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도시 걸맞은 테마전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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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모차를 끌고 다니면서도 편히 관람할 수 있다. |
영일만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포항시 북구 환호동 해맞이공원. 이곳에 지난해 12월 미술관 하나가 새로 문을 열었다. 준공 3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포항시립미술관이다. 연면적 5241㎡에 지상 2층, 지하 1층의 본관 1동과 별관 2동으로 지어진 이 미술관은 모두 5개의 전시장을 갖추고 있다. 따지자면 결코 작지 않은 규모다.
건물은 뼈대를 이루는 현무암과 정면을 덮다시피 한 유리장식 벽이 돋보인다. 현무암은 멋으로 사용한 게 아니다. 그 색깔 때문에 마치 노출콘크리트기법을 활용한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표면에 구멍이 숭숭 나 있다. 제주도에서 공수한 이 현무암은 미술관이나 박물관 건축에 특히 탁월한 자재라는 게 김갑수 관장의 설명이다.
보통 내부의 천정이 높고 사방이 트인 건축물의 경우 소리의 울림이 있는 편이다. 하지만 현무암을 사용할 경우 그 정도가 훨씬 줄어든다. 현무암의 구멍들이 소리를 빨아들여 지우기 때문이다. 이는 정숙을 요하는 미술관과 박물관의 특성상 매우 유용하다.
정면의 유리장식 벽은 야누스의 두 얼굴처럼 낮과 밤의 모습이 다르다. 낮 동안 영일만의 쪽빛 바다와 그 위의 푸른 하늘을 반영하는 유리벽은 야간이 되면 화려한 조명쇼를 펼친다. 붉은색, 초록색, 푸른색 등으로 벽의 색깔이 변하며 미술관을 한층 아름답게 치장한다.
건축적인 면만으로도 볼거리를 제공하는 미술관은 그러나 전시가 더욱 내실 있다. 미술관은 스틸아트뮤지엄을 지향한다. 알다시피 포항은 ‘철의 제국’이다. 영일만에 자리한 포항제철의 용광로는 1년 동안 단 하루도 꺼지지 않고 끊임없이 철을 뽑아낸다. 미술관은 포항문화의 근간인 스틸을 테마로 스틸아트 컬렉션과 전시기획에 힘을 쏟고 있다.
개관을 기념해 제철공업을 중심으로 발전을 거듭하는 포항의 과거와 현재를 미술작품을 통해 조명하는 ‘신철기 시대의 대장장이’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고, 수장고의 작품 또한 스틸과 관련된 것들을 중점적으로 컬렉션하고 있다. 이런 뚜렷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있는 미술관은 전국적으로도 아주 드물다. 다른 미술관과의 차별성은 자신감을 낳는데, 김갑수 관장은 공공연히 “작지만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공언한다.
▲길잡이:
대구-포항간고속국도 포항IC→31번 국도→중앙동→20번 국도(좌회전)→환호해맞이공원→포항시립미술관 ▲문의: 포항시립미술관(http://www.poma.kr) 054-250-6000
김동옥 프리랜서 tour@il 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