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메시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 로이터/뉴시스 |
태극전사들의 열정은 유로2004 챔피언 그리스를 뛰어넘었다. 장신 선수들을 활용한 그리스의 롱볼 축구가 한국 축구 대표팀에 통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김대길 해설위원은 “그리스가 산술적 수치로 봤을 때 FIFA랭킹도, 경험도 한수 위지만 현재 전력만큼은 한국이 그리스를 뛰어넘고 있다”고 말했다.
태극전사들은 허정무 감독의 전략을 100% 이상 수행하며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을 보였다. 오일영 해설위원은 “경기 초반 10분이 가장 중요했다. 한국이 초반에 경기 주도권을 잡으면서 그리스 수비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또한 한국 선수들의 포메이션의 유기적인 변화에 수비라인이 허물어지자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리스 입장에선 2골 밖에 나지 않았던 것이 다행스러울 정도”라고 총평했다.
서형욱 해설위원은 포지션별 경기 운영 모습을 조목조목 짚었다. 그는 “이운재 대신 선발 출장한 정성룡은 경쟁에서 이긴 까닭을 확실히 보여줬다. 공중전을 선포한 그리스를 상대로 한국 수비수 모두 상당히 잘해줬다. 상대 선수들의 크로스를 허용하지 않고 빠른 스피드와 판단력으로 그리스보다 한 발 앞선 경기운영을 펼쳤다. 4명의 미드필더는 주전 선수로 오래 전에 확정이 됐기 때문에 호흡이 착착 맞았고 패스 또한 일품이었다”고 평가했다.
남은 두 경기.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모두 강팀이지만 우리가 넘지 못할 산은 아니다.
김 위원은 “아르헨티나 전에선 공격과 수비라인 조절이 생명이다. 허 감독의 지시에 따라 라인이 형성될 수 있도록 마지막 1분까지 집중해야 하며, 골 결정력을 높여야 한다. 나이지리아는 한국과의 경기에 사활을 걸 것이다. 나이지리아가 그리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둘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에 대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골 점유율보다는 선수들 간 호흡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다.
오 위원은 “아르헨티나전에선 ‘선 수비 후 역습’ 작전으로 찬스를 만들어내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신중한 플레이를 하면서 실수를 줄여야 할 것이다. 마지막 경기인 나이지리아전에선 모든 총력을 쏟아 부어야 한다. 기복이 심한 팀이기 때문에 초반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면 한국이 경기를 주도해나갈 것”이라며 남은 2경기에 대한 전략을 내놓았다.
한국과 그리스의 경기가 끝난 직후 열린 두 팀 간의 대결에서도 양팀의 장단점은 일정 부분 드러났다. 나이지리아는 공격을 위주로 하는 팀이라는 평가와는 달리 공격력은 생각보다는 약했다는 평가다. 상대적으로 아르헨티나의 수비력이 견고하기도 했지만 우리의 수비 조직력이면 충분히 해볼만하다는 것이 중계를 시청한 전문가들의 의견. 반대로 수비는 예상보다 강했다. 아르헨티나의 막강 화력에도 쉽게 허물어지지 않고 한 골 실점으로 버텨냈다. 다만 수비수들의 스피드는 그리 뛰어나지 않아 개인기에 의존하는 아르헨티나와는 달리 조직력과 스피드로 돌파하는 한국팀의 강점이 통할 수 있는 여지는 보였다.
아르헨티나의 약점은 메시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리 진영에서 메시에게 전달되는 패스를 잘 차단하고, 골 에어리어 부근에서 일대일 혹은 협력수비로 메시의 발을 꽁꽁 묶는다면 아르헨티나는 의외로 고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단 전반전만 잘 막아낸다면 후반전에는 체력적으로 우세한 우리팀에게 기회가 올 것이라는 의견이다.
정유진 기자 kkyy1225@ilyo.co.kr