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렬택’ 사건 당사자 홍성흔이 박용택에 건넨 조언은?

홍 “마음 단단히 먹고 제2의 인생 위해 힘내길”…박 “형님과 소주 한잔 하고파”

[일요신문] 2009년 9월 25일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잠실에서 맞붙었다. 롯데는 시즌 마지막 경기였고, LG는 히어로즈와 한 경기를 남긴 상태였다. 전날까지 타율 0.374를 기록중이던 LG 박용택과 0.372를 기록했던 롯데 홍성흔은 타격왕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 중이라 LG-롯데전은 팬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LG 김재박 감독은 박용택을 선발라인업에서 제외했고, 홍성흔은 3번 지명타자로 출전했다. LG 투수들은 홍성흔을 상대로 연속 볼넷만 내줬다. 결국 홍성흔은 그날 경기에서 5타석 1타수 무안타로 경기를 마쳤고 박용택은 2009시즌 타격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박용택은 2009년 홍성흔과 타격왕 경쟁 과정에서 ‘졸렬택’으로 지목되며 지난 십수년간 홍역을 앓았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이날 일은 야구팬들에게 오랜 ‘안줏거리’가 됐다. 선발라인업은 감독의 권한이라는 점에서 박용택이 경기에 빠진 걸 두고 박용택이 비난받을 일은 아니지만 박용택은 그해부터 지금까지 타격왕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자세를 낮췄고, 진심으로 사과를 전했다. 이후 팬 서비스에서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고, 시즌 후 봉사활동에도 앞장섰다. 

그런 그가 은퇴 시즌에 또 다시 2009년의 일로 은퇴투어 논란이 빚어질 줄은 몰랐으리라. 그럼에도 박용택은 이번에도 ‘쿨’하게 사과했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그는 최근 유튜브 채널 ‘썸타임즈-이영미의 셀픽쇼’ 인터뷰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마이너리그 코치로 활약 중인 홍성흔에게 “올해 LG 트윈스 우승하고 나중에 형님이랑 소주 한잔 하고 싶다”면서 “은퇴 후 지도자로 미국 생활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에 대해 홍성흔도 은퇴를 앞둔 후배에게 따뜻한 조언을 건넸다. 홍성흔은 “20년 동안 모범적인 몸 관리로 2500안타를 앞두고 있는 모습이 대단해 보인다”면서 “그동안 마음고생 많았을 텐데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일들이 더 많으니 마음 단단히 먹고 제2의 인생을 위해 힘내길 바란다”며 박용택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관련영상 ‘박용택’, 홍성흔이 전하는 메시지“성흔이 형, 나중에 소주 한잔해요” “용택아, 마음고생 정말 많았다!”). 

사실 홍성흔도 선수 시절 ‘부전드(부산 레전드)’ 발언으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던 선수다.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 후 경기장을 찾은 팬에게 “내가 서울에서는 좀 욕먹지 여기서는 내가 전설이잖아”라고 말한 내용이 방송을 통해 알려지는 바람에 두산 팬들로부터 오랫동안 원성을 샀다. 홍성흔은 두산에서 마련한 은퇴식을 앞두고 당시 자신의 신중하지 못했던 언행을 언급하며 팬들에게 사과했다. 그런 경험을 한 홍성흔으로선 박용택의 타격왕 논란을 충분히 이해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