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논란 지구단위계획 관련 서구청 “법을 무시하는 게 도시계획” 황당 답변
현대건설이 시공하는 송도 힐스테이트 이진베이시티 건설현장.
[일요신문] 부산시 서구 송도해수욕장 인근 한진매립지에 들어서는 아파트 입주자들이 바로 옆에 들어설 유림레지던스 생활형숙박시설 허가와 관련해 자녀 교육상 혐오시설이 될 수도 있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본보가 잇달아 보도한 안전과 교통문제, 특혜의혹에 이은 또 다른 논란거리다.
한진매립지는 부산시 서구청이 송도해수욕장 관광사업활성화 차원에서 진행한 2009년 11월 지구단위계획 결정으로 개발이 이뤄지게 됐다. 일반상업지역에 권장하는 건축물은 관광숙박시설, 업무시설, 판매시설 등이며, 불허하는 건축물은 아파트, 오피스텔, 일반숙박시설 등으로 규정했다.
이후 부산시는 이 같은 안으로는 투자자가 선뜻 투자하지 못해 답보상태에 이르자 2015년 7월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했다. 이를 통해 한진매립지의 지명인 D가구를 D-1가구와 D-2가구로 나누고, D-1가구에 관광호텔 250실 이상 건축할 경우 아파트부문 연면적을 80% 미만(종전50% 미만)까지 짓도록 허용했다. 이를 두고 당시 특혜라는 지적이 나왔다. 상업구역에는 원칙적으로 아파트 등은 건축하지 못하고 복합건축물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최근 부산 서구청이 주민 민원에도 전격 건축허가를 내주며 논란이 되고 있는 유림레지던스가 들어설 D-2가구는 더욱 문제다. 부산지방도시계획위원회(부산시도계위)는 ‘건축계획 시 주민이 선호하는 앵커시설과 선도시설 유치를 검토하고, 개발이익은 서구청장이 사회통념상 시민들이 이해하는 수준에서 공공 기여가 되도록 이행한다’라는 단서를 붙였다.
이에 준해 D-2가구에 들어설 생활형숙박시설이 이에 부합하는지를 짚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장이나 불허용도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부산시도계위가 권장하는 용도일 경우 용적률 및 건폐율이 완화되는 특혜가 적용되므로 지구단위계획 시행 지침대로 이뤄졌는지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성이 있어서다.
생활형숙박시설과 관련해 사업주와 투자자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는 것도 따져볼 문제다. 생활형숙박시설은 호텔, 모텔, 콘도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린다. 주거가 가능한 숙박시설로 일반숙박시설과는 달리 분양도 할 수 있다. 초기 투자금 회수가 빠르지만 여러 곳의 분양형 생활숙박시설 중에는 제대로 이행되는 곳이 드물다.
부산시와 서구청의 한진매립지 지구단위계획에서 가장 주민들에게 실망을 안긴 부분은 바로 지역경기 활성화 차원에서 D-1가구에 아파트 허용 연면적을 완화해 1368세대가 입주하도록 해놓고서는, 바로 옆인 D-2가구에 다른 것도 아닌 생활형숙박시설이 들어서도록 했다는 점이다. D-2가구 일대가 대형유흥시설로 전락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D-1가구에 들어서는 송도힐스테이트이진베이시티(송도힐스테이트)가 1368세대에 이르는 대단지라 어린 자녀를 가진 입주자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 어린 자녀들이 숙박시설에 싸여진 빌딩 숲속에서 펼쳐지는 어른들의 향락문화에 노출될 개연성이 매우 농후하기에 입주예정자들이 걱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송도힐스테이트 입주예정자 A 씨는 “일반상업지역이라 공시지가가 높아 재산세를 주거지역 아파트보다 많이 내는 것도 문제이지만, 바로 옆 숙박시설에서 아이들이 보지 않아야 할 불미스런 일이 발생하면 이에 관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 서구청 황경호 건축과장은 지구단위계획이 특혜의혹이 일 만큼 석연치 않다는 기자의 질문에 “법을 무시하는 게 도시계획”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내놨다. 또 다른 서구청 관계자는 “오랫동안 지구단위계획이 시행되지 않아 나대지로 방치돼 지역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투자가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변경했다”며 “특혜라는 논란도 있지만 부산시 전체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므로 시민들의 양해를 구한다”고 밝혔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