자는 8월 14일 이메일로 “근로복지공단에서 통지하지 않아 회사는 연장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며 지급한 이틀 치 기본급을 반환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일하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산업재해 인정을 받은 전 아무개 씨를 포함해 대다수의 계약직은 재계약을 했다고 알려졌다.
쿠팡피해자모임에서 활동했다는 이유로 고 대표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쿠팡 관계자는 답변을 회피했다. 쿠팡 관계자는 “계약이 종료된 거다. 개인의 계약에 대해 말씀드리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