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줄스호, 부상 악재·버스 노쇼까지 넘고 결승 한일전 승리…이현중 중심 젊은 대표팀 올림픽까지 조준

대표팀은 이번 대회에서 순조롭게 결승까지 올랐다. 조별리그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인도네시아, 일본을 만나 3연승을 기록했다. 이어진 8강과 4강에서는 요르단, 이란을 연파했다.
결승전은 운명의 한일전으로 치러졌다. 앞서 열린 조별리그에서 대표팀은 일본을 상대로 100-83으로 대승을 거뒀다. 하지만 일본은 대회를 치르면서 완성도를 갖춰갔다. 일본은 4강에서 아시아 최강으로 불리는 중국을 97-77로 완파했다.
결승전답게 대표팀은 대회 중 가장 고전하는 전반을 치렀다. 일본의 강한 수비, 치우친 듯한 판정 속에 1~2쿼터는 리드를 내주는 시간도 있었다. 대표팀은 1쿼터에만 턴오버 5개를 범하며 흔들렸다. 저득점 양상 속에 전반은 28-28, 동점으로 마무리됐다.
흔들리던 팀을 다잡은 이는 역시 이현중이었다. 이번 대회 대부분의 경기에서 20점 이상을 기록한 이현중은 3쿼터에만 3점슛 3개를 성공시키는 등 13점을 쓸어 담았다. 이현중은 이날 27득점 18리바운드 3어시스트 2스틸을 기록했다. 양 팀을 통틀어 유일한 20점대 득점과 두 자릿수 리바운드를 동시에 기록했다.
이현중의 활약에 힘입어 대표팀은 3쿼터를 27-19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다. 쿼터 중반부터 잡은 리드를 경기 종료까지 지켰다. 대한민국의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었다.
대표팀은 21세기 들어 12년 간격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는 기분 좋은 징크스를 이어가게 됐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바 있다. 원정 대회에서 따낸 금메달은 1982년 뉴델리 이후 44년 만이었다.

과거 금메달 획득 당시보다 경기 운영에는 여유가 있었다. 대회 중 3경기 연속 100점 이상을 기록하는가 하면 결승전 또한 최종 10점 차이를 벌렸다. 연장전 등을 치러야 했던 과거보다 비교적 손쉬운 금메달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는 어려움이 따랐다. 대표팀 주요 자원 중 하나인 베테랑 최준용은 대회 중 합류했다. 앞서 미국 무대 진출을 선언하며 미국 현지에서 트라이아웃 등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었다. 조별리그 일정이 지난 이후 15일 새벽에야 팀에 합류했다. 약 20시간의 이동시간을 거쳤음에도 당일 오전 10시 경기에 출전해야 했다. 그런 최준용은 여독이 무색하게 요르단을 상대로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대표팀은 부상 불운도 피해가지 못했다. 일부 자원들의 부상으로 당초 구상했던 전력을 꾸리지 못한 채 대회에 임했다. 대회 중에는 신장 2m가 넘는 ‘빅 포워드’ 여준석, 슈터 유기상이 부상으로 쓰러졌다. 대표팀은 대회 상당 기간 이들을 활용하지 못했다. 여준석은 팀의 높이 약점을 채울 자원, 유기상은 팀 내 가장 날카로운 슛감을 자랑했던 자원 중 하나였던 것을 감안하면 이들의 공백은 대표팀에 분명한 악재였다. 특히 유기상은 결승전에 단 1분도 뛸 수 없었다.
대회 환경 역시 대표팀의 편이 아니었다. 이번 대회는 비좁은 컨테이너 숙소, 식사, 차량 등 선수 지원 전반의 부실이 지적됐다. 경험이 많은 최준용은 “괜찮다”면서도 “어린 선수들은 이런 숙소를 처음 겪어봤다”고 말했다. 결승전 당일 오전에는 훈련장 이동을 위한 버스가 도착하지 않아 대표팀이 슈팅 훈련 등을 진행하지 못해 논란이 됐다.
대회 전까지 대표팀의 분위기 또한 최상이 아니었다. 대회를 앞두고 반복된 패배, 답답한 경기력으로 기대감이 높지 않았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부진한 성적(8강)을 낸 뒤 대표팀은 분위기를 수습하고 있었다. 안준호 감독 체제에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며 가능성을 봤다. 이어진 전희철 임시 감독 체제에서는 2027 농구 월드컵 아시아지역 예선, 중국과의 2연전을 모두 승리로 가져갔다. 한국 농구에 다시 한 번 희망이 싹트고 있었다. 이후 대한농구협회는 사상 최초로 외국인 사령탑인 마줄스 감독을 선임했다. 하지만 사령탑 교체 이후 대표팀은 다시 흔들렸다. 농구 월드컵 예선에서 약체 대만을 상대로 2전 전패하며 탈락 위기에 몰렸다. 지난 8월 중순 열린 일본과의 친선 2연전에서도 연달아 20점차 이상의 대패를 당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불안감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엄습했다.
대표팀은 이 같은 좋지 않던 흐름과 부상 악재들을 이겨내고 아시안게임에서 반전을 만들었다. 대회에 돌입하자 승리를 반복하며 ‘위닝 멘털리티’가 살아났다. 부상 공백은 고른 선수 기용으로 메웠다. 8강전에서는 엔트리 12인 전원이 득점을 하는 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대회를 눈앞에 두고 합류한 문정현은 수비와 허슬 플레이로 금메달 획득에 공헌했다. 대체 자원이었음에도 결승전 출전 시간은 15분을 넘겼다(16분 58초).
마줄스 감독도 달라진 용병술로 찬사를 받았다. 이전까지 다소 경직된 전술에 대한 지적이 나오기도 했으나 아시안게임 중에는 선수들에게 일부 자율을 부여해 잠재력을 끌어냈다. 경기 중 전술 수정으로 대표팀은 특히 3쿼터마다 공격력을 폭발시켜 경기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다. 결승전을 포함한 토너먼트 3경기, 조별예선의 사우디전과 인도네시아전 모두 3쿼터에 큰 격차를 냈다.

이번 대표팀은 장재석과 이승현으로 구성된 빅맨진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1999년부터 2000년대에 태어난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돼 있다. 이에 12인의 엔트리 중 8명이 병역 특례 혜택을 받게 됐다. ‘에이스’ 이현중은 25세, ‘막내’ 에디 다니엘은 19세에 불과하다. 직전 두 번의 금메달 획득 당시와 비교하면 군 미필 자원의 비중이 높다. 이들은 향후 장기간 대표팀 주축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무대에 도전 중인 이현중, 여준석 등은 병역 의무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졌기에 무리 없이 커리어를 이어 나갈 수 있게 됐다. 2025-2026시즌 플레이오프 MVP를 수상하며 일본 B리그 무대를 평정한 이현중은 다시 미국으로 향한다. 최근 NBA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와 Exhibit 10 계약을 맺었다. 포틀랜드 산하 G리그 팀에서 활약하며 NBA 진입을 노릴 예정이다. 여준석은 시애틀대학교에 1년을 더 다니면서 후일을 도모한다. 이들 외에 국내에서 활약하는 자원들 역시 향후 해외 진출을 노릴 수 있다. 이들이 성장해 나간다면 한국 농구의 전력은 더욱 강해진다.
이번 대표팀 멤버만이 한국 농구의 전부는 아니다. 대회 준비 과정에서 대표팀을 오가다 엔트리에서 탈락한 멤버들도 향후 힘을 더할 수 있다. KBL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는 젊은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탄생하면서 한국 농구의 ‘황금세대’가 구성되고 있다.
이번 대표팀은 이전부터 많은 기대를 받고 있던 세대다. 앞서 농구협회는 이번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시작으로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본선 진출, 2032 브리즈번 올림픽 8강을 중장기 목표로 내걸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한 가지 과제가 언급된다. 이는 다름 아닌 귀화 선수 수급이다.
농구협회는 최초의 귀화 선수였던 라건아가 2024년 초 대표팀에서 떠난 이후 좀처럼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일부 선수를 대상으로 귀화 추진 소식이 전해지지만 진척 상황은 더디다. 현 대표팀 선수들도 귀화 선수의 필요성을 역설할 정도로 이들의 중요성은 강조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반전은 더 큰 목표를 위한 출발점이다. 황금세대를 향한 환호가 지속되려면 전력 보강,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 등이 맞물려야 한다. 대표팀은 1996년(애틀랜타 올림픽) 이후 올림픽 코트를 밟지 못했다. 첫 관문을 넘은 황금세대가 향후 어떤 무대에 오를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